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경' 차주영을 담다 [인터뷰]
- 입력 2025. 02.15.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차주영이 첫 사극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와 정확한 딕션, 우아한 기품과 차분한 눈빛으로 원경왕후를 완성했다. '원경'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증명해 내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한 배우 차주영이다.
차주영
지난 11일 종영한 tvN X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연출 김상호/극본 이영미)은 남편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를 중심으로, 왕과 왕비, 남편과 아내, 그사이에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차주영은 태종 이방원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 역을 맡았다. 원경왕후는 고려 최고 명문거족 민제의 딸로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머리까지 갖춘 인물이다. '원경'은 그간 여러 차례 조명된 태종 이방원이 아닌, 원경왕후의 시점에서 재창조된 여성 중심 서사로 새롭게 창조하고 해석했다. 사극 첫 도전으로 캐스팅 확정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차주영은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일대기를 다뤄야 하는데 회차가 별로 안 된다. 원경왕후의 십 대부터 죽는 날까지 전사들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면서 인물의 일대기를 그려야 했던 게 어려웠다. 타이틀롤 부담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왔던 것 같다. 단순히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어떻게 이 인물을 연기하고 구현하고 표현하지에 대한 부담이었다. 연기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것들이 따라줘야 하고 내가 생각했던 이상의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원경왕후에 대한 역사적 정보가 많지 않은 만큼 준비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경' 대본을 본 순간 고민 없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정통 사극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몇 개 사극이 들어왔는데 그 중 '원경'이 가장 가까웠고 과감했다. 연기 생활하면서 내가 감히 언제 누군가의 일대기를 그려보겠나. 시도해 보고 싶고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들어서 고민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닌 '잘해야겠다'라는 마음이었다. 이미 각인된 원경왕후 이미지를 벗겨내기가 힘들 수도 있겠단 생각은 했다. 그래서 내 식대로 내가 느끼는 대로 느끼는 만큼만 하고자 했다. 관련 문헌이나 여러 다큐멘터리 등 공부할 수 있는 것들은 나름 했지만, 역사라는 게 사실 기록된 것에 의해 전해지는 거다. 흥미를 느끼면서도 불친절하게 느꼈었다. 말이라는 게 변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걸 그리는 데 있어서 비워진 부분이 워낙 많으니까 내가 원경왕후라고 생각하고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했다. 주어진 역사 팩트는 가지고 가되 빈 부분은 내가 채우자고 생각했다"
차주영의 확신은 원경왕후를 만나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를 보여줬다. 첫 사극 연기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사 톤과 딕션을 완벽히 소화해 낸 것은 물론, 섬세한 감정연기로 '사극 여왕'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차주영은 원경왕후가 느끼는 기본 감정에 사랑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원경왕후를 준비하면서 그가 느끼는 감정 기본에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에 대한 책임,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인 거다. 답이 없을 때마다 할머니를 생각했다. 남편, 자식, 백성, 신하, 친구 등 모든 것의 연결고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남편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꾼 동반자로서, 조선의 왕후로서, 무엇보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변화무쌍하게 휘몰아치는 원경왕후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낸 차주영. 말미 원경왕후의 노년까지 거부감 없이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흉내 내는 거로만 보일까 봐 걱정도 있었지만 무슨 자신감인지 괜찮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 속에서 시간이 흘러왔고 사건을 겪었고 연기를 하면서 실제로도 지쳐가고 있었다. 저도 체력적으로 소진이 되어갈 즈음에 나이 든 연기를 함에 있어서 어떤 것들이 같이 왔던 것 같다. 힘이 없고 나이가 들어서 모든 걸 다 내가 후회 없이 해서 지금의 상황에서 이렇겠지라고 생각했다. 걷는 것도 좀 느릴 테고, 여러 가지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로할 거라며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다"
다만 초반부에서 수위 높은 장면으로 연기적인 부분보다 노출에 대한 부분이 많이 부각됐다. "모든 지점이 최선일 순 없다. 왕실 부부 침실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알고 있었고 거부감은 없었다.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데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다. 다만 실존 인물이었기 때문에 혹여나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늘 있다"
이러한 논란을 예상했다는 차주영은 당시 연기에만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고 한다. 역사 고증 논란까지 심리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원경왕후와 함께 배우 차주영도 성장했다. '원경'을 통해 이전과 또 다른 모습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킨 차주영의 향후 행보에 기대감이 모인다.
"실제로 저도 인물도 같이 성장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원경왕후 또한 처음부터 왕비로 시작한 게 아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왕비가 됐다. 그도 처음 겪어나가는 것들이 많았을 거다. 그게 어설픔으로 녹여져도 나중에 우리가 해나가는 게 보인다면 이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초반에 재촬영한 부분도 많지만, 원경왕후도 성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안 썼다. 왕과 왕비로서 어설퍼 보일 수 있지만 이들도 왕은 처음이었으니. 과감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새로운 것에 늘 열려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결정한다. 물론 두려움도 있지만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없다. 앞으로 할 게 너무 많다. 여러 시대 인물로 살아보고 싶고, 그 세계를 동경하게끔 만들고 싶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고스트 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