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리스', 사랑과 성장의 상호작용 [무대 SHOUT]
입력 2025. 04.02. 12:22:43

'모리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그 삶에 사랑이 있어서 아름다웠다"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쁘다가도 어느 순간 보고 싶은 마음에 울적해지는 것, 이처럼 '사랑'은 여러 감정을 이끌어낸다. 또한 폭풍우 같은 사랑은 때로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사랑에 기뻐하고, 슬퍼했기에 온전한 자신을 찾을 수 있었기에 '모리스'는 사랑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뮤지컬 '모리스'는 영국 문학의 거장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세기 초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리스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 '모리스'가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은 세계 최초다. 원작 소설은 1914년에 완성되었으나 당시 금기시됐던 동성애를 소재로 다뤄 작가 사후인 1971년에 첫 출간된 작품으로, 1987년에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원작과 달리 공연은 모리스가 대학 재학 시절 사랑했던 클라이브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모리스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의사의 조언을 받고, 그 과정에서 클라이브와 사랑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이후 모리스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클라이브를 향한 감정을 정리하려고 그의 집을 방문한다. 하지만 모리스는 그곳에서 알렉을 만나 또다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과연 모리스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극장에 들어서면 앞뒤로 나뉘어진 두 개의 프레임, 두 개의 문, 그리고 장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과 장롱은 극 중 인물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각 인물이 문을 열고 닫는 행동을 통해 마음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장롱은 과거부터 사회적인 시선으로 인해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숨기는 개념으로 많이 사용됐던 바, '모리스'에서도 사회적 지위를 위해 마음을 외면해야 했던 클라이브의 복잡한 내면을 나타낸다.

특히 '모리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넘버들이다. '모리스'에는 스테디셀러 창작뮤지컬 '빨래'를 비롯해 '렛미플라이', '잃어버린 얼굴 1895', '랭보' 등의 음악을 만든 민찬홍 작곡가가 참여해 개막 전부터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모리스'에서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밴드의 라이브 연주로 고전적인 무드의 넘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너와 나의 향연', '제자리를 찾아' 등 왈츠풍의 넘버는 작품의 시대적인 감성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이슈', '캐치'와 같은 넘버는 활기찬 멜로디로 극 중간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 특히 차이콥스키 비창 교향곡의 멜로디가 샘플링된 넘버는 모리스와 클라이브의 애틋한 감정을 잘 표현해 마지막까지 먹먹함을 남긴다.



연출, 음악 등에서 만족스러웠던 반면, 다소 빈약한 서사가 아쉬웠던 작품이다. 100분의 러닝타임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일부 서사가 생략되면서 인물들 사이에서 감정을 주고 받는 과정이 깊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책, 영화로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이야기가 온전히 전달되는 데에 약간의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같은 서사의 빈틈은 배우들의 열연이 채워나가고 있었다. 넓은 감정의 폭을 그려내야 하는 모리스 역의 김기택은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자신만의 '모리스'를 만들어나갔다. 초반부에는 다정하고 해맑은 모습으로 풋풋한 설렘을 보여주다가도 차분한 톤으로 대사를 내뱉으며 단단하고 주체적인 모리스를 탄생시켰다.

클라이브 역의 홍승안은 이번에도 그간의 활동으로 쌓아온 실력과 내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지위 때문에 사랑을 외면해야 하는 클라이브만의 복잡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그려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알렉 역할의 배우는 정신과 의사, 클라이브와 모리스의 친구인 리즐리 역할로 분하며 유일하게 멀티 배역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자칫 알렉의 캐릭터에 혼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지우는 각 역할마다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더해 전혀 다른 캐릭터임을 명확하게 표현해냈다.



"잃어버린 그들의 반쪽을 찾는다, 완벽한 하나가 되기 위해"

넘버 가사처럼 '모리스'는 단순하게 보면 자신의 반쪽을 찾아나가는 사랑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자신만으로도 온전한 하나가 되는 모리스의 성장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스로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모리스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고, 억지로 닫으려 했던 문을 활짝 열고 나간다. 자신을 찾는 여정을 떠난 모리스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과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한편 '모리스'는 모리스 역에 정재환, 이한솔, 김기택, 클라이브 역에 박정원, 홍승안, 알렉 역에 김경록, 박주혁, 정지우가 출연한다. 오는 5월 25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뉴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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