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박보검이 그린 봄[인터뷰]
입력 2025. 03.29. 07:00:00

박보검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박보검이 청년에서 장년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양관식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다. 비록 분량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절절한 부성애 연기부터 오애순을 향한 순애보 면모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박보검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등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과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 등을 집필한 임상춘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처음 대본 받았을 때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인데도 60년대를 잘 구현한 작가님 글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세대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관식이라는 인물, 이 작품을 연기할 수 있고 필모에 추가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관식이라는 인물 사랑해 주셔서 행복한 요즘이다"

극 중 박보검은 운동도, 장사도, 어떤 힘든 것도 군소리 없이 해내는 팔불출 무쇠 관식 역을 맡아 꿈 많고, 요망진 애순과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일대기를 그렸다. 관식은 강인하지만, 결코 거칠지 않은 성품,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우직함 그리고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인생을 내던지는 무모한 용기를 지닌 인물이다.

"관식이는 애순이 시선이 닿는 곳마다 꽃을 심는 사랑 농사꾼 같다고 생각했다. 수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묵묵하게 챙겨주고 다 표현한다. 성실하고 누구보다 애순이를 아끼고 좋아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관식을 어떻게 표현하면 그런 분위기를 잘 살려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과묵한 인물이기 때문에 톤이 높지 않을 거로 생각해서 낮추려 했고, 듬직한 이미지를 위해 체중 증량도 했다. 십 대에서 이십 대로 넘어갈 땐 마음적으로 여물어 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책임지는 무게감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관식이를 연기하면서 정말 멋있게 느껴졌다. 박해준 선배님이 (중년 관식을) 잘 표현해준 덕을 봤다고 생각한다"


박보검의 감성적인 열연은 청년 관식과 애순의 서사에 깊이를 더했다. 이별 통보에 쓸쓸히 육지행을 택했다가 거센 파도를 거슬러 되돌아와 스스로 운명을 택하는 장면도 대역 없이 직접 바다 한가운데서 소화했다.

"실제로 바다 한가운데서 촬영했다. 제주 앞바다, 수중 세트장 등 총 3회에 걸쳐 촬영했다.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좋아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께서 대역을 동행해 주셨는데 직접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오는 장면들은 혼자 다 했다"

특히 박보검의 애끓는 부성애 연기는 많은 이들 울렸다. 막내 아들 동명을 갑작스럽게 잃은 관식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파도 소리마저 덮어 버린 그의 오열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선명히 드러냈다. 박보검은 첫 부성애 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관식이 잔혹한 운명 앞에서 하릴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더했다.

"촬영 현장에 아역 배우들이 왔을 때 그들의 어머니, 아버님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아끼고 소중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연기 잘할 수 있게 지도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애순과 관식 삶에서 귀하게 얻은 생명체가 얼마나 예쁘고 소중할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쉽지는 않았다. 아픔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혹여 그런 아픔이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무엇보다 관식이는 일찍 철이 들고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된 인물이다 보니 사랑만 주고 싶었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제가 아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부모님들과 아이유의 도움이 컸다"

다만 3막부터는 어른이 된 관식(박해준)으로 분량이 늘며, 박보검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박보검은 모두가 주연이었고, 주인공이었다며 박해준이 그린 또 다른 관식의 매력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관식이라는 인물이 정말 멋진 인물이다. 해준 선배님이 그려준 관식이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한다. 해준 선배님과 관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건 대본 리딩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작품을 보니까 부드럽게 연결된 것 같아 선배님께 감사했다. 박보검으로서 관식이는 안녕이지만 4막에서도 관식이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기대해달라"


박보검은 함께 호흡한 배우들뿐만 아니라 임상춘 작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박보검으로서도, 인간 박보검으로서도 스스로를 되뇌어볼 기회가 됐다고.

"경험하지 못했던 삶을 연출해 준 작가님이 대단했다.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들이 멋있었다. 이렇게 따뜻한 가족이 주변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잘하고 있다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실지 기대가 되고 또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작가님을 '씨앗 저장소'라고 표현했었다. 작가님이 뿌리는 씨앗 속에 저도 같이 꽃을 피우고 싶다"

박보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글로벌 드라마 인기 상위권을 차지했다.

"언어를 뛰어넘어서 하나로 만드는 음악처럼, 지역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도 신기하다. 한국 정서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가족 간의 관계, 유대감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볼거리가 많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담았다"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추가한 박보검. 앞으로도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팬분들의 응원과 사랑에 감사하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고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준비하겠다. 작품 속 인물이나 이야기를 읽어봤을 때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치가 입대 전보다는 조금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무르익었을 때 더 다양한 도전을 하려 한다. 앞으로의 저의 선택이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차기작 '굿보이'에서는 관식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많이 기대해달라"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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