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터디그룹' 이장훈 감독의 보석함이 열리다[인터뷰]
- 입력 2025. 01.31. 07: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이거 미쳤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저는 작품을 할 때 재미냐, 의미냐를 놓고 보면 항상 100% 재미를 추구하거든요. 저에게는 '재밌다'가 최고의 찬사에요. 이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이런 건 잘하는 분들이 따로 있을 테니까요. 저는 오로지 힘든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줄 수 있는 작품,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해요."
이장훈 감독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극본 엄선호 오보현, 연출 이장훈 유범상)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몰빵된 윤가민이 최악의 꼴통 학교에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며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코믹 고교 액션물이다. 황민현, 한지은, 이종현, 신수현, 윤상정 등이 출연한다.
이번 작품은 이장훈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다. 그는 공개를 앞두고 "저는 당연히 매번 설레고 즐거운 기간인 것 같다. 공개된 후야 하늘에 맡기는 거고 그전까지는 기다리는 게 재밌다. 영화만 하다가 처음 하는 TV 시리즈라 또 새로운 경험이고 앞으로 5주간은 설렐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처음 연출한 시리즈물의 장르는 다소 생뚱맞게도 '고교 코믹 액션'이다. 전작과는 180도 다른 느낌의 작품을 들고 온 것. 이장훈 감독은 "'기적' 끝나고 제안을 받았고, 원작 만화를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그때 코로나가 진행되던 시기라 영화사들도 대부분 시리즈를 준비하던 상황이었고, 제안받는 게 다 시리즈물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제일 눈에 띄었죠. 안 그래도 단순한 액션물을 하고 싶었어요. 캐릭터들의 매력이 좋고 액션도 실컷 할 수 있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TV 시스템은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경험해 봤어요."
이장훈 감독은 원작 웹툰이 가진 강력한 매력 포인트는 캐릭터에 있다고 느꼈단다. 작품에는 주인공 윤가민, 메인 빌런 피한울을 비롯해 스터디그룹 담당 선생님 이한경, 그룹원 김세현, 이지우, 최희원, 이준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중 주인공 윤가민 역에는 황민현이 캐스팅됐다. 현재 황민현은 군 복무하고 있는데, 이장훈 감독은 "공개를 1년을 미룰 수 없다. 어차피 작품의 힘으로 부딪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 민현 씨도 속상해하고 있다. 4화까지 편집본을 보여준 것 같은데 본인은 되게 좋아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근황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처음에 회사에서 추천을 해주셨어요. (황민현 씨의) 사진을 봤는데 가민이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팅했는데, 눈빛에 소위 말하는 광기가 가득했어요. 그 친구가 독특한 게 대화할 때 상대방 눈을 뚫어져라 보는 습관이 있더라고요. 엄마한테 어렸을 때 대화할 때는 상대방 눈을 똑바로 보는 거라고 교육받아서 그렇다는데 그게 가민이스러웠어요. 또 피부도 뽀얗고 눈빛도 맑지만, 사람 자체가 가진 느낌이 맑아요. 그런 부분을 캐릭터로 살리면 좋겠다, 보여서 캐스팅했죠."
그러면서 이장훈 감독은 가민보다 오히려 한경을 캐스팅하는 부분이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원작에서부터 풀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어요. 비현실적인 캐릭터들 사이에서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 사이에서 존재감을 뿜어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죠. 또 사회초년생이니까 선생님이지만 어설픈 선생님이잖아요. 아이들과 똑같이 성장할 수밖에 없고 변화를 주는 역할이지만 본인도 성장캐이기때문에 초반에 포기하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게 비호감이 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을 생각하느라 복잡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가민는 주인공이지만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인데 한경이는 오히려 성장을 많이 해야 하는 그 부분에서 어려웠던 것 같아요. 배우하고도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이 밖에도 '스터디그룹'에는 이종현, 신수현, 윤상정, 공도유, 홍민기, 차우민, 백서후, 주연우, 임지섭 등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장훈 감독은 캐릭터에 맞는 매력적인 배우를 찾기 위해 3개월간 1500 여명의 신인 배우, 배우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는 독기를 보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이장훈의 보석함'이 열린 것.
