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수녀들’ 송혜교 “예쁘게 나오나 중요하지 않아, 노력이 첫 번째” [인터뷰]
- 입력 2025. 01.24. 16:17:5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런 얼굴이 있었던가. 배우 송혜교가 그동안 꺼내 보이지 않았던 얼굴과 본 적 없는 연기로 돌아왔다. 그의 새로운 모습이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을 통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검은 수녀들' 송혜교 인터뷰
송혜교의 스크린 복귀는 2014년 ‘두근두근 내인생’ 이후 11년 만이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송혜교는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혜교는 극중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파 유니아 수녀를 맡았다. 특히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 화제를 모은 바.
“스크린에서 봤을 때 어렸을 땐 작품을 보면 연기를 봐야하는데 ‘예쁘게 나왔나?’가 첫 번째였어요. 지금도 예쁘고 싶은데 예쁘게 나오냐, 안 나오냐가 첫 번째가 아니게 됐죠. ‘내가 표현한 노력이 잘 담겼나?’ 예쁘고, 안 예쁘고는 중요하지 않게 됐어요. 그런 부분을 먼저 보게 됐죠. 구마 신을 할 때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신을 연기하면서 ‘이런 표정도 있구나’ 한 것도 있어요. 오컬트 영화라 해서 무서운 걸 기대한 분들도 많을 텐데 오컬트이지만 끌렸던 건 한 여성이 신념을 통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연대가 너무 좋았어요. 설에 개봉하는 것도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으니까. 제 친구들에게 ‘시사회 와’라고 하니까 ‘무서운 거 잘 못 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오컬트에 입문하기 좋은 영화니까 와, 괜찮아’라며 꼬시기도 했어요.”
영화는 무속신앙, 타로 카드 등 기존의 구마 소재에 신선한 설정을 더해 흥미를 배가시킨다. 희준(문우진)을 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니아 수녀의 거침없는 행보와 선택이 가져온 무속적 요소는 이색적인 재미와 함께 긴장감을 형성한다.
“구마 신은 평상시 쓰지 않는 말들이잖아요. 악령과 대화하는 대사 자체도 전혀 쓰지 않는 톤이기 때문에 처음 읽었을 땐 어색했어요. 현장 가서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감정도 넣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그 현장에서 영화는 함께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잖아요. 제가 준비하고 갔어도 제가 생각한 앵글이 아닌 경우도 있고. 그러면 촬영 감독님, 권 감독님과 함께 포커스에 대한 상의를 했어요. 그분들도 생각 못했는데 하면서 더 잘 보일 수 있게 앵글을 바꾸기도 했죠.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었어요. 각자 또 욕심이 있으니까 원하는 대로 찍기도 했고요. 다들 할 수 있는 안에서 여러 시도를 해봤던 것 같아요.”
앞서 송혜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가 복수를 다짐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바. 그의 연기 인생은 ‘더 글로리’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르 쪽을 재밌게 연기하고 있어서 멜로드라마가 싫다는 건 아니에요. 멜로드라마를 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죠. 그 작품들이 없었더라면 여기 없었을 거예요. 너무 감사한 작품들이긴 한데 그 이후, 그런 게 있잖아요. 한 작품이 잘 되면 저 배우는 저런 류의 드라마는 확실히 잘 될 것 같은, 보장될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거랑 비슷한 대본들이 많이 들어와요. 저는 어렸을 때 이거(멜로드라마)로 성공했으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할 줄 알았는데 멜로가 보장됐으니, 저 친구에겐 멜로다 하면서 비슷한 것만 들어오더라고요. 저도 그 안에서 비슷한 작품만 골라 하게 됐고요. 결국 사랑, 이별, 아픔을 표현하는데 있어 한계를 느끼기도 했어요. 한계를 느껴 제가 재미가 없어지니 보시는 시청자들도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하는 배우가 그러니까. 타이밍 좋게 ‘더 글로리’를 만나게 됐어요. 연기가 조금 재미없어졌다가 ‘더 글로리’를 하면서 용기도 얻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다시 뭔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그래서 ‘검은 수녀들’을 하게 됐고요.”
송혜교는 첫 장면부터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흡연을 하거나,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찰진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기 때문. 특히 평생 흡연해본 적 없는 그는 오직 ‘진짜 연기’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담배를 배우기도 했다.
“어렸을 때 담배 피는 캐릭터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담배 때문에 출연을 안 했어요. 모르겠어요. 그때는 어린 마음에 싫었던 것 같아요. 저는 술은 해요. ‘나쁜 건 하나만 하면 되지, 두 개까지 해?’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담배 부분을 빼 달라 해야 했는데 그 부분을 빼면 자유로운 유니아가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담배를) 피겠다고 했어요. 흡연하는 분들은 진짜로 피는지, 가짜로 피는지 단번에 안다고 하시더라고요. 6개월 전부터 담배 연습을 하기 시작했어요. 담배 피는 친구들도 있으니까 ‘어색하냐, 안 어색하냐’ 물어보기도 했죠. 첫 장면이 흡연으로 시작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가짜로 피면 유니아의 모든 게 가짜로 보일 것 같았어요. 절벽에서 담배를 태우는 장면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첫 신이었어요. 빈속에 찍는데 연달아 5개를 폈더니 진짜 절벽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뒤도는데 휘청하기도 했어요.”
송혜교는 함께 출연한 미카엘라 역의 전여빈과 워맨스를 선보인다. 극 초반, 대척점에 서있던 두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이후 진심이 맞닿는 순간, 큰 울림을 전한다. 이 과정에서 유니아와 미카엘라 수녀의 ‘케미’가 돋보인다.
“작품을 통해 너무 좋은 배우와 동생을 만났어요. 이렇게까지 순수할 수 있을까, 너무 오랜만에 느낀 친구죠. 연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어요. 연기에 돌변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열정적이면서 저도 여빈이를 보면서 배운 점이 많아요. 여빈이가 또 표현을 너무 잘하는 친구더라고요. 좋은 것, 예쁜 것, 그날에 있던 마음들. 항상 촬영이 끝나면 문자를 보내주는데 시 같이 예뻤어요. 위로가 됐고. 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쑥스러워서 하려다가 말고, 툭툭 던질 때도 있거든요. 술이나 먹으면 하지, 제 정신으론 못하겠더라고요. 하하. 여빈이가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고, 저에게 그렇게 해줘서 너무 행복했어요. 저도 여빈이처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들게끔 너무 멋진 친구에요.”
송혜교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될 예정이다. 그가 보여줄 새로운, 또 다른 얼굴이 기대되는 때다.
“아직 ‘더 글로리’를 보고서 그 생각으로 들어오는 작품들이 많아요. 예전보다 확실히 멜로보다는 코믹이나 장르 쪽이 많이 들어오는데 코믹도 너무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풀하우스’ 할 때 재밌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 후 가벼운 로코를 해본 적이 없어요. 40대에 맞는 코미디 작품이 있으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UA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