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 이병헌, 바둑돌 하나에 숨어있는 미세한 감정들[인터뷰]
- 입력 2025. 03.28. 16:13:41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바둑돌을 정성껏 한 수 한 수. 하다하다 이제는 손가락 관절까지 '열연'했다. '연기 9단' 배우 이병헌이 실존 인물인 '바둑의 신' 조훈현 국수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놨다.
이병헌
'승부'(감독 김형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병헌이 조훈현 역을, 유아인이 제자 이창호 역을 맡아 바둑계 두 레전드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자유로움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기댈 때가 많다. 실존 인물의 버릇이나 겉모습들을 그대로 옮기면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자료들도 정말 많았다. 물론 제한되는 것들이 있지만, 의존할 것들이 많으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도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된 그는 "'승부'의 조훈현 국수는 실제 현역으로 계신다. 어쩌면 아직까지 현역으로 계신 분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긴 하더라. 하지만 의존할 것들이 많았다. 반면 전작인 '남산의 부장'에서는 상상하면서 해야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때가 더 힘들더라. 정확한 답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조훈현 국수를 직접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이병헌은 "'아무렇게나 돌 놓지 마라'라는 말씀을 하셨다. 바둑 돌을 놓는 방식이 있다. 프로 바둑기사다운 손모양으로 바둑돌을 놔달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 부분을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돌 하나를 놨을 때 특유의 포스가 있다. 그때 '조훈현 국수처럼 보이느냐'가 저에게는 숙제였다"라고 말했다.
제자 이창호와의 대국 시퀀스에서 중점을 둔 점은 바둑판 앞에서의 조훈현 국수의 복잡다단한 감정이다.
"조훈현 국수가 바둑을 두면서 느꼈을 긴장, 환희, 절망감 여러 감정들이 있을 거 아니냐. 이 안에는 엄청난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정적인 가운데 표현을 해야하는 미세한 감정과 떨림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미세한 감정들을 캐치하려면 꼭 극장에서 봐야한다."
이병헌은 '승부'에서 호흡을 맞춘 유아인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2021년 촬영을 마친 '승부'는 당초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으로 인해 일정이 보류됐다가 최근 극장 개봉이 확정됐다. 유아인은 최근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돼 석방됐지만, '승부' 홍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병헌은 유아인에 대해 "이창호 국수는 돌부처 같은 인물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기로 유명한 바둑 기사다. 처음 함께 호흡을 맞췄을 때 유아인도 촬영장에서 과묵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후반부에 들어서는 자기 캐릭터에 빠져있으려고 애를 쓰는거구나 싶더라. 영화를 보면 아역 이창호와 성인이 됐을 때 성격 변화가 잘 보여진다. 그런 변화가 잘 보여지는 순간이 좋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승부'는 바둑 영화가 아니다. 저 역시 바둑에 대해 잘 모른다. 바둑을 잘 몰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승부'에는 명대사가 정말 많다. 실존 인물들이 남긴 말들도 많지만, 대사들 중에서도 가슴에 와닿는 좋은 말들이 많다.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승부를 겪은 후 느낀 감정들이기 때문에 명언일 수밖에 없구나 싶더라."
'승부'는 절찬리 상영 중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