"황민현 씨 외 다른 학생들은 거의 100% 오디션으로 뽑았어요. 세봤더니 40명 정도 됐죠. 처음에는 캐스팅 디렉터님이 가져다주신 걸 봤는데 성에 안차서 공개오디션을 진행했어요. 매니지먼트 소속 모든 배우들, 프로필조차 없는 연습생까지 긁어모아서 보고 추려서 캐스팅했죠. 역할과의 싱크로율을 떠나서 제가 생각하는 배우들을 찾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공개 오디션밖에 방법이 없었어요. 하나둘 채워지는 걸 보면서 되겠다, 싶었죠. 보석들이 발견되니까 전쟁 나가기 전 무기를 비축한 느낌이 들어서 든든했어요. 거기서부터 만족스러웠죠."
'스터디그룹'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통쾌한 액션이다. 이장훈 감독은 절대 지지 않는 캐릭터를 통한 쾌감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면 어떡하지, 조마조마하면서 보는 맛도 있지만 절대 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안심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고 봐요. 예를 들면 '범죄도시' 시리즈 마동석 씨 같은 캐릭터죠.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안심하면서 어떻게 상대를 물리칠지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죠."
다만 개연성을 위해 빌런의 악한 면모를 부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학원물이지만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을 받게 됐는데, 이장훈 감독은 "일부러 19세로 맞춰야지 한 건 아니지만, 이건 포기할 수 없었다. 액션의 타격감, 쾌감, 빌런의 악한 설정 이런 건 순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있어서 감수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학원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가장 큰 이유는 괴롭힘인 것 같아요. 저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 그 시간을 견디는 게 힘들어요. '스터디그룹' 원작에서는 그런 고통스러움 잘 안 느껴졌는데, 있을 법한 이야기로 그려져서 공감되는 게 아니라 비현실적인 판타지로 밀어붙여서 그렇거든요. 아예 더 비현실적으로 만들어서 공감의 영역을 줄이고 만화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빌런들이 괴롭히는) 시간을 물리적으로 줄이되 강도를 더 높여서 짧지만 더 악한 모습을 그렸죠. 그렇기 때문에 액션의 강도는 당연히 키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걸 순화시키는 건 작품의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처음부터 고민했어요. 일진 미화, 폭력 미화 이런 부분에 대해 대본 시작부터 고민하고 노력했어요. 19세는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스터디그룹'은 현실 속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 고발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저 고교 히어로 액션물이라는 판타지물의 자리를 지킨다.
"저는 학원물 시작할 때부터 하고 싶지 않았던 건 명확했어요. 학원물을 통해 청소년, 학교의 문제를 고발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시도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작품은 오로지 오락물로서 최대한 충실하게 기능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판타지물이고 심심풀이로 심심함을 타개하기 위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해요."
이장훈 감독의 신조를 바탕으로 '스터디그룹'은 빠른 전개, 힙합 장르의 OST 등으로 리드미컬하고 스타일리시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특히, 이장훈 감독은 OST와 관련해 "힙합 음악이 어울리는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을 하게 돼 무척 신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더더기 있고 지루한 걸 못 견디는 스타일이라서 지루한 순간 보이면 쳐내야 속이 편해요. 한 화 끝나고 '벌써 끝났어?' 하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어요. 편집적인 리듬감, 음악 쓰는 방법 때문에 (전개가) 빠르다는 생각이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도 그때그때 맞는 음악을 쓰다 보니까 중구난방으로 들릴 수 있고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일단은 신나게 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믹스된 장르들이 컨셉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해서 오프닝, 엔딩은 꼭 힙합으로 하고 싶었어요. OST에 힙합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해서 곡 구하는 게 어려웠죠. 음악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음악도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거 다 했다"고 후련함을 내비친 이장훈 감독은 성적과 관련해서는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불리한 상황이고 저희 작품이 경쟁작에 비해 출발점이 한참 뒤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군대에 가 있다 보니 홍보 방법도 쉽지 않다. 작품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 입소문을 바랄 수밖에 없는데, 재밌으면 알아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또 원작 만화가 시즌3 연재 중인 만큼, 시리즈물의 시즌제에 대한 관심도 당연했다. 이장훈 감독은 이와 관련해서도 "괜히 설레발치지 않겠다"고 했다.
"시즌제를 하고자 하면 원작이 시즌 2, 3까지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요. 근데 이번에 잘 돼야 그다음이 있는 거잖아요. '시즌2를 염두에 둔 듯한 엔딩 하지 말자' 생각하고 이 자체로 완성도 있고 만족스럽게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만약 시즌2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오더라도 황민현 씨가 제대하려면 1년 남았어요. 그동안 대본 써도 되죠. (웃음)"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