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시록' 류준열, '믿음'에 갇히면[인터뷰]
- 입력 2025. 04.02.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을 것인가. '믿음'은 대상의 상태나 행위가 꼭 그러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감독 연상호)은 '믿음'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던진다. '계시록'을 이끈 류준열은 '믿음'에 갇힌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더 나은 답을 찾아내는 그의 집요함과 견고하게 쌓아 올린 연기 내공이 만들어낸 결과다.
류준열
지난달 21일 공개된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좇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류준열이 연기한 성민찬은 개척 사명을 받고 작은 교회를 이끌며 신실한 삶을 살던 중 갑작스럽게 일어난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게 되고 하루아침에 변화를 맞게 되는 인물이다.
류준열은 작품에 끌렸던 이유에 대해 "이 영화뿐만 아니라 전작들과 비슷한 지점들이 있었다. '인간의 믿음이 어디까지 가냐'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걸 좋아한다. 인간의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탐구하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연기 외적으로 사진전을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다 연결된다. 이 작품 역시 종교 이야기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에 대한 믿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느냐'다. '성민찬'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난다. 직업이 목사인만큼 그게 주는 에너지가 강하다고 느꼈다. 그런 점들에 매력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그간 영화 '돈', '독전', 넷플릭스 시리즈 ‘The 8 show’ 등을 통해서도 광기 있는 캐릭터를 그려온 바 있는 류준열은 '계시록'의 '성민찬'을 통해 또 다른 결의 광기 어린 열연을 보여줬다. 특히, 극적으로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캐릭터의 감정선을 켜켜이 쌓아 올리고, 캐릭터의 변화에 맞춰 강렬함을 증폭시키며 광기를 폭발시켜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전작의 캐릭터와 다르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는 류준열은 "원래는 (연기를 할 때) 감정 표출을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표현을 하려고 했다. 감정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과하지 않게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그 부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설명했다.
'계시록'이 공개된 직후 류준열의 극 속 아내와의 차 안 신, 기도 신, 취조실 신 등 그의 광기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들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기도신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분위기와 에너지를 내뿜어 화제가 됐다.
류준열은 "기존의 기도신과 조금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보통 눈을 감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눈을 감지 않으면 더 강렬한 느낌을 줄 것 같더라.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라고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어 기도신 연습 과정에 대해 "여러 목사님들의 기도하는 영상들을 많이 찾아봤다. 다 스타일이 다르시더라. 기존의 대사가 있었는데, 여러 목사님들의 기도문을 보면서 새롭게 작성해서 조금 더 리얼리즘이 강조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류준열은 실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목사 역할을 표현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을까. 그는 "종교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제 종교와는 별개로 접근했다. (연기하는 데 있어서) 물론 신자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영화 '계시록'은 동명의 원작인 '계시록'과는 큰 내용을 따라가지만 톤(분위기)적인 면에선 많은 차이가 난다. 가장 다른 지점은 '캐릭터 변주'다. 영상화되면서 웹툰 초기 설정과는 다르게 표현됐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연상호 감독은 "성민찬이라는 캐릭터의 경우 원작에선 세속적인 인물로 출발했는데 작품에 들어가면서 류준열 배우가 아이디어를 줘서 변주를 줬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류준열은 "원작에서는 세속적이고 욕망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비주얼도 올백 머리에 안경도 쓰고 날카로운 인상이다. 웹툰에서는 그게 맞았다. 영화에서는 인물의 변화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다채로움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어야 했다. 그런 포인트에서 (원작과는 다른) 지금의 성민찬의 비주얼과 분위기가 주효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악인지 선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인물이 성민찬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민찬을 두고 '선역이나 악역이냐'라는 의문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있다. 사람들이 '악역이냐'라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없다. 보기 나름이지 않겠나. 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신의 계시에 따라 (빌런을) 처단했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선이다', '악이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선(善)'이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류준열의 호연에 힘입어 '계시록'은 공개 이후 3일 만에 5,7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또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아르헨티나, 일본, 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총 3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류준열은 "인터뷰 전에 1위를 했다고 전해 들었다. 얼떨떨하다. 감사한 마음"이라며 "넷플릭스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변 친구들, 해외 친구들이 바로 작품을 보고 연락이 왔더라. 신기한 경험"이라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된 연상호 감독과 배우 신현빈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류준열은 연상호 감독에 대해 "보통은 배우들이 작품이 더 많은 편인데, 감독님은 정말 작품 수가 많다. 배우보다 작품을 정말 많이 하시는 감독님이다. 크리에이트적인 모먼트가 많다. 정말 존경스럽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다른 작품을 구상하시더라. 그런 감독님이 신기했다. 에너지와 열정을 본받고 싶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신현빈에 대해서는 "만나본 배우 중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편안한 친구"라며 "스태프들도 그를 정말 좋아했다. 그 친구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다. 좋은 친구였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류준열은 "'계시록'은 자기에 빗대어서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작품에 들어가서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서 여러번 말했듯이 이 작품은 종교 이야기가 아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한 인간이 어떤 걸 믿어버리면 저기까지 갈 수 있구나. 혹시 어떨까?'라는 생각 하실 거다. 작은 믿음부터 큰 믿음까지. 평생 믿어 왔던 것들도 하루아침에 변할 수도 있지 않나. 이 작품을 보시면 믿음에 대해 또 다른 시선으로 생각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