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혁명과 반역의 가름 혹은 갈음
입력 2025. 03.24. 13:06:09

뉴진스

[유진모 칼럼] 소속사 어도어와 전속 계약을 놓고 분쟁을 벌이며 스스로를 NJZ라 칭하고 있는 걸 그룹 뉴진스가 이번에는 자신들을 혁명가로 지칭했다. 1차전에서 법원이 어도어에게 판정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들은 불공정한 관행이 판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반발해 과감하게 봉기한 혁명가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경제적 논리에 등 돌린 반역자인가?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명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가 전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뉴진스는 본안 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도어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되었다. 뉴진스는 지난 23일 홍콩 컴플렉스콘에서 진행된 공연에서 잠정 활동 중단을 알렸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겠다며 어도어에 돌아갈 뜻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또한 가처분 결정에 이의 제기 절차를 밟는 가운데 본안 소송인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어도어는 빠른 시간 내에 뉴진스와 만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는 상태이다.

뉴진스는 가처분 인용 직후인 22일(현지 시각)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지에 "법원의 판단에 실망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기에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며 법원의 판단을 인정한다는 홍콩의 발언과 달리 한국의 현실에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현실이 자신들을 혁명가로 만들고자 한다는 표현을 했다. 한국, 그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매우 고루한 보수적인 환경이고, 자신들은 그러한 고리타분한 관습을 깨부수는 혁명가라는 뉘앙스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뉴진스 찐팬'으로 알려진 고상록 변호사(법무법인 필)는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뉴진스의 1차 기자 회견 직후 "하이브가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아티스트를 인기 상품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직격탄을 날리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뉴진스 찐팬'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뉴진스를 응원한 게 아니라 법 전문가로서 비교적 중립적 위치에서 직언하는 모양새이다.

그는 "우려스럽다.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직후에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거짓말을 하고 다른 동료를 공격하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업계나 회사의 부조리와 맞선다는 것이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민희진과 동조하여 모회사를 공격하고 다른 레이블과 그 소속 아티스트를 공격하더니 이제는 산업을 부정하고 끝내는 법원마저 무시하고 한국 전체를 한심한 사회로 몰아넣고 혐한 발언을 내뱉기에 이르렀다면 그다음에 이들이 설자리는 어디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계약을 무시하고 법으로 해결이 안 되니 국회로 달려가더니 이제는 그마저 안 통하니 아예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서양인의 시각에서 비판해 온 팝의 본고장의 유력 언론사로 달려가 그 구미에 맞춘 듯한 단어들을 쏟아 내며 순교자를 자처한다. 다름 아닌 자신들의 변호사가 법원에 유리하다고 제출한 증거에서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이 마당에 꼴랑 영어로 하는 외신과의 인터뷰라고 그걸 부여잡고 여전사 노릇을 한다고 해서 이 사안의 본질이 덮이지 않는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다."라고 비판했다.



고 변호사의 발언에서 핵심 키워드는 '산업 부정', '법원 무시', '한국을 한심한 사회로 표현' 등이다. 대한민국 대중가요계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시작되었다. 1926년 8월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푸른 다뉴브강의 물결'에 직접 가사를 붙이고 편곡해 '사의 찬미'라는 가창곡으로 발표한 것을 첫 대중가요로 손꼽는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영미권의 팝송 등의 물결을 받아들인 대중가요 업계는 발 빠르게 발전되었고 1980년대에 이르러 이른바 매니저 혹은 프로듀서 시스템이 도입되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격동의 90년대를 거쳐 21세기 K-팝의 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다. 현재 K-팝이 전 세계의 팬들을 사로잡게 된 배경에서 업계 선배들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가수, 프로듀서, 방송인, 언론인, 팬들 등 앞선 대한민국 대중음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이 오늘날의 영광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고, 현재도 부족한 점은 엄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불만의 합리화를 위해 업계를 싸잡아 부조리하다고 지적하고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자체를 폄훼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혁명과 반역은 보는 시각에 따라 갈릴 수도 있다. 군주제 체제에서의 민간 주도의 혁명은 반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반란 후 민주주의로 바뀌었다면 혁명으로 바뀌어 추앙받는다. 모든 시대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그래서 혁명과 반란으로 가름하거나 갈음할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명확한 자본주의+민주주의 체제이다.

뉴진스는 국민이지만 노동자로 분류되기는 어렵다. 아니 오히려 일반인과는 다른, 매우 유명한 연예계의 톱스타이다. 또래의 소녀들이 고교와 대학에 다니며 '알바'로 용돈을 버느라 허덕대지만 그녀들은 한 해에 수십억 원씩 번다. 한겨울에 꽁꽁 언 강에서 목숨 내놓고 물고기를 잡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그녀들은 현 체제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유행되고 있다. 웬만한 연예인들도 안다. 이 말에는 연예인이 상대적으로 쉽게, 그리고 굉장히 많이 돈을 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르크스는 19세기에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공산주의의 도래를 예고했다. 하지만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등이 그를 악용하는 바람에 그 예언은 빗나갔다.

연예 기획사가 연예인을 상품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본주의의 구도 아래에서 어쩔 수 없다. 다만 얼마나 인격을 존중해 주느냐의 차이일 따름이다. 어차피 연예인은 팬(소비자)들에게 우상 취급을 받지 않는가! 뉴진스가 혁명을 하려 한다면, 자본주의보다 민주주의를 더 높은 위치로 격상시키려 한다면 노동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노동자주의 선언이 우선이다.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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