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빈 “‘하얼빈’→‘검은 수녀들’, 주연 배우로 ‘책임감’ 떠올렸죠” [인터뷰]
입력 2025. 01.23. 15:28:21

'검은 수녀들' 전여빈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5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영화 ‘하얼빈’(우민호)부터 기대작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까지.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 배우 전여빈은 ‘열일’ 중이다. 이번엔 복잡한 감정을 지닌 미카엘라로 또 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연말 ‘하얼빈’에 이어 연초 ‘검은 수녀들’ 개봉까지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전여빈은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며칠 전 한 선배님과 시사회 초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선배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요즘 영화계가 그렇게 수월한 시기가 아닌데 연달아 두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 부럽다’라며 ‘힘내라’라고 응원해주셨어요. 선배님이 그런 말씀을 주시니까 뭔가 더 현실적으로 이 상황이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주연 배우로서 마땅히 느껴야하는 책임감, 그런 것들을 다시 떠올리기도 했죠. 이제 영화는 완성이 됐고, 관객들에게 내놓는 순간이니 할 수 있는 최선은 홍보에 온 마음을 다해 달리는 것밖에 없어요. 홍보 콘텐츠, 무대 인사 등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그리고 공교롭게 ‘하얼빈’ ‘검은 수녀들’ 연달아 개봉하게 되면서 두 영화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했어요. 지난 번 언론시사회 때도 말씀 드렸는데 생각해보니 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걸음, 여정이 담긴 그것을 혼자서 해내는 것이 아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누군가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연대가 그려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저희들인데 영화를 보시는 관객들에게도 어떤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영화는 2015년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다. ‘검은 사제들’은 새로운 소재와 장르에 과감히 시도한 작품으로 최종 544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 속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극장 출격을 앞두고 있다.



“10년 전 겨울쯤 ‘검은 사제들’을 봤던 것 같아요. 그때도 재밌게 봤었고, 그 당시에 김윤석 선배님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면서 봤어요. ‘영신아 네가 다했다’는 대사가 있는데 마음속에 남았던 장면이기도 해요. 시나리오 읽기 전엔 설레는 마음으로, 스핀오프 작품이니까 ‘검은 사제들’이 아닌 ‘검은 수녀들’이 너무 궁금한 마음으로 읽었죠. 시나리오를 펼쳐 읽고선 뿌리는 같지만 전혀 다른 결의 오컬트가 나오겠구나 기대감이 있었어요. 다른 색채로 구현될 영화일 것 같아서 다양함이 관객들에게 어떤 새로움으로 다가갈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죠.”

전여빈이 분한 미카엘라는 거침없는 유니아(송혜교) 수녀에게 반발심을 가지면서도 고통 받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정신의학과 전공의 수녀다. 초면인 자신에게 태연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유니아 수녀에 기가 막히면서도 마음이 기운 미카엘라는 마침내 유니아 수녀를 따라 소년을 구하는데 힘을 보태기로 결심하고, 내면의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카엘라는 영화 속에서 어렸을 때 전사들이 이미지 컷으로 보이잖아요. 그래서 그것에 입각해 미카엘라를 상상하려고 했어요. 미카엘라는 어렸을 때 악령이 귀신에 씌인 채 낳은 아이라는 프레임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 수도원 생활을 하기도 하고, 바오로(이진욱) 신부 제자가 보면 구마를 부정하는 사람이잖아요. 구마는 정신 질환의 일종인데 오만한 인식이다라는 말을 하고요. 저는 미카엘라가 어렸을 때부터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비평범함으로 인해 상처받는 주변인들을 봤을 거예요. 그 첫 번째는 부모님, 그리고 수도원에 있을 때 가장 가까운 기숙사 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절대적으로 평범한 사람이 되려고 했을 것 같아요. 끝내 다가가지 못하더라도 거짓말을 하겠구나. 자기 자신도 속이고, 영이 더 이상 보이지 않죠. 어른이 된 미카엘라는 영적인 것을 느끼고 있는데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의 범주에 속하고 싶어 자기 자신을 속인 채 살아가는 인물이라 느꼈어요. 어렸을 때 자기 자신을 너무 닮은 희준(문우진)을 보게 됐고, 감정적으로 동질감을 느끼긴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밝힐 수 없는 상태라 애써 외면하다가 그 아이를 절대 외면하지 않는 어려움이 있지만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쳐나가는 유니아를 보면서 각성하게 되고, 힘을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유니아를 만나는 동시에 미카엘라는 어렸을 때 유니아 같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다 큰 어른이 된 미카엘라는 유니아에게 진실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희준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마음도 있으니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유니아의 행적에 힘을 보탠 것 같아요. 그러면서 미카엘라는 자유로워졌을 것 같아요.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됐으니까.”



