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 봉준호 감독, 미키를 10번 더 죽인 이유[인터뷰]
입력 2025. 02.22. 07:00:00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신작 '미키17'로 돌아왔다. SF영화지만 사람 냄새, 땀 냄새 나는 게 목표였다는 봉준호 감독. 그는 '미키17' 속 미키의 성장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작은 위로와 공감을 건내고 싶었단다.

'미키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 원작으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기생충'의 칸 황금종려상, 오스카 4관왕 이후 봉준호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개봉 전부터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꼽힐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약 14페이지로 요약된 버전의 소설 '미키7'을 보고 휴먼 프린팅이라는 콘셉트에 매료됐다고 한다.

"'기생충' 개봉하기 전 작업하고 있을 때 이미 두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2018년 말 2019년 초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시작했었고, 6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영국에서 일어난 실사를 바탕으로 준비했었는데, 윤리적인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분들을 묘사하는 것에 있어서 몇 가지 모순점들이 느껴졌다. 꽤 오래 준비했지만 스스로 접게 됐다. 마음이 허하던 차에 마침 '옥자'를 같이 했던 플랜B에서 '미키7'을 보내줬다. 위너브라더스에서 판권을 산 소설이었다. 출간되기 전이었는데 콘셉트가 흥미로워서 그런지 판권을 샀더라. 소설이 기이하니까 이상한 영화를 많이 찍는 나한테 보냈다. 14페이지 요약본이었는데 휴먼 프린팅이라는 콘셉트가 너무 재밌어서 읽고 매혹됐다. 인간적인 이야기를 다뤄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죽는 게 직업이다. 산업재해 전문 노동자도 아니고 좀 이상하다. 노동자 계급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넓게 보면 SF영화들이지 않나"

'미키17'은 런던 프리미어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먼저 선보이며 해외 언론과 관객들의 극찬을 이끌어 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화 속 캐릭터인 독재자 키네스 마샬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봉준호 감독은 2021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여름이었고 2021년에 시나리오를 다 썼다. 되게 중요한 대목이다. 미국 대선 훨씬 전에 런던에서 촬영을 마쳤다. 미국에서도 질문을 많이 받았다. 총알과 관련된 그 사건 이후에 재촬영을 해서 넣은 거냐는 이상한 질문까지 받았는데 전혀 아니다"


'미키17'은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아키에,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초호화 출연진뿐만 아니라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중 가장 규모가 큰 제작비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던바. 봉준호 감독은 작품 규모와 상관없이 늘 부담스럽고 초조하다고 말했다.

"늘 부담스럽다. 작품 규모, 크기와 상관없이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다. 늘 온몸이 갈려 나가듯이 찍는다. 미키도 그런다. 여러 번 죽어도 매번 무섭고 두렵다고 하듯이 저도 비슷하다. '기생충이' 봉7, '옥자'가 봉6, 이번이 봉8이다. 신나면서도 걱정되고, 복합적이다. 이 영화 제작비에 대한 다양한 기사가 나왔는데 순 제작비는 공식적으로 1800만 달러, 최근 환율로 1700억 원이다. 처음 설정된 목표치는 1억 2000만 달러였는데 재촬영 없이 준비된 대로 순조롭게 찍어서 200만 달러를 남겼다. 하고싶은 걸 다 했고 그걸 다 존중해줬다. 규모가 크건 작건 제가 찍는 방식이 동일해서 이전 영화와 별 차이는 못 느꼈다. 시나리오, 스토리보드도 다 제가 썼다. 전작들이 미국 업계에 알려져 있다 보니 저의 작품 세계를 어느 정도 아니까 일하기 편한 면이 있었다"

