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200년 이어졌으면”…뮤지컬 ‘명성황후’, 생명력 증명한 30주년 [종합]
- 입력 2025. 02.04. 17:07:03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클래식하면서도 더 웅장해졌다. 역사 속 장면이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3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명성황후’가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키며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명성황후'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기념공연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김문정 음악감독, 안재승 연출, 윤호진 예술감독, 윤홍선 프로듀서, 배우 차지연, 신영숙, 김소현, 강필석, 손준호, 김주택, 양준모, 서영주 등이 참석했다.
이날 장면 시연은 미우라에 대한 판결부터 백성이여 일어나라까지 총 15개의 무대로 꾸며졌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안재승 연출은 “항상 역사를 다루는 극이 나올 때마다 창작진은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비극적 사건을 통해서는 그 교훈을 통해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연의 형태, 기록물로 남긴 과정이었다고 말씀해주신다. 특히 을미사변을 다루는 이 극이 해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 든다”라며 “이번 ‘명성황후’ 경우, 보다 젊은 관객들, 어린 관객들이 공연을 쉽게 이해하도록 시도하지 않았던 한글자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매체에서는 자막을 많이 활용하는 추세인데 저희는 옛말, 고어들이 많이 사용하는 극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쉽게 이해하도록 한글자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비이자 격변의 역사 속에서 살아간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1995년 그녀의 시해 100주년을 기념해 초연됐다. 이 뮤지컬은 한국의 저명한 작가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을 바탕으로 하며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가 협력해 50곡 이상의 음악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7년에는 한국 창작 뮤지컬 중 최초로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넘었고, 2009년에는 1000회 공연을 달성했다.
윤호진 예술감독은 “1982년, 런던으로 연극 공부를 하러 가 처음 본 게 ‘캣츠’였다. 이렇게 무대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이런 것들이 분명히 우리나라 시장에도 틀림없이 큰 자리를 잡을 것 같더라. 그렇다면 우리도 늦었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접하고, 공부하면서 어떤 뮤지컬을 가지고 만들어야 세계시장에 보여줄까 생각이 들었다.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는 일본 작가가 쓴 책도 나왔고, 그동안 안 좋게 평가받았던 민비에 대한 것들이 새롭게 반대의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역사에 대해 관객들에게 교훈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면서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역사극을 다룰 때 애국적인 것만 너무 다루면 한 쪽에서 좋은 평가를 주지 않기에 세 가지를 목표를 잡고, 시도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록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머릿속에서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만들어보자 했고, 30년 간 이렇게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계적으로 계속 진화된 건 저희 작품 밖에 없다. 앞으로 ‘명성황후’가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 친구들이 잘 만들어 가지 않을까”라며 “우리도 더 발전시킨 ‘명성황후’를 만들어 100년, 200년 넘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기대했다.
‘명성황후’ 30주년 기념공연은 작품의 전통적 가치를 이어가면서도 현대적인 연출적 감각을 더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통적인 미학을 살린 무대 디자인은 시대의 고유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캐릭터 간의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드라마는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더불어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국악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음악은 ‘명성황후’만의 독창적인 넘버를 돋보이게 하면서 공연의 풍성함을 극대화한다.
윤호진 예술감독은 30년 간 뮤지컬 ‘명성황후’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역사, 재미, 역사의 보편성 등 세 가지가 어우러져 올 수 있었지 않나. 특히 보편성이라는 건 뉴욕에 처음 가려고 했을 때 우리가 어느 수준에 도달해있는지 비교해봤다. 우리 생각대로 중간급은 되겠다, 한 번 가보자 해서 갔다. 의외로 많은 미국 관객들에게 엄청난 찬사를 들었다”면서 “어떤 한 분은 ‘너희의 어려웠던 부분을 승화해 가져와 하는 게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우리 것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구나. 누가 봐도 우리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보편성이 더해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는 대중음악에 한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분이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건반 연주자로 만나고, 음악감독으로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알게 됐다. 음악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건 동양적인 음악성, 색채를 다양하게 입혀 외국인이 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근본을 더 기울여 보게 되는 게 다분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많은 연주자와 협업했는데 사물, 꽹과리, 징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그게 K문화, K컬처의 시작점이 아니었나”라며 “요즘 공연이 기술적, 혁신적으로 좋아져서 그 힘을 빌리기도 한다. 과감하고, 과격한 안무에는 녹음된 음성을 쓰기도 하는데 저희 작품은 초연했던 고전의 가치를 다룬다. 공연 끝에 감동을 많이 받으신 이유 중 하나가 역동성이 있다. 힘차고, 무대 아래, 위, 양 옆에서 뒷받침 해주는 우리만의 정신으로 이 작품이 여러분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아닌가”라고 이야기했다.
