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인터뷰②] 손유동·김기택 "1년에 여섯 작품, 좋아해서 할 수 있었죠"
- 입력 2025. 01.28. 07: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2024년 대학로 극장가에서는 손유동, 김기택 두 배우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었다. 두 배우 모두 한 해 동안만 각 여섯 작품에 출연하며 누구보다 바쁘게 달려왔다.
'카포네 밀크'
두 배우는 지난 2022년 연극 '헤르츠클란'을 시작으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뮤지컬 '새벽의 입구에서', 그리고 공연 중인 뮤지컬 '카포네 밀크'까지 총 다섯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여러 작품을 함께한 만큼 무대 위의 두 배우는 꽤나 닮아 있다.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연기, 그리고 다정함이 묻어 나오는 캐릭터는 '손유동', '김기택'이라는 배우를 믿고 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손유동, 김기택은 셀럽미디어와의 설날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또한 새해를 맞아 올해 이들이 세운 계획과 목표 등도 함께 들어봤다.
▶ 지난해 두 배우 모두 각각 여섯 작품(개막일 기준)에 출연했어요. 정말 바쁜 한 해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던 각자의 원동력이 있나요?
손유동 : 저는 오히려 억지로 누가 시키면 못하는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재미있고, 좋고, 제가 하고 싶었으니 가능한 거죠. '멈춰야 보인다'는 말도 있잖아요. 사실 한 해를 돌아보고 나면 열심히 살았다 싶지만, 일하고 있을 땐 막상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보다 극한 직업이에요. 연습도 일찍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할 때도 많고, 자유로워 보여도 보기보다는 시간 투자가 많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좋아서 하는 게 아니면 절대 이렇게 못 했을 거예요. 만약에 이 정도로 시간을 들여서 다른 일을 하라고 했으면 저는 지쳐서 못 했겠죠. 저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아예 어릴 때부터 노래, 연기, 춤 레슨을 받을 거예요. 정말 배우라는 일이 좋고 재미있거든요.
김기택 : 저는 감사하게도 작년에 이렇게 여러 작품을 동시에 처음 해봤어요. 그래서 저는 형이랑 다르게 오히려 바쁘다는 걸 많이 느꼈죠.(웃음) 사실 '마이 디어 앵거'라는 작품을 통해 1인극의 형식을 처음 해보니 더 바쁘고 정신없다는 걸 느끼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저의 선택이었고,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힘들어도 감내하고 웃으면서 하는 거죠. 아마 배우들이 같은 마음일 거예요. 사실 저도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서 다른 일을 이렇게 시켰으면 못했을 것 같거든요.
▶ 두 분 모두 여러 작품에서 찾아주는 만큼 배우로서의 장점과 매력이 또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서로가 보기에는 어떤가요?
김기택 : 유동이 형은 일단 목소리죠. 제가 '헤르츠클란' 때 처음 형이랑 만나서 작업을 했는데, 목소리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발성도 워낙 좋았고요. 그리고 평소에 형한테 얘기한 적은 없지만, 정말 대본을 잘 보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여태 함께 작업한 배우 중에서도 손에 꼽아요. 그래서 많은 제작사들이 창작 초연 작품을 할 때 유동이 형을 찾는 것 같아요.
손유동 : 사실 기택이를 포함해서 다른 어린 배우들을 보면 가진 게 많은 느낌이라서 부러워요. 저는 아등바등 노력했던 것 같은데, 기본적인 실력들도 그렇고 애초에 출발선이 다 앞서 있는 것 같아요. 요즘 특히 그게 더 많이 느껴져서 부러울 때가 많더라고요.
▶ 함께 호흡을 맞춘 게 벌써 다섯 작품 째예요. 아무래도 서로가 그만큼 잘 맞는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는데, 서로가 지켜 본 배우 손유동, 김기택은 어떤 사람인가요?
손유동 : 저는 의리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기택이는 의리도 좋고 사람 결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원래는 한두 개는 잘 맞아도 다수가 잘 맞기는 힘들거든요. 그런데 기택이는 연기할 때, 밥 먹을 때, 쇼핑할 때까지도 다 잘 맞는 편이죠. 그리고 기택이가 운동을 잘해서 귀찮게 같이 하자고 할 때가 많은데 항상 와서 잘 알려줘요. 물론 싫을 땐 싫다고 하고, 제가 선배라서 억지로 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그래도 같이 와서 해주는 것 자체가 고맙죠. 저는 목 디스크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기택이랑 운동을 같이 하면서 재미가 붙은 것도 있어요. 운동하려다가 피곤하면 그냥 집에서 쉬게 되는데, 약속을 해놨으니까 나가게 되는 거죠. 둘 다 공연을 끝내고 너무 피곤했는데도 서로 미리 약속한 바람에 억지로 나간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도 막상 하고 나면 서로 잘했다고 생각하죠. 동료라기보다는 좋은 동생이 생긴 느낌이에요.
