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드래곤 공연 지연, 옥주현 두둔 '관객 무시?'
- 입력 2025. 04.01. 14:35:50
- [유진모 칼럼] 가수 지드래곤이 지난달 29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8년 만의 단독 콘서트 2025 월드 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를 열었다. 많은 팬들이 열광했지만 비난과 불평도 적지 않았다. 이날 체감 온도 영화 5도의 강추위 속에 바람까지 거세 애초 약속한 6시 30분보다 무려 1시간 13분이나 지연된 후에야 비로소 공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옥주현
하지만 강력한 돌풍을 동반한 꽃샘추위가 문제였다. 29일 오후 공연 전 주최사 쿠팡플레이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30분 지연을 알렸다. 당초 오후 6시 30분 시작 예정이었던 공연은 7시로 변경됐다. 이후 추가 지연돼 7시 43분에 비로소 지드래곤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문제는 관객들이 좌석에 앉아 있음에도 안내 방송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7시 6분이 되어서야 공연장 스크린에 '부득이한 기상 악화로 인해 일부 연출 및 특수 효과가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음을 안내해 드리며 관객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오니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라는 안내문이 등장했다. 더불어 지연에 대한 장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안내 이후에도 한참 동안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다.
지드래곤은 몇 개의 곡을 부른 뒤에야 "오늘 날씨도 너무 추운데 이렇게 시작하게 돼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그는 저온과 악천후 탓인지, 아니면 관리를 잘 못한 탓인지 목 상태가 안 좋았고 다리에 힘이 풀린 모습도 보였다. 입에서는 뿌연 입김이 흘러나왔고, 연신 코를 훌쩍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고군분투였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최악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수많은 매체들은 비난을 쏟아 냈지만 지드래곤의 사과는 없었다. 여기에 30일 이 공연을 관람한 가수 옥주현이 다음 날 "이 날씨로 야외에서 긴 시간 숨 쉬어야 하는 아티스트를 보는 건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다. 이렇게 차디찬 공기 마시며 소리를 낸다는 게 진짜 말이 안 되는 거다."라며 지드래곤의 용기와 의지를 칭찬하는 글을 썼다.
과연 그럴까? 자본주의 체제에서 '갑'은 자본(가)이다. 그리고 그를 움직이는(먹여 살리는) 상전은 바로 소비자(대중)이다. 적지 않은 연예인이나 연예 관계자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감독이나 배우라고, 콘서트의 주인공이 가수라고 착각한다. 물론 외형적으로는 그렇다. 그 콘텐츠를 완성하는 주인공이니 그렇게 여길 법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중요한 본질을 간과하는 교만이다.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라도 보고 들어 주는 소비자가 없다면 그 가치는 아예 매길 수 없다. 배우든, 가수든, 감독이든, 각 스태프이든 그 콘텐츠에 열광하고 감동을 느끼는 대중이 있어야 보람을 느끼는 가운데 노력한 만큼의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니 주인공은 소비자가 아닌가!
예상하지 못했던 악천후와 저온 탓에 공연이 지연될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와 예의에 있다. 43분이나 지연될 정도였다면 공연 자체를 취소하거나 다른 날로 변경했어야 마땅했다. 지드래곤이 최악의 컨디션을 보인 것이나 다음날 다소 나아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옥주현이 '중무장'을 한 것으로 보아 이 공연이 얼마나 무리였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지드래곤은 '위버맨쉬'라는 앨범과 콘서트의 제목에 맞춰 암 리프트를 장착해 하늘을 나는 퍼포먼스를 구현하려 했지만 악천후 탓에 포기했다. 이는 애초부터 3월 말의 야외 공연이 무리였음을 알려 주는 증거이다. 주최사와 지드래곤, 그리고 소속사 등이 3월 말의 야외 공연에 변수가 많음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던 점부터 잘못이 시작되었다.
한마디로 무리한 욕심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지난달 29일 프로 야구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창원 NC파크에서는 구조물이 객석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낙하된 구조물에 머리를 다친 20대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에 1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1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SSG 랜더스와 NC의 창원 3연전은 모두 취소되었고, 나머지 4개 구장은 1일 하루 경기를 취소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지드래곤은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다. 옥주현은 경솔하다는, 매우 지엽적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런 악조건에서 공연을 강행군한 지드래곤의 의지는 무리한 도전이 아니었을까?
프로 야구 경기이든, 대중가수의 콘서트이든 대중은 즐기기 위해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먼 경기장(공연장)까지 이동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축제의 장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여기에 지드래곤보다 선배라는 옥주현은 '제 식구 감싸기'로써 본질을 흐리고 사실상 상전인 소비자에게 무례했다.
위버멘시는 괴팍하기로 유명한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제시한 개념으로 번역하면 극복인 정도가 된다. 니체는 기존의 도덕과 가치관을 뛰어넘어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자며 가치전도를 외쳤고, 그 이상형으로 위버멘시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초인으로 번역하지만 사실 가치전도로 관습을 극복하는 능력자를 말한다.
할리우드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는 다양한 슈퍼히어로가 등장한다. 그러나 실제 그런 초인은 없다. 다만 남들과 다른 극소수의 능력자는 존재한다. 어떤 면에서 지드래곤은 음악적으로 보통 사람에 비해 초인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슈퍼히어로는 아니다. 음악을 빼면 그 역시 또래의 청년들과 다를 바 없다. 밥 먹고, 코도 풀고, 화장실에도 가는.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극복인은 대지이자 바다라고 했다. 그는 "신은 죽었다."라며 종교나 기존 도덕이 주장하는 초지상적인 희망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이 세운 목표와 정립한 덕을 좇으라고 외쳤다. 춤추고 노래하고 웃음으로써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시키자고 선언했다. 지드래곤은 니체의 '위버멘시-가치전도-권력에의 의지'의 참뜻을 안다면 그날의 공연은 최소한 안내부터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하늘을 나는 슈퍼맨 지드래곤이나 원더우먼 옥주현이 아니다. 그들이 팬들의 취향대로 열심히 무대에 올라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 주는 등 팬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팬들의 안전은 최우선이다.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가슴 졸이며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20만 원씩 지불할 사람은 없다. 그날 관객들은 지드래곤과 주최사를 믿고 간 것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