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 부모들 언로 개설 Vs 민희진의 침묵
- 입력 2025. 02.04. 11:20:27
- [유진모 칼럼] 뉴진스라는 그룹 이름을 포기한 '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의 부모들이 지난달 31일 소셜 미디어 계정을 개설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민지 등 5명은 지난해 11월 29일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이 무효하다고 선언한 뒤 독자적 노선을 걷고 있다. 얼마 전 새 활동 이름을 공모한다고 알렸다.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와의 여론 전면전을 예고한 셈.
뉴진스
그들은 "하이브와 어도어가 또다시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허위성 기사를 유포하기 위해 여러 기자와 접촉하고 있다는 정황을 제보받아 본 계정을 생성하게 됐다. 긴 분쟁으로 피로한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매우 송구스럽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채널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인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갈등은 지난해 4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에 도전하는 기자 회견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해임하고 이사 직을 유지시켰지만 민 이사는 퇴사했다. 그러자 민지 등은 어도어의 의무 불이행 등을 이유로 전속 계약이 무효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어도어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한편 공개적으로 민 전 대표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도어는 뉴진스의 전속 계약 기간이 2029년 7월까지라며 전속 계약 유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한편 연예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의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현재 민지 등은 다른 연예 기획사에 적을 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기획사를 설립한 것도 아닌 상태. 여론전에서 하이브에 열세라는 것을 알고 대비책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구텐베르크 이래 인간의 생활은 미디어(정보, 기술, 번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었다. 특히 마셜 매클루언은 1964년 저서 '미디어의 이해'를 통해 매스 미디어의 역할을 정확하게 알리는 가운데 '핫&쿨 미디어' 이론으로 오늘날을 예고한 바 있다. 20세기까지는 정보량이 많고 그 내용이 정확함에 가까운 핫 미디어가 사실상 인간을 지배했다.
당시 신문, TV, 라디오를 비롯해 잡지 등의 인쇄물들이 여론 형성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이 핫 미디어들은 일방향이었다. 독자, 시청자, 청취자 등은 매스 미디어의 보도나 활자 등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박정희, 전두환 등의 독재자들이 쿠데타 때 신문사와 방송사부터 점거하고 이후 사주와 기자들을 협박하거나 매수한 게 그 증거.
그러나 지금은 완전한 쌍방향 소통의, 쿨 미디어의 시대이다. 동영상이나 기사 등에 모든 대중이 댓글을 달아 의견을 표시하는가 하면 대중끼리 소통하면서 여론을 형성하는 시대이다. 어쩌면 민지 등의 기존의 선례에 없던, 가수가 소속사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 자체가 쿨 미디어 시대를 보여 주는 행동이었다고도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잘잘못은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다. 민지 등의 부모들이 소셜 미디어를 개설한 것 자체가 쿨 미디어를 보여 준다. 아무래도 소셜 미디어 개설 이전에는 조직 차원이나 자금 동원력 차원에서 민지 등이 하이브에 대해 열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민 전 대표나 민지 등이 거대 공룡을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한 게 대중의 응원을 받는 배경이다.
민지 등은 자신들만의 언로를 개척하겠다는 의지이다. 1440년 금속 활판 인쇄술의 발명 이래 미디어는 인간의 사회를 리드했으며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플랫폼이나 번역기(미디어)의 형태가 달라질 따름이다. 현재의 강력한 미디어는 특정 동영상 플랫폼과 SNS이다. 민지 등은 그 언로는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지 등과 민 전 대표는 그 방법론을 아주 잘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책임론에서는 언로를 차단하는 듯하다. 최근 한 기업 회장이 민 전 대표와의 만남을 폭로한 바 있다. 두 사람이 멤버 중 한 명의 큰아버지의 주선으로 만나 투자 및 뉴진스를 빼돌리는 방법론을 논의했다고 그 회장은 주장했다. 이는 피프티 피프티 같은 템퍼링 의혹이다.
그러나 민 전 대표는 함구하고 있다. 첫 기자 회견 이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과 의지를 피력해 온 그녀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현재의 미디어는 쌍방향 소통의 번역기이다. 많은 정보를 담지 않더라도 서로의 의견을 소통하고 번역해 줄 필요성은 확실하다. 민지 등의 주장이 당당하다면 민 전 대표도 자기 의견과 주장을 피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게 쌍방향 쿨 미디어의 시대이다. 쿨 미디어 시대에 여론 형성에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의 침묵은 결코 금이 아니다.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