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내가 사랑했던 '옥씨부인전'에게 [인터뷰]
입력 2025. 02.06. 16:20:00

임지연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박연진'이라는 이름을 작품 하나로 완벽하게 지워냈다.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타이틀롤을 소화한 임지연. '옥씨부인전'을 그는 통해 '구덕이', '옥태영'이라는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 연출 진혁 최보윤)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이다.

'옥씨부인전'은 최종회에서 13.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한 방영 중에는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세 차례나 1위를 차지했고, 임지연 역시도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3회나 정상에 올랐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임지연은 "워낙 극 중 구덕이의 삶이 파란만장했다 보니 더 애정이 많았다. 제가 너무 많이 사랑했고, 아직도 구덕이를 보내주지 못한 것 같다. 보내주기 싫고, 더 하고 싶다"면서 "2024년의 전부이자 모든 것이었던 구덕이랑 헤어진다는 생각에 뭉클하다. 이유 모를 애틋함과 뭉클함이 동시에 있는 것 같다"고 애정 가득한 종영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임지연의 첫 타이틀롤이었기에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터. 그는 "이 정도의 타이틀롤은 처음이라서 책임감이 컸다. 아무래도 옥태영의 삶을 그리는 작품이기도 하고, 제가 보여드려야 할 게 워낙 많았다. 신분도 다양한데, 멜로도 들어있고, 외지부로서의 활약도 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책임감이 컸다"며 "이렇게 큰 타이틀롤의 경험은 없다 보니 많은 선배님들이 걱정하실까 지레 겁을 먹었던 부분도 있다. 대본 리딩날 저를 한번 믿어봐달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마음을 굳게 먹고 촬영에 임했다. 현장에 있는 배우, 스태프들의 케미가 좋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타이틀롤에 더해 사극 장르도 임지연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임지연은 2016년 드라마 '대박' 이후 약 8년 만에 사극 작품을 택했다.

"이 작품에서는 한 인물이지만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인물을 표현한다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또 무엇보다 제가 사극을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제가 제일 자신 없고 안 어울릴 것 같은 사극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굉장히 고된 걸 신인일 때 경험해봤다. 얼마나 힘든지도 알았고, 얼마나 기본기가 잘 탄로 나는 장르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섭기도 했고, 그 안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가진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혼자만의 자격지심 때문에 '왜 하필 사극인가'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생각 자체가 창피했고, 아차 싶더라. 원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아도 제가 하고 싶은걸 선택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왜 초심을 잃었나 싶어 아차 싶었다.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임지연이 맡았던 구덕이는 노비 신분이지만, 일말의 사건으로 아씨 옥태영이 되고 이후 혼례 후 마님이 되고선 외지부로 활약하는 인물이었다. 또 노비 구덕이일 때부터 천승휘와 멜로 라인도 그려나가야 했다. 다채로운 면모를 담은 캐릭터를 맡았기에 임지연은 더욱 인물에 몰입해 그림을 그려나갔다.

"사극에서 할 수 있는 건 웬만해서 다 했던 것 같다. 이왕 하는 사극에서 다 시켜달라고 한 느낌이다.(웃음) 변화도 많았고, 겪어야 하는 일도 많은 인물이다. 신분 차이, 외적인 차이도 있고, 그 안에 사랑이나 외지부로서의 활약도 있었다. 그래서 정말 집중을 많이 하려고 했다. '내가 그 인물이라면'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그 인물 자체라고 생각을 했다. 어떤 작품보다도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했고, 정말 절실했다. 구덕이가 옥태영이 되고나서의 멜로라인에서는 구덕이로서의 첫 만남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연모하지만 드러낼 수 없는, 한 가정의 마님으로서 보낼 수밖에 없는 마음처럼 겉으로 표현할 수 없는 디테일한 감정 표현이 필요해서 영우랑 잘 맞춰나갔다. 사전에 상대 배우와 만나서 리딩하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 또 외지부로서는 강인함과 카리스마가 잘 보이고,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하는 만큼 촬영하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크게 다가왔다고. 그는 "분량이 정말 많았고,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지방 촬영도 많다 보니 집을 떠나 있는 시간도 많아서 한편으로는 공허함, 헛헛함, 부담감과 같은 감정들이 저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서 구덕일 땐 야윈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셨는데, 제가 따로 분장이나 준비를 안 해도 자연스럽게 그 느낌이 나오더라. 체력 소모가 많다 보니까 살이 지금보다 4~5kg가 덜 나갔다"면서도 "몸은 힘들었지만 사실 저는 아직까지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힘들게 다가오는 편이다. '옥씨부인전'의 경우, 그런 것들은 마냥 행복했기 때문에 몸이 힘든 것도 그냥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쓰러질 정도로 지쳐있어도 결국 해내니까 스스로가 대단하다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임지연이 그의 대표작인 '더 글로리'를 뛰어넘었다는 호평도 이어졌다. 이에 지금껏 '연진이'로 불렸던 임지연을 '구덕이', '태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졌다.

"아무래도 어떤 게 인생 캐릭터라고 제 입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연진이와 구덕이, 둘 중에선 견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연진이라면 요새는 구덕이와 태영이도 많이 보이는데, 거기에 임지연은 별로 없다. 그런데 앞으로도 임지연이라는 이름보다는 제가 연기한 인물의 이름으로 많이 불리고 싶다. 구덕이든, 태영이든, 상은이든, 연진이든 다 좋다. 앞으로도 계속 인생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이게 인생 캐릭터라고 하나를 딱 정하는 건 너무 슬프다.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에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듣고 싶다."



필모그래피에도 한 획을 그은 '옥씨부인전'이 임지연 스스로에게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옥태영이) 현명하게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때로는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정말 멋졌고, 제가 닮고 싶었다"고 말하며 '옥씨부인전'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때 꺼내볼 작품으로 꼽았다.

"이 작품은 제가 좌절할 때,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처음으로 닮아보고 싶은 인물을 연기했다. 또 평소에 저는 자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나는 대단해', '나는 최고야'라는 대사가 별게 아닌 것 같아도 앞에 '나는'이 붙은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본상으로는 작가님이 굉장히 유쾌하게 잘 표현했는데, 생각해보면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언제 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이제는 그 말이 필요할 때마다 보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더 글로리', '마당이 있는 집', '옥씨부인전' 등을 통해 그동안 임지연은 주로 주체적이고 임팩트 있는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들어 너무 극한의 상황에서 강렬한 임팩트가 필요한 인물들을 많이 했다. 저도 모르게 꼭 그래야 될 것만 같았고, 연기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게 전부는 아닌데, 제가 너무 거기에 갇혀있었다는 느낌"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이제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혹은 감정이 다채롭지는 않아도 평범하게 잘 이끄는 것도 해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임지연의 차기작은 이와 같은 바람에 걸맞은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 시즌2다. 그는 '배우 임지연'이 아닌 '인간 임지연'을 보여줄 것을 예고하며 첫 고정 예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솔직히 예능에서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은 버릴 생각이다. 그냥 임지연 자체로 가면 될 것 같다. 저는 '산지직송2'에서 힐링하고 싶다. 임지연이 마음껏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고, 또 잘 어울리는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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