앞서 '옥자' 같은 경우 '이웃집 토토로'를 래퍼런스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 '미키17'은 영화 속 외계생명체 캐릭터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연상시킨다. 봉준호 감독은 여러 문화유산을 다양하게 이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샤는 원작에도 있는 캐릭터로 그대로다. 티모랑 미키는 많이 바뀌었다. 미키는 역사학자처럼 설정되어 있는데 밑바닥 세계 청년처럼 바꾸었다. '옥자'도 그렇고 종교와 기업이 결합한 형태로 나온다. 이상한 문양, 마크 같은 걸 가르친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종교의 큰 결합한 것들이 많다. 이게 우주를 가는 설정인데 여러 기업과 그룹들이 경쟁하는 느낌의 우주 원정인 거다. 원작에서부터 뻗어 나가서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크리퍼가 달려가는 모습을 묘사할 때도 CG팀이 '이웃집 토토로' 고양비 버스를 레퍼런스로 가져왔다. 여러 개 움직임의 패턴이 있는데 여러 문화유산을 다양하게 이어보려고 했다"


작품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재미와 짙은 여운을 남기는 메시지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아 온 봉준호 감독. 이번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봉준호 감독은 '미키17'을 통해 관객들과 장르적 흥분을 함께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관객을 어떻게 빠져들게 할 것인가.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과 캐릭터가 하는 말과 행동에 정신없이 끌려갔으면 좋겠다. 메시지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한다. 재미를 위해 만든다. 영화가 말하려는 바가 없진 않다. 집에 돌아갔을 때 어떤 장면이나 대사 이런 것들이 뒤늦게 갑자기 떠오른다든지, 내가 겪었던 일과 비슷하다던가, 어디서 봤던 뉴스와 연결 지어지면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면 가랑비처럼 젖어 드는 뭔가 느낌이 있을 것이다. 그게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메시지나 주제를 너무 코앞에 자꾸 들이미는 건 싫다. '미키17'은 SF장르지만 장르적 흥분을 함께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특히 SF 판타지적인 콘셉트 같지만, 오히려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영화 속 미키라는 캐릭터가 현재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고충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적으로 사회적 사고가 나온다. 이걸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계속 생긴다. 그 사고 자리에 또 다른 분들이 일하고 있을 거다. 슬프게도 그 자리에서 퇴장하고 나면 새로운 누군가 나온다. 영화 속에선 미키가 그걸 계속 반복적으로 하는 거다. SF 판타지적인 콘셉트 같지만 되게 현실적이고 슬프다. 실제 현실에서 그 일자리와 시스템은 유지되고 인간만 계속 교체된다. 그런 것이 SF 영화를 찍는 의미인 거 같다. 오히려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힘든 고충, 느낌들이 미키라는 얼빵한 코믹 캐릭터 같지만, 가혹한 상황들은 분명히 맞닿아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피엔딩이지만 원작과 달리 후반부 악몽을 꿈꾸는 장면을 넣은 것에 대해선 악몽의 잔상이 남길 바랐다는 봉준호 감독. 미키가 18 덕분에 악몽을 극복하도록 설정한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17에서 18이 되는 과정을 어른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봤다. 봉준호 감독의 목표는 두 시간 동안 관객이 정신없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이란다.

"악몽의 잔상이 꽤 남는다. 굉장히 공들여서 찍은 장면이다. 조금 무섭기도 하다. 퇴장했던 인물이 갑자기 나와서 그녀가 누르는 스위치에 따라 더 마주하기 싫은 사람들이 나온다. 영화는 사실 해피 엔딩이지만 밝은 햇살 아래 미키 못지않게 악몽의 잔상이 남기를 바랐다. 언제든지 그런 악몽의 상황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잔상이 도사리고 있다. 다행인 건 미키가 18 덕분에 악몽을 극복한다. 미키 성장 영화라고 생각했다. 17로 시작해서 18이라고 타이틀이 뒤집힌다. 미키 반스의 이름을 찾는 여정 같은 거다. 낯간지럽지만 숫자도 17에서 18로 한 거다. 어른이 되는 숫자, 성숙해지는 성인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숫자다. 그래서 17과 18이라는 숫자 경계선을 생각했던 것 같다"

'미키 17'은 오는 28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후, 3월 7일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개봉한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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