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훼손이 '수신료·주 52시간제' 탓?…KBS의 황당한 핑계
입력 2025. 02.10. 23:19:58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KBS가 병산서원 훼손의 원인으로 TV수신료 부족과 52시간제 등 열악한 제작 여건 등을 꼽았다.

지난 3일 KBS가 홈페이지에 공개된 KBS 시청자위원회 1월 회의록에서는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병산서원에 못질을 해 문화유산을 훼손했던 것에 대한 질의 내용이 담겼다.

김영조 KBS드라마 센터장은 회의를 통해 "문화재 훼손에 대해서 저희가 정말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1월 2일에 신속한 대응이 없었다고 했는데 저희 팀에서는 나름 빨리 사태를 파악해야 했다. 그 상황에서 소품팀이 무서워서 그런지 정확한 답변을 한다고 했지만 저희가 그게 사실인지도 확인을 해야 됐고 그날 저희들도 굉장한 혼란이 있었다. 또 실제로 거짓말을 했고 그래서 그걸 확인하고 다음날 또 정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늦어진 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병산서원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인데, 드라마 제작 현장은 너무나 바쁘고 제작비도 별로 없다. 주 52시간제로 인해서 너무나 빨리 진행되어야 되는 상황들이고, 그래서 사실 드라마 제작 과정은 정말로 많은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수신료가 없거나 별로 안 들어와서 조연출도 없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 드라마에도 조연출이 없고 현장에 KBS 직원은 1명 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런 일에 대해 대처할만한 KBS 직원이 없고, 거기다가 프리랜서들이니까 이런 일에 대해서는 의식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가이드라인에 외주 스태프들에 대해서 충분히 교육을 시키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그래도 KBS도 너무나 지금 사실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일 민서홍 건축가에 의해 '남주의 첫날밤'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이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30일 민 건축가가 안동 병산서원을 들렀다가 KBS 드라마 촬영팀이 만대루에 못질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 병산서원은 경북 안동시를 대표하는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중요 사적 중 하나다.

논란이 불거지자 KBS 측은 "제작진은 지난 연말 안동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하고 소품을 달수 있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받았다.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또한 KBS는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찍은 병산서원 촬영분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경북안동경찰서는 지난 7일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 중 소품팀 소속 3명을 문화재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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