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롱런…선악의 줄타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무대SHOUT]
입력 2025. 01.14. 11:15:52

지킬앤하이드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지금 이 순간, 한 남자가 일생일대의 선택을 내린다. 그리고 비극의 막이 오른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다. 한 인물 안에서 '지킬'과 '하이드'로 인격이 나뉘어 대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 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됐으나 한국에서 유례없는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기도 하다. 2004년 한국 초연 이래 누적 관객 수 180만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5%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뮤지컬 넘버를 꼽으라면 '지금 이 순간'이 단연코 1등일 것이다. 지킬이 스스로를 실험체로 쓰겠다고 다짐하는 장면 속 '지금 이 순간'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 신념을 위해 반짝이는 다짐을 하는 내용으로 결혼식 축가로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진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된다. 지킬은 실험으로 분리된 인격 하이드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데, 결국 지킬은 이 선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작품은 실험으로 선과 악이 분리된 한 인물의 비극을 그린다. 뮤지컬의 막이 내리면 선과 악에 대한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해석의 다양성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지킬앤하이드'의 큰 매력이다.

20년간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아 온 뮤지컬로 손꼽히는 만큼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등 수많은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이번 시즌에는 경력직 홍광호, 전동석, 신성록을 비롯해 최재림, 김성철이 뉴캐스트로 합류했다. 홍광호는 2008년 처음 지킬/하이드 역으로 합류해 이번 20주년 공연까지 다섯 시즌을 '지킬앤하이드'와 함께 했다. 확실한 내공을 발휘하며 왜 홍광호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인지 증명해 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묘미는 지킬과 하이드가 번갈아 가며 부르는 '대결(Confrontation)'이다. 한쪽은 정갈하게 머리를 묶은 지킬이, 한쪽은 머리를 풀어 헤친 하이드로 나와 두 인물의 갈등을 표현한 넘버다. 순식간에 두 인물 사이를 오가는 홍광호의 연기는 말 그대로 '차력쇼'가 아닐 수 없다.


루시 역에는 윤공주, 아이비, 선민, 린아와 함께 김환희가 캐스팅됐다. 뮤지컬 '킹키부츠' '넥스트 투 노멀' '하데스타운' 등에서 탄탄히 필모를 쌓아온 김환희는 루시로 뮤지컬 배우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찍을 전망이다. 김환희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함께 루시의 삶 속 굴곡과 복잡한 내면을 다채롭게 그려내며 첫 시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지킬의 약혼녀 엠마 역에는 조정은, 최수진, 손지수, 이지혜가 출연한다. 탄탄한 실력과 경력을 자랑하는 조정은은 한없이 따뜻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지킬의 곁을 지키는 엠마를 표현했다.

20년이란 시간은 '지킬앤하이드'의 가치를 바래게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동안 빠른 속도로 한국 뮤지컬 팬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몇 가지 요소들이 불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엠마와 루시, 두 여성 캐릭터가 이어가고 있는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적 프레임은 '지킬앤하이드'가 지닌 오랜 숙제기도 하다. 20주년을 넘어 앞으로의 20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만큼, 발전된 모습의 '지킬앤하이드'를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지난해 11월 29일부터 2025년 5월 18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상연한다. 공연 시간은 인터미션 포함 170분.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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