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보영 "추구미=김무비…강단있고 멋진 사람"[인터뷰]
- 입력 2025. 02.20. 09:0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흡연하는 버석한 얼굴의 청춘, 툭툭 내뱉는 저음의 목소리. 그동안 박보영에게서 자주 볼 수 없던 모습이지만 낯설지 않다. 박보영은 새롭지만 어색하지 않게, 영리한 방식으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박보영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멜로무비'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그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와 '호텔 델루나' '스타트업' 오충환 감독이 의기투합해 완성했다.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나오기 전이었거든요. 밝은 캐릭터로 인사 많이 드렸을 때라 '저한테 주신 것 맞냐'고 했어요. 시니컬하면서 가시가 돋힌 캐릭터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오충환 감독님과 이나은 작가님, 최우식 씨라면 안 할 이유가 없었던 작품이었죠. 그런 모습을 보여드렸을 때 어떻게 봐주실까 기대, 설렘도 있었고 걱정도 했는데 리뷰나 피드백들을 보면 낯설지 않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만족하고 있습니다."
박보영은 "추구미는 김무비"라고 여러 번 말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주도적인 모습을 추구한다. 그리고 무비는 항상 강한 사람한테 강하고 약한 사람한테 약한 게 있는 것 같다"며 "준(김재욱)이가 교통사고 당했을 때 물러서지 않는 모습도 보면 참 멋진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작품에서는) 아빠에 대한 결핍을 겸이를 통해 극복하지만, 어쩌면 스스로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혼자 고민하고 엄마의 사랑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표현할 수 있는 친구고, 또 겸이한테 손 내밀 땐 손 내밀 수 있는 친구예요. 결론은 제 추구미에요. 저랑 다른 점은 가시를 밖으로 내세우거나 시니컬한 부분인데,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고집 있고 생각보다 할 말을 하는 점이에요. 강단 있는 모습은 비슷하다고 우기고 싶네요.(웃음)"
드라마 대본을 처음 본 감상을 묻자 "(이나은 작가님은) 정말 현실적인 청춘에 대한 캐릭터 잘 쓰시고 나레이션 사용을 정말 잘하신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작품이 시간의 흐름대로 따라가진 않아요. 과거 서사가 굉장히 많이 나오기도 하고요. 1회만 보시면 '저거로 사랑에 빠질 수 있어?' 하지만 뒷부분에서 더 풀리는 그런 부분이 저한테 신선하기도 했어요. 또 '멜로무비'라고 해서 멜로만 그리는 게 아니라 겸이와 준이, 저에게도 가족 이야기가 있고,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겪고 그 과정을 그리는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멜로무비' 예고편이 공개되고 이나은 작가의 전작 '그해 우리는'과 유사하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는데, 박보영은 "'다 보시면 그런 생각 안 드실 텐데' 생각했다. 같은 작가님이니까 비슷한 결이 있을 수 있다. 저도 제 연기할 때 비슷한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다른 부분이 명확히 존재해서 딱히 걱정되거나 신경 쓰이진 않는다"라고 쿨하게 답했다.
박보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동갑내기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제일 즐겁고 행복했던 게 최우식이라는 친구를 만난 것"이라며 "진짜 동갑이랑은 처음 작업했다. 오빠나 동생은 데이터가 많아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는데 동갑이라 더 어려웠다"고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밥 먹으면서 얘기하니까 비슷한 게 너무 많았어요. 저보다 걱정 더 많이 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 둘 다 걱정하다 걱정으로 끝나겠다, 생각해서 무비처럼 강단 있고 쿨하게 하려고 했어요. 제가 캐릭터로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우식 씨가 정말 겸이처럼 똥강아지 같았어요. 귀엽고. 우식 씨는 배려심도 좋은데 연기를 진짜 잘하는 친구예요. 순발력과 센스도 진짜 좋아요. 그런 건 타고난 게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갖고 싶어 하는 걸 많이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겸이한테 연기로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 들더라고요. 너무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제목은 '멜로무비'지만 사실 작품 속 인물들은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보내주고, 아파한다. 김무비는 썸을 타던 도중 갑자기 사라진 고겸(최우식)과 5년 만에 재회하고 홍시준(이준영), 손주아(전소니)는 7년 연애 끝에 이별하고 비즈니스 관계로 다시 만난다.
박보영은 김무비와 고겸의 재회에 대해 "무비로서 말씀드리자면 (조연출 때는)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썸타는 과정에서 사라진 건데,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까 너무 탓할 수 없을 관계일 수 있다. 당연히 화가 나지만 아마 고겸이 앞집으로 이사 오고 형을 봤을 때 무비는 이미 눈치챘을 것으로 생각한다. 겸이 자체가 좋은 사람이고 피치 못할 사정 이해할 수 있는 선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만약 사귀는 사이였고 박보영이였다? 그럼,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서브커플의 결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시준주아의 서사를 두고 '다시 만날 수 있다? 없다?'를 주제로 토론에 불이 붙기도 하고, 재회를 응원하는 사람과 재회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나뉘어지는 등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는데, 이날 인터뷰에서도 대화의 장이 펼쳐졌다. 박보영은 "(재회) 경험은 한 번도 없어서 미지의 세계다. 만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헤어진 이유가 있지 않을까?"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현실적으로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저도 시준 주아가 다시 만나기를 바라긴 했어요. 나중에 갈 길 갈 때는 '왜 이 커플은 해피엔딩이 아닌 거야' 하기도 했죠. 그렇지만 시준이와 주아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그런 하나의 성장을 하면서 이별을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저희 작품이 이별을 많이 다루기도 하고, 좋은 방식의 이별을 다루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던 박보영은 이번 작품으로 목마름을 해소한 듯했다. 그는 "한동안 다른 모습도 있다고 보여드린다고 애를 쓰고, 그런 작품들이 좀 많았던 것 같아서 이제는 빨리 밝은 거 하고 싶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 '멜로무비'를 통해 청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사실 아직은 제가 그렇게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라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저는 실패했을 때 끝인 줄 알았어요. 작품 하나의 승패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다음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자그마한 실패, 잘못된 선택이 끝인 줄 알았는데 과정일 뿐이라는 걸 저희 드라마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우리는 실패하기 때문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럴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 그런 말을 이 드라마에서 많은 방식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