모두가 기다린 만남이다. 송혜교와 워맨스 호흡으로 극을 이끄는 것. 앞서 학창시절부터 존경해온 선배라 밝힌 전여빈은 “이번 현장에서 처음 만난 혜교 선배님은 유니아랑 닮아있는 게 많았다”라고 말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에너지가 닮아있었던 것 같아요. 혜교 선배님은 촬영할 때 많은 말씀을 하시는 편은 아니에요. 저도 촬영장에서 말이 많은 편은 아니죠. 언니가 현장에 계시는 모습을 보니 큰 나무처럼 모두를 아울러주는 에너지가 있었어요. 큰 나무가 있으면 새도 와서 쉬고, 그늘 밑에서 사람들도 쉬잖아요. 혜교 선배님은 그런 게 많이 연상됐어요. 저도 언니한테 이런저런 미주알고주알 수다 떤 건 아니지만 심정적으로 한 여성으로, 한 배우로서, 되게 많이 기대고 의지했던 것 같아요. 모니터 뒤 좌석에 앉아 계셨는데 언니 옆에 앉아있으면 큰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큰 감사함을 느꼈어요. 매신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경력이 많으신데 순간순간 진중하고, 작품에 임하시는 구나. 그리고 우진이랑 저를 향해 마음이 열려있는 분이었어요. 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주셨죠. 나중에 언니 같은 선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검은 수녀들’은 단순 오컬트 장르를 넘어 인물들의 연대가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사람을 살려야한다는 명분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여성 연대가 관전 포인트. 그 속에서 송혜교와 케미도 발산하는 전여빈이다.

“케미 같은 경우, 한 인간으로서 배우 송혜교를 너무 좋아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녀에게 배울 점과 신뢰감이 있어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 같아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읽으면 읽을수록 언니에게 마음을 안 줄 수 없더라고요. 마음이 쏟아졌어요. 배우는 항상 시나리오를 가지고 다니니까 그 시간들을 통해 계속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대본을 살피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촬영할수록, 다방면으로 유니아, 혜교 선배님에 대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짙어졌던 것 같아요.”



여성 주연 영화를 찾아보기 힘든 영화계에서 여성 투톱 ‘검은 수녀들’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여빈 역시 “귀한 기회라 생각한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혜교 선배님과 케미를 그려내고자 했어요. 매 작품을 할 때 제 역할 크기가 어떻든 가지고 있는 제 마음과 분리시켜 말하기가 조금 그래요. 어느 작품 하나 진심이지 않았던 게 없기 때문이죠. 학생 시절 단편영화 찍을 때도 그랬고, 선배님 공연에서 앙상블을 할 때도 마음은 주인공이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연기가 좋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흐름을 보면 여성 주연으로서 영화가 투자를 받고, 두 여주인공 서사가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은 드문 기회라고 생각해요. ‘검은 수녀들’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 또 다른 좋은 기회들이 열렸으면 고대해요.”

‘검은 수녀들’은 설 연휴 극장가에 출격, ‘히트맨2’와 ‘말할 수 없는 비밀’과 맞붙는다. 개봉 전 예매율 40%대를 돌파하며 1위를 차지, 흥행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

“지금까지 이런 오컬트 드라마는 없어요. 두 수녀가 금기된 의식으로 나아가며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연대해나가는 ‘검은 수녀들’이죠.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과 걸음을 거쳐 연대와 사랑으로 용기를 이뤄내는 영화에요. ‘검은 사제들’과 ‘검은 수녀들’은 뿌리는 같지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두 결이 너무 다른 아이라고 생각해요.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로서 장르적 색채를 명확하게 띠었다면 ‘검은 수녀들’은 조금 더 드라마, 이들의 연대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돋보이는 오컬트 드라마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mmm, NEW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