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정지소의 터닝 포인트[인터뷰]
입력 2025. 01.31. 14:51:14

정지소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마지막 회를 보고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펑펑 울었다. 나 자신을 많이 투입 시킨 작품이었던 만큼 더 애정이 가던 것 같다" 정지소는 '수상한 그녀' 속 하루아침에 20대로 변한 70대 할머니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 연기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많은 것을 경험하며 또 한 번 성장했다.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배우 정지소.

KBS2 수목드라마 '수상한 그녀'(연출 박용순/ 극본 허승민)는 칠십 대 할머니 오말순이 하루아침에 스무 살 오두리로 변하게 된 뒤 젊은 시절 못다 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한번 가수에 도전하며 빛나는 전성기를 즐기게 되는 로맨스 음악 성장 드라마다. "처음 큰 역할을 맡은 만큼 뜻깊은 작품이었다. 시원섭섭하고 아쉽지만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영광이었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극 중 정지소는 하루아침에 70대에서 20대로 변한 오두리 역으로 분했다. 오두리는 젊어진 외모와는 달리 할머니 감성만은 그대로 지닌 인물이다.

"평소 왈가닥한 성격은 아니다 보니까 최대한 오바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정도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왈가닥해야지 오두리의 매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목소리도 더 이상하게 내보고 사투리도 맛깔나게 해보고 볼거리가 있어야지 않을까 생각하고 연기했다. 작가님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70대는 가정을 책임지다가 더 이상 책임질 수 없게 되는 입장이 되는 나이대가 될 수도 있고, 20대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다가 사회에 나가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감정과, 환경의 변화들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정지소는 70대 할머니 오말순의 감성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과감한 뽀글 머리와 올드 패션을 장착, 충청도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극을 이끌었다.

"가발을 처음 썼을 때 차에서 못 나가겠더라. 내가 이걸 차에서도 나가지도 못하면 화면에 나오는 걸 어떻게 참을까, 내가 쓰고 어떻게 연기를 할지 생각이 들었다. 리를 극복하려고 가발을 쓴 채로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도 했다"

특히 배우 김해숙과 2인 1역(오말순)으로 활약한 동시에, 1인 2역을 맡은 김해숙과 완벽한 자매 호흡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정지소는 함께 호흡한 김해숙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김해숙 선배님에게 배운 게 너무 많다. 작은 신들까지도 빼놓지 않고 다 잡아주신다. 매신 온 힘을 다 쏟아서 연기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수십 년을 연기하시면서도 한결같이 저렇게 하시지? 보면서 저도 꼭 먼 훗날 선배님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야겠다고 다짐했다. 자매 연기를 할 때도 선배님을 더 동생처럼 대하고 눈도 제대로 쳐다보고 함부로 대해야 하는 데 편하게 할 수 있게끔 잘 이끌어주셨다"


동명의 영화를 10년 만에 리메이크한 드라마 ‘수상한 그녀’는 원작에 없었던 확장된 캐릭터와 스토리로 재미를 더했다.

"아무래도 원작이랑 드라마랑 대본이 다른 것도 있지만 최대한 원작의 매력과는 또 다른 드라마의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원작의 할머니 매력과는 또 다른 할머니의 매력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확장된 인물들의 서사도 매력이 있고, 결말이 달리진 부분도, 저희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음악들이 더 추가된 것도 원작만큼의 사랑을 받진 못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한다"

극 중 대니얼(진영)과 오두리의 러브라인도 안방극장에 설렘을 안겼다. 다만 일각에서는 겉모습만 20대인 오두리와 대니얼과의 로맨스가 몰입이 방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모두에게 숙제였다. 말순이 젊은 몸이 되었을 때 호르몬의 변화라든지, 혹은 지나가는 추억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런 재판 신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어려웠다. 애정신에서도 뽀뽀 버전으로도 찍어보고 그냥 안는 것도 해보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었다. 진영과의 호흡은 좋았다. 실제로 작곡, 프로듀싱도 하고 연기도 하시는 분이다. 드라마 자체가 음악이 많이 들어갔다 보니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결말도 달랐다. 드라마 '수상한 그녀'는 영화 원작과 달리 오두리가 오말순으로서의 남은 삶을 포기하고, 오두리로 남아 꿈을 선택한다. 정지소 역시 오두리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단다.

"나라도 젊은 인생을 선택했을 것 같다. 딸 지숙(서영희)에게 치매 걸린 몸으로 피해를 주거나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말순의 마음이 이해됐다. 어린 두리가 아닌 말순의 모습으로 사라지게 되면 데뷔를 앞둔 친구들에게도 막중한 피해가 되기도 하고 손녀 하나(채원빈)에게도 미안한 선택이 되지 않나"


이번 작품에 어느 때보다 애정을 쏟았다는 정지소. 오두리의 사소한 손동작부터 표정까지 몸소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에 엄청 애정을 쏟았다. 마지막 회를 보고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했던 느낌이 들 정도로 펑펑 울었다. 원래 작품을 할 때 누군가의 전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대본 그대로를 연기하는 것에 집중이 되어 있었는데 다양한 의견을 내면서 저를 되게 많이 투입 시킨 작품이었다 보니 더 애정이 같던 것 같다. 그만큼 작가, 감독님도 제 말을 많이 들어주셨다. 애드리브도 진짜 많았다. 할머니 연기를 할 때 앞뒤로 체조한다거나, 웃기는 표정, 국자를 흔드는 것 등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직접 짜서 갔다. 이랬던 작품이 처음이었다. 감독님이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 행복했다"

좀 더 유연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지만 정지소에게 '수상한 그녀'는 큰 도전이자, 배움이었다.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정지소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제가 겪어보지 못한 세대를 연기하는 게 가장 컸던 도전이었다. 연기를 하면서 그 세대의 어머니, 아버지들의 마음을 공부하면서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고, 도전으로부터 큰 배움이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사랑이란 걸 해보면 그 이후에 연애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듯, 작품에 애정을 갖게 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틸다 스윈튼 처럼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도화지 같은 얼굴에 각 작품의 색을 진하고 매력있게 칠하신다. 저도 어떤 작품을 맞닥뜨렸을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안 해본 장르, 배역을 해보고 싶다. 마냥 착한 역할 말고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역할들을 해보고 싶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튜디오브이플러스, 티엔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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