- '90 project' 민서, 100퍼센트라는 미개척지를 향해[인터뷰]
- 입력 2025. 01.14. 08: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좋아'로 유명한 가수 민서가 나인티 프로젝트(90 project)로 밴드 보컬에 도전했다. 채워지지 않는 10퍼센트의 무언가를 찾아내고 싶다는 일념을 담아 친구들과 새로운 항해에 나선 것. 그들의 나침반 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어떤 음악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인티 프로젝트
나인티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90년대 음악을 지향하는 밴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미완의 10퍼센트를 채우기 위한 90퍼센트 인간들'이라는 뜻이 담겼다. 민서는 "90년대생 90퍼센트 인간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나인티 프로젝트 신곡 '어나더 웨이(Another Way)'는 많은 고민과 걱정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기타 중심의 모던 록 장르 곡이다. 민서가 직접 작사에 참여해 그만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는 항상 무슨 일을 할 때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지면 겁을 냈어요. 확신을 못 가진 것 같아요. 과거에 얽매여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고 지금보다 나았을까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저한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는 말을 스스로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큰 메시지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다 정답이다. 틀린 길은 없다'는거에요. 저에게 하고 싶은 말로 시작을 해서 모든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썼습니다."
이번 신곡을 통해 처음으로 작사에 도전해 보게 됐는데, 민서는 "에세이를 써봤지만, 작사에 도전하는 건 어려운 일 같았다. 주저하다가 이번에 '어나더 웨이'로 용기를 냈다. 작사를 선택한 나에게 '잘했다, 또 하나의 장을 열었구나' 말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스로에게 위로가 많이 됐어요. 생각만 해보는 거랑 직접 글을 써보는 거랑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가사를 열심히 고민하고 쓰면서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정리되는 순간이 왔어요. 위로가 많이 됐고 이걸 작업하는 동안 계속 들으면서 산책하러 다녔는데 답답함이 많이 해소됐다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았어요."
나인티 프로젝트는 민서와 오랜 시간 음악적 고민을 함께해 온 친구들로 결성됐다. 정확히는 밴드가 아닌 함께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 그는 "앞으로 다른 음악을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번 음악의 결이 밴드 음악이고 첫 시도가 밴드였기 때문에 앞으로 몇 번은 더 밴드 기반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나인티 프로젝트의 시작이 밴드 음악이 됐을까. 민서는 "학창 시절부터 인디밴드를 좋아해서 인디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답했다.
"저희 때 인디밴드라고 하면 짙은, 검정치마, 가을방학 이런 핫한 그룹이 많았어요. 넬도 정말 좋아했죠. 모던 락의 대표 밴드잖아요. 넬 음악을 들으면서 락 장르여도 이렇게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 매력을 느꼈어요. '슈퍼스타K'로 얼굴을 알리고 미스틱에서 '좋아'라는 곡으로 큰 사랑을 받으니까 발라드 가수로 인식됐던 것 같아요. 사실 미스틱과 여러 시도를 많이 했는데, 그 중 밴드 음악은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안고 살았어요."
민서는 2015년 방송한 Mnet '슈퍼스타K7'에 출연해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멘토였던 윤종신 손을 잡고 2017년 '좋니'의 답가 '좋아'로 정식 데뷔 전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었다. 정식 데뷔는 이듬해인 2018년 '멋진 꿈'이다.
8년 차 가수지만 생각보다 활동이 많지 않았다. 발매한 앨범도 디지털 싱글이 대부분, 페스티벌이나 단독 공연으로 팬들을 만날 기회도 적었다. 민서는 아쉬움을 표하며 "새로운 곡 하나 낼 때 텀이 길었다. 한 곡에 1년씩은 걸린 것 같아서 이어지게 활동한 적이 없다. 자주 팬분들께 음악을 들려드리고 보여드리는 한 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음악 활동이 뜸했던 동안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FC 발라드림에서 필드를 누볐다. 지난 4월 컴백 당시 인터뷰에서 민서는 "축구만 해서 죄송했다"라고 밝혔을 정도로 축구에 몰입했었다.
"눈앞에 뭐 하나가 있으면 그것만 파는 편이에요. 다행히 '골때녀' 저번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어서 잘 맞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축구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이제는 마음 가볍게 즐기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축구와 밴드는 혼자가 편했던 민서에게 아주 큰 변화를 안겨주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된 것이다.
"축구하기 전에는 헬스같이 혼자 할 수 있는 운동 위주로 했었는데 팀 운동을 하니까 팀이 생겨서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도 축구팀이 있는데 거기서 사람들이랑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얘기하는 것도 신선하고요. 음악도 같이 활동하는 거 좋더라고요. 몰랐는데 되게 든든하고. 물론 장단점은 있죠. 솔로일 때는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도 됐지만, 팀으로는 여러 가지 배려하고 신중하게 활동해야 하니까. 그래도 고민이 생겼을 때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 좋아요."
민서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좋아' 이후 곡을 내면 순위가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그래서 '(가수가) 나랑 안 맞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 이번 작업 덕분에 음악적 권태기도 극복할 수 있었단다.
"'어나더 웨이'를 작업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코로나가 터지고 활동, 무대 바운더리 줄어들면서 직접적으로 팬들을 만날 수 없으니까 내가 음악을 계속 해서 사랑받을 수 있나 확신이 줄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팀으로 같이 만들고 하다 보니까 그런 외로움, 불안이 적어졌죠. 그리고 7년 만에 제가 제 앨범을 만드는 게 처음이었는데 너무 신선했어요. 새로운 불씨가 살아났어요. 이번 연도는 음악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1996년생인 민서는 올해로 서른이 됐다. 서른이 된 소감을 묻자, 민서는 "믿기지 않고 실감이 잘 안 나지만 실감이 난다"고 답했다.
"30대를 많이 꿈꿨어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서른이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할 거로 생각했어요. 3이라는 숫자가 되게 크고 성숙한 숫자로 다가왔죠. 막상 돼보니까 너무 어리고 한없이 부족한 시기에요. 그런데 20대 초중반에 비하면 20대 후반 들어와서 인생이 많이 재밌어졌거든요. 안정기도 찾아오고 깨달음도 있고. 그래서 한편으론 30대는 얼마나 재밌을까 기대돼요. 1년 1년이 매번 달랐는데 30대는 얼마나 파란만장 재밌을까."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고 한다. 20대 초반에 큰 목표를 세웠다 좌절하는 경험을 겪고 이룰 수 있을 법한 목표만 생각한다고. 올해 목표는 '책 30권 이상 읽기' '전시, 공연 등 30개 이상 보고 리뷰 쓰기' 등이라고 전했다. 그래도 음악적으로는 더 큰 꿈을 가지고 2025년을 맞이했다.
"정규를 너무 내고 싶어요. 나인티 프로젝트로 내면 뿌듯하고 좋을 것 같아요. 일단 다음 곡을 준비하고 있어요. 팀 프로젝트를 처음 시도하는 거다 보니까 싱글로 대중분들께 다가간 다음에 내고 싶어요. 또 저는 라이브 할 때 좋은 에너지 줄 수 있는 가수라고 생각해서 몇 곡 더 쌓이면 콘서트나 페스티벌에 서고 싶어요. 올여름쯤에는 볼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사이드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