김기택 : 저도 정말 잘 맞는 형을 만난 느낌에 더 가까워요. 아무래도 사람끼리 하는 작업이다 보니 저도 편하고 좋은 사람이랑 작업을 하는 게 좋죠. 잘 맞으니까 이렇게 같이 다섯 작품이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지금 '카포네 밀크'도 정말 재미있게 하는 중이에요.
▶ 두 분 모두 각각 '랭보', '모리스'로 또 차기작 소식이 떴어요. 차기작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손유동 : 이번에 '랭보'라는 작품에 앵콜 공연으로 또 다시 참여하게 됐어요. 그 당시 공연에서 못 찾았던 것을 찾기 위해서 처음 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김기택 : 최근에 작품 준비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카포네 밀크'의 밀크도,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순호도 극을 끌어가는 인물이긴 했는데 이번에는 결이 조금 다르죠. 1롤 타이틀이라는 부담감도 있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들이 무대에서 표현이 안될 때가 있고, 관객분들이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실 때도 있거든요. 그런 걸 잘 맞춰가기 위해서 열심히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창작 초연 작품이고, 어떤 역할의 시선을 따라가느냐에 따라 극이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지점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대본 수정도 계속되고 있고, 모리스의 시점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나머지 역할도 놓치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있죠. 관객분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 앞으로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을까요?
손유동 : 지금처럼 꾸준히 오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목표예요. 예전에는 열심히 하려는 마음 때문에 트러블도 생기고, 그동안 영리하게 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관계들이나 주변 사람들도 생각하고 포기할 건 포기했어야 했는데, 열정만 가득해서 일단 잘 만들고 잘 하는 것만 생각했죠. 이제는 그런 부분들도 챙기면서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기택 : 저도 같이 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유동이 형이랑 이런 얘기를 사석에서도 평소에 많이 하는 편이라 생각이 비슷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닿는다면 뭐든 해보고 싶어요.
▶ 올해 설날에 계획이 있나요?
손유동 : 이번 명절에도 '더 픽션', '카포네 밀크' 공연이 있어요. 계속 공연하겠지만 시간을 조금이라도 내서 부모님과 식사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김기택 : 저도 연습과 공연이 있는데, 여유가 있는 날이 생기면 열심히 잠을 보충해 보려고 합니다.
▶ 설날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나요?
손유동 : 제가 동그랑땡을 좋아해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큰엄마 집에서 전날 전을 부치면, 항상 제가 옆에 앉아있었죠. 제가 좋아하니까 바로 옆에서 먹을 수 있는 동그랑땡을 따로 만들어주셨거든요.(웃음) 그리고 사촌 형들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제가 형들한테 오락실 가자고 해서 놀러 갔던 기억도 있어요. 또 큰엄마 집에 가면 타자기가 있었는데, 그게 실제로 작동이 됐었거든요. 그게 신기해서 그걸로 글을 쓰면서 놀았는데, 가끔 공연에서 타자기를 쓰면 그때가 떠오르기도 해요.
김기택 : 제가 헬스장 문 닫는 것에 예민해요.(웃음) 저희 둘 다 먹는 걸 좋아해서 둘이 식당에 가서 메뉴 5~6개를 시켜서 먹은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형이 말라서 같이 먹어도 저만 살찌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리고 예전에 코로나랑 졸업이 동시에 겹치는 바람에 연기를 못 하게 돼서 몸이라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운동을 열심히 했던 시기도 있었고요. 그래서 제가 운동 강박이 있어요. 평소에도 스스로 관리가 안 되는 걸 싫어해서, 명절이 되면 항상 '헬스장 언제 또 문 닫나'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 새해를 맞아 새운 올해 목표가 있나요?
유동 : 건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면 장애가 조금 있는데, 그걸 고치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거든요. 예전에는 공연에 신경 쓰다 보니 대본이 안 외워지면 밤을 새워서라도 외우니까 건강을 해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건강을 조금 더 챙기게 된 것 같아요. 다행히 운동을 시작하면서 건강도 더 생각하게 됐고요. 요새는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비는 시간이 생기면 운동을 하고 오거든요. 습관화가 잘 됐으니 놓치지 않고 유지하면서 건강을 챙겨보려고 해요.
기택 : 올해 목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일을 쉬지 않고 하는 거예요. 많이 하고 싶다기보다는 코로나랑 졸업이 겹치면서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강제로 연기를 못했다 보니 불안감이 늘 있거든요. 그때가 불행했던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못하는 게 힘들었어요. 프리랜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고민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을 사건 사고 없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다음으로 올해는 제 스스로가 리프레시할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싶어요. 작년에 열심히 살면서 지치지 않으려면 리프레시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큰 걸 바라는 건 아니고, 가끔 숨을 쉬어가는 취미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설날 인사 한마디씩 부탁드려요
손유동 : 새해에는 건강하고 돈 벼락 맞는 한 해 되길 바랍니다.(웃음)
김기택 :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새해부터 주변에 일들이 많은 것 같아서 제 주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