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경기도 의왕편…150년 한옥카페부터 대통령 기차까지
입력 2025. 03.08. 19:10:00

동네 한 바퀴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세상이 온통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 켜는 봄의 길목 의왕으로 '동네 한 바퀴' 310번째 여정을 떠나본다.

8일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 310화는 '가족이 이긴다 – 경기도 의왕' 편으로 시청자의 안방을 찾아간다.

여섯 산이 안아주고 두 호수를 품어 더 아름다운 도시, 경기도 의왕. 청계산과 모락산, 백운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백운호수로 첫걸음을 내딛어 본다.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얼핏 보인 봄을 따라가다 외발자전거 기인을 만난 천하장사 이만기. 온몸에 힘 잔뜩 주고, 생전 처음 외발자전거에도 도전했다.

빼곡한 빌라들 사이, 묵직한 존재감이 눈길을 끄는 고즈넉한 한옥이 있다. 150년 된 종갓집인 이곳은 현재 카페로 운영 중이다. 50년 전 이 종갓집에 시집와 1년에 15번 제사를 지냈다는 어머니 강차구(76) 씨는 카페의 음료 담당. 종부의 손맛으로 호박 식혜를 담근다. 이 집에서 태어나 청계 선산의 감을 따 먹고 자란 아들 해준 씨는 제빵 담당. 어릴 적 추억의 감으로 홍시 케이크와 빵을 굽는다.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모자의 추억이 깃든 150년 종가 한옥 카페가 동네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주는 힐링과 추억을 선물한다.

의왕을 돌다 이만기가 36년간 한지공예 외길을 걸어왔다는 선미라(62) 씨 부부를 만난다. 요강에서부터 신발, 대를 이어 쓰는 가구까지, 공방을 가득 채운 모든 것의 재료는 한지다. 심지어 100여 년 전 만들어진 한지 유물을 모아, 선조들이 사용하던 문양까지 탁본을 떠 재현하며 옛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그렇게 모은 유물만 240점이 넘는단다. 지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한지공예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지 연사'를 개발하고,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한지의 매력에 빠져 인생을 건 미라 씨를 전폭적으로 외조하는 남편 김창해(66) 씨 덕에 대사관에 초청받아 먼 타국의 종이 공예가들과 함께 공동작업도 하고 상도 받았다. 이렇게 만든 작품들은 곧 근대 유물로 인정받을 수 있단다. 선미라 씨와 그녀를 응원하는 남편의 공방에서 '동네 한 바퀴'가 전하는 메시지. 무언가를 사랑하면, 그 하나가 평생을 함께 걸어갈 친구이자 길이 되기도 한다.

장이 열렸다 금세 사라지는 것이, 마치 도깨비가 왔다 간 듯하여 붙여진 이름 '도깨비 시장'. 옛 부곡역 앞에 자리한 이 시장은 의왕시 유일의 전통시장으로 의왕 사람들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음식의 맛은 좋은 재료로부터 나온다고 믿는 이택희(48) 씨. 신선한 재료를 쉽게 얻기 위해 시장 안에 자리 잡았단다. 100대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간 대기업을 돌연 그만두고는 전국의 반점들을 돌아다니며 중국 음식을 배웠다. 택희 씨의 결정을 유일하게 지지해준 이는 형 이선희(51) 씨. 영화감독이던 그는 가게를 오픈한다는 동생을 잠깐만 도와주러 왔다가 다시 영화계로 돌아가지 못한 채 눌러 앉았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홀 매니저 역에 푹 빠져, 진심을 다하다 보니, 달리는 말에서 내리기는 쉽지 않더란다. 손님들과 웃으며 마주하고, 기본 메뉴 3가지, 짬뽕, 짜장면, 탕수육에 매일 진심과 철학을 담아내는 일이 행복하다는 형제. 6년째 함께 달리고 있는 형제가 만드는 담백한 백짬뽕 한 그릇엔 맛을 넘어선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경기도의 화물 운송 기지였던 옛 부곡역이 있는 의왕. 그래서 이곳엔 철도테마거리가 있고, 철도박물관이 있다. 1940년 부산에서 신의주를 오가던 증기기관차에서부터 현재 대한민국 곳곳을 누비는 KTX까지, 우리나라의 철도 역사를 만난다. 올봄, 일반인에게 최초로 공개 예정이라는 특별한 기차도 그곳에 있는데, 이름하여 '대통령전용디젤전기동차'! 침실부터 주방, 집무실까지 구비돼 있는 그 기차엔 1969년부터 2001년까지 30년간 여섯 대통령의 이동과 휴식을 책임진 열차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철도박물관에서 만난 또 하나의 특별한 주인공은 바로 커피로 그린 철도와 기차 그림. 42년간 철도원으로 근무하다 은퇴해 일명 '커피 화가'가 된 강병규(67) 씨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기차와 커피의 공통점인 '친환경'에 착안해서 커피가루와 커피 필터를 재활용해 그가 평생을 일해온 철도역과 기차를 테마로 한 그림을 그린다는 화가, 강병규 씨를 통해 커피향 가득한 특별한 기차 그림을 만나 추억의 기차여행을 떠나본다.

모락산 자락에 자리한 임영대군 후손들의 집성촌, 손골마을. 그곳엔 보리밥집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친척끼리 운영하는 이 보리밥촌은 모락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푸짐한 보리밥 한 상을 차려준다. 지어진 지 200년이 넘은 집을 지키는 임영대군 17대손 이천호(81) 씨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아침 직접 농사지어 말려둔 나물을 손질하고 무친다는 아내 이득례(82) 씨. 이 집 안방에서 태어난 딸 이갑진(58) 씨가 어머니를 도와 2대 사장으로 보리밥을 차려낸다.

30년간 가족이 함께 운영해온 동네 원조 보리밥집. 동네지기 이만기가 이곳을 찾아 여덟 가지 나물과 신선한 쌈, 그리고 된장찌개로 구성된 보리밥 한 상을 맛보고, 조상 기리며 그 덕에 살아왔다는 왕손 가족의 복스러운 이야기를 들어본다.

'동네 한 바퀴'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10분에 방송된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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