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이슈]넷플發 ‘제작비 인플레’…위기의 'K-드라마' 돌파구는?
- 입력 2025. 02.06. 16:05:27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 수가 3억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넷플릭스의 호실적 배경엔 전 세계를 강타한 대표 K-콘텐츠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흥행이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의 선진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눈에 띄게 줄어든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올해는 80편?
국내 드라마계는 '위기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업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 편당 제작비가 급격하게 상승해 자금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편당 최소 10억원에 달한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만 해도 편당 평균 제작비가 5억원 정도였다. 지난해 최대 흥행작 tvN '눈물의 여왕' 제작비는 편당 35억원으로 총 5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제작비는 무려 10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은 스타 배우 출연료로 할애되고 있다. 주연급 톱배우 회당 출연료는 '억' 단위로 치솟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본이 회당 3억~4억원이다. 심지어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한 배우 이정재의 회당 출연료는 10억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제작비 수직상승으로 드라마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들이 올려놓은 엄청난 제작비의 영향으로 드라마 제작 편수는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방영 기준)는 2022년 141편에서 2023년 123편, 지난해에는 100여편으로 줄었다. 올해는 80여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글로벌 OTT는 최근들어 제작비 이슈로 한국보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싼 일본에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의 드라마 제작은 국내의 절반 비용으로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OTT들은 이전보다 드라마 제작 및 투자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예능 프로그램과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티빙이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예능 등 숏폼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흥행작을 내놓았던 유명 드라마 제작사들도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예능이나 쇼트폼 제작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주연 배우들의 몸값이 무분별하게 치솟고 있다. 제작되는 작품 수 자체도 줄어들고, 제작을 해도 편성까지 가기 힘든 상황이다. 줄어든 작품들은 (출연료가 높은) 특정 톱 배우들에게 몰리고 있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 부담감은 고스란히 제작사가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거듭되는 악순환, 출연료 가이드라인 마련 가능할까
K-콘텐츠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출연료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진희 중앙대학교 첨단 영상대학원 겸임 교수는 웹진에서 "시장 논리에 따른 몸값 상승 자체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생태계 회복을 위해 크리에이터 그룹과 제작사, 투자사, 방송사와 OTT 등이 논의하여 출연료 및 생산요소에 대해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업계들의 앓는 소리에 넷플릭스 측도 내부적으로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는 지난 4일 진행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코리아'에서도 "우리도 (제작비 관련한) 많은 기사들도 봤다. 제작자들끼리 스튜디오끼리 여러 업계분들과 만나도 제작비는 화두가 되는 이슈"라며 "몇가지 요소를 볼 수 있는데 작품의 야망에 대한 크기, 공정을 위한 기간 등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제작비가 충분히 투입되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적인 부분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고 워낙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특출나게 뛰어나신 분들이 연기자로 스태프로 일을 하고 계신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경쟁상황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더불어 강 총괄은 "저희 작품들 같은 경우는 6부작~12부작까지 다양한데 배우들이 작업하는 건 기존 방송 16부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차당으로 나누고 계산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다 보면 잘못된 그림을 볼 수 있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제작비가 충분히 들어가야 하는 곳에 (제작비를) 투입하고 책임감 있게 잘 운용을 한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편당 1억 대 중반 '갓성비' 드라마 '오지송' 탄생…어떻게 가능했나
이 가운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제작비 이슈'를 타파하려는 업계의 새로운 시도도 주목할만하다. 지상파 계열사인 KBS N이 직접 제작해서 방송하고 있는 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이하 '오지송')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기 드문 '갓성비' 드라마이기 문이다. 총 12편으로 제작된 '오지송'은 편당 제작비를 1억 대 중반으로 줄여 총 17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KBS N은 "현재 방영 중인 경쟁사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1편을 만드는 비용으로 12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웹드라마 제작 방식을 도입하고 제작 일정을 효율화하는 등 다양한 비용절감 노력의 결과다. 여기에 일본, 동남아 등에서 주목받는 주연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제작비의 절반 정도는 해외 판매를 통해 충당되고 있다.
KBS N은 "고비용 문제로 드라마 시장이 침체하고 있는 것은 방송사뿐만 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큰 타격이 되기에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머리를 맞댔다"며 "좋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예전처럼 합리적인 비용으로 만들어져 한류 확산을 주도할 수 있도록 방송 관계자들의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티빙, KBS N 제공,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