16세의 나이에 한 나라의 국모가 된 후 고종의 곁을 굳건히 지키지만 ‘여우사냥’이라는 작전에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명성황후 역은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이 맡는다. 서양 열강의 야욕과 어지러운 민심으로 혼돈의 시대를 맞아야했던 비운의 군주 조선의 26대 왕 고종 역에는 강필석, 손호준, 김주택이 출연한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배우 부부 김소현, 손준호가 각각 명성황후와 고종으로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손준호는 “고종이란 역할을 맡으면서 고종이 명성황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가 잘 표현되어 있더라. 역사적으로도”라며 “명성황후가 죽고 나서 고종이 명성황후가 묻힌 곳을 향해 매일 바라보고, 전화가 개발됐을 때 매일 묻힌 곳에 전화를 걸어 명성황후를 불렀다고 할 정도로 사랑했다고 하더라. 누구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을 거라 생각했다. 그 마음을 잘 표현해보려고 노력했다. 무대 안에서 소현 씨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내가 어떻게 표현하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까, 어떤 호흡으로 했을 때 잘 표현될까’ 물어봤던 것 같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는데 그 전에는 이런 소통보다는 제 역할에 대해 관객에게 전달해주려고 했으면 지금은 부부의 관계성에 있어 사랑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소현은 “올해 초 경복궁에서 명성황후 노래를 불렀던 적 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실제 명성황후와 고종이 이 옷을 입고 걸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사하더라. 실제 부부가 연기한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라며 “평상시에도 서로 조언을 많이 해준다. 자존심 상하고 그런 것 없이 ‘어떤 게 좋더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많은 시너지가 되는 것 같다. 같은 부부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다른 고종을 만났을 때도 또 다른 시너지가 되어 모든 배우들이 케미가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김주택, 차지연은 30주년 ‘명성황후’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김주택은 “저는 뮤지컬에 몸을 담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뮤지컬이 얼마나 대단한지 처음에 몰랐다. 회차 마다 위대한 선배님들이 말씀하는 걸 들으니 멋진 작품이고, 클래식한 고전의 가치가 있고, 몇 없는 사극을 다룬 뮤지컬이라 소중하게 느껴진다. 고종으로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차지연은 “‘명성황후’는 많은 분들의 연구, 노고, 피와 땀, 열정으로 30년 동안 견고하게 지어진 단단한 성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견고하고, 멋지고, 웅장한 성의 문이 저를 향해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환영해주고, 기꺼이 받아주고, 참여하게 해주고. 굉장히 진부한 표현이지만 영광이다. 그 이상 더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는 것 같다”라며 “견고한 틀을 제 멋대로 변형하거나, 부서뜨리거나, 덧대고 할 수 없지만 외부의 색깔, 가구의 배치 정도 저만의 색깔을 가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제 프로필에 ‘명성황후’만이 쓰여진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조선의 무장이자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를 마지막까지 지킨 호위무사 홍계훈 역에는 양준모, 박민성, 백형훈이 캐스팅됐다. 또 강력한 쇄국 정책으로 섭정을 펼치다 고종의 친정 선포로 권력에서 물러나게 된 흥선대원군 역에는 서영주, 이정열이, 명성황후 암살을 지휘한 일본 장교 미우라 역에는 김도형과 문종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에는 운명의 무게를 견디리라, 수태굿, 무과 시험이 새로운 넘버로 추가됐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베테랑 배우들과 뉴 캐스트들의 완벽한 호흡은 작품의 깊이를 더할 전망이다.
‘명성황후’는 1월 21일부터 3월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장정을 이어간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