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지킬 앤 하이드', 1인극이어야 했던 이유 [무대 SHOUT]
입력 2025. 03.28. 12:28:10

'지킬 앤 하이드'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인기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지킬 앤 하이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원작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지킬 본인이 아닌 친구 존 어터슨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제3자의 시선으로 본 지킬과 하이드의 모습은 어땠을까.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1인극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의 주인공인 '지킬'이 아닌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변호사이기도 한 '어터슨'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지킬'과 '하이드'의 비밀과 갈등, 그로 인한 사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배우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은 극 중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내는 '퍼포머(Performer)'로 표현되며, 4인 4색의 1인극 무대를 선보인다. 배우들은 어터슨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도 지킬, 하이드, 래니언 박사, 풀까지 홀로 연기해 다채로운 멀티 배역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



안내 멘트가 끝나갈 때쯤 무대 위로 들어온 배우는 홀로 무대를 채우기 시작한다. 마이크 없이 진행되는 연극 특성상 관객들은 뮤지컬보다 더 경직된 상태로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하지만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배우들이 "제가 좀 호감형이거든요"와 같은 재치 있는 대사, 박수 유도와 같은 방법으로 관객들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와 같은 흐름은 배우에서 작품 속 인물로 넘어가는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무대 정중앙의 문, 양쪽에 널브러진 의자들, 의자 하나와 탁자, 모자 하나. 동명의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무대와 확연히 대비된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사용되는 조명과 음향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조명으로 작은 편지 한 장, 도끼를 내려칠 때마다 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 등을 만들어내고, 무대 좌우에서 사람이 걸어오는 듯한 발자국 소리는 더욱 생동감 있게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말로만 표현됐다면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채로운 조명과 음향으로 더욱 풍부하게 표현한다.




이 작품의 주요 화자는 지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이다. 하지만 그가 하이드라는 추적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수많은 인물들을 무대 위의 배우가 모두 표현해낸다. 대사 톤, 자세와 같은 작은 포인트로 인물을 전환하는 '연기 차력쇼'가 펼쳐진다.

이 포인트가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건 '지킬 앤 하이드'가 1인극이었기 때문이다. 1인극은 같은 대본으로 준비한 공연이어도 배우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풀어내는 특징이 정말 잘 드러난다. 이를테면 긴장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래니언 박사의 경우, 배우마다 코믹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애드리브가 달라 공연마다 새로운 재미가 더해진다.

연극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며 1인극은 2004년 이후 처음인 최정원은 유일한 젠더프리 캐스트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최근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여자 '헤르메스' 역을 맡았던 바, 이번 작품에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온더비트', '마이 디어 앵거' 등을 통해 쌓아온 강기둥의 1인극 내공도 또 한번 빛을 발했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자연스럽게 관객과 소통하다가도 멀티 캐릭터를 연기할 땐 전혀 다른 모습을 그려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이준우 연출은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원작의 강렬한 서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시각에서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풀어내고자 한다. 특히 1인극 형식을 통해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인격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배우들의 몸짓, 음성, 무대 장치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내면의 갈등과 외부 세계와의 투쟁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관전 포인트를 밝혔다.

극 중 하이드의 대사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구나 내면에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그렇기에 연극 '지킬 앤 하이드'가 1인극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킬이라는 사람의 이중성, 이를 마주한 주변인들의 복잡한 감정까지 표현하는 한 배우를 보며 더욱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와 질문을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

연극 '지킬 앤 하이드'는 지난 3월 4일부터 5월 6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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