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NJZ-mhdhh, 존재론과 정체성
입력 2025. 04.08. 15:48:52

뉴진스

[유진모 칼럼] 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인, 혜린)가 최근 SNS 계정명을 NJZ(엔제이지)에서 mhdhh로 바꾸었다. 뉴진스는 지난해 4월 소속사 어도어 대표 민희진과 모회사 하이브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이후 줄곧 민 전 대표의 편에 서서 그녀를 응원하는 한편 어도어에 각을 세웠다. 결국 지난해 11월 일방적으로 어도어에 전속 계약 무효를 선언했다.

그러자 어도어는 지난 1월 멤버들을 상대로 '독자 활동을 막아 달라.'라는 취지의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지난달 21일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리며 어도어의 손을 들어 줬다. 이에 뉴진스는 독자적 활동이 불가함을 깨닫고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 5일 NJZ와 관련된 흔적을 모두 지웠고 'NJZ_OFFICIAL'로 운영하던 SNS 계정을 최근 'mhdhh_friends'로 변경했다. 멤버들의 부모들이 공식 입장을 전하던 계정도 'NJZ_PR'에서 'mhdhh_pr'로 바꾸었다. 'mhdhh'는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다섯 멤버의 이름의 이니셜을 조합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1라운드 완패인 셈.

향후 뉴진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뉴진스라는 이름이 존속될 수 있을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단 일방적으로 뉴진스를 지지했던 팬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지난 7일 팬 일부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의 사옥 앞에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로 복귀해야 한다며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판세가 어도어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변하고 있는 것이다.

트럭에는 "소송의 끝이 아직도 안 보여? 정신 차리고 돌아가는 게 승리야", "아이들 의견 존중?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도와주는 건 존중이 아니라 방임입니다", "범법 조장하는 특이한 팬덤 법원 판결 따라 정상으로 돌아올 때", "소송 반대하면 버니즈(팬덤명) 자격 박탈에 친권 배제까지" 등이 적혀 있었다. 팬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 이름을 지은 다음에 태어나는 게 아니다. 태어나 어느 정도 지나 정신을 차려 보면 부모(혹은 조부모나 작명소)에 의해 명명되어 있다. 내 이름은 내가 갖고 싶어 선택한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름은 곧 나라는 정체성을 정해 준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그 이름으로 불리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존재자가 되는 것이다.

정체성(Identity)이란 좁게는 성별 혹은 성적 취향을 말하지만 넓게는 한 사람의 신분, 정체 등의 존재론적-존재상적(과학적, 논리적)인, 독자적 성질을 규정하는 것이다. 동물은 이름이 없다. 그저 무리 중 혹은 구역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무력으로 시위하면 그게 정체성과 계급이 된다. 하지만 사람은 직업, 직급 등에 앞서 이름으로 존재감을 형성한다.



그 후 정체성은 의지, 신념, 경험, 가치관, 문화, 가정 교육, 학교 등 주변 환경 등에 의해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여기에는 관념론과 경험론이라는 두 가지의 조화 혹은 대립이 있기 마련이다. 조합과 갈등을 통해 정체성이 정립되어 간다. 그런데 뉴진스는 한 개체가 아닌, 다섯 명의 소녀들이 모여 결성한 걸 그룹으로 시작되었고, 그것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여전히 뉴진스라는 이름이 유지되어야 뉴진스라는 정체성이 지속되는 것이 아닐까? 피프티 피프티는 오리지널 멤버 한 명만 남고 세 명이 빠진 채 4명이 새로 합류했지만 여전히 피프티 피프티이다. 앞서 제외된 세 명의 전임 멤버들은 피프티 피프티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블랙핑크는 뿔뿔이 흩어졌지만 팀으로서는 여전히 YG 소속이다.

제니, 로제, 지수, 리사로서는 제 마음대로 해도 아무런 상관없다. 다만 블랙핑크로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YG의 진두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게 정체성이고, 자본주의이다. 현재 세계는 정치, 사회적으로는 민주주의이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이다. 자본이 투자를 하는 배경은 투자한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많은 수익을 거두어들이고자 하는 데 있다.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결별 논리를 펼칠 때 '우리가 그만큼 벌도록 해 주었으면 되었지, 무슨 위약금이냐?'라는 식의 논리를 펼친 바 있다. 지난해 멤버 1명당 50억 원이 넘는 정산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그 이상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게 다가 아니다. 뉴진스의 논리는 '원금 회수에 수익까지 챙겼으니 되었다.'이다.

예를 들어 대주주가 100억 원을 투자해 200억 원을 회수하였다고 치자. 투자한 만큼 벌었으니 그러면 임직원들에게 회사를 넘기고 빠진다? 그건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에 가깝다. 공산주의(사회주의)는 국가가 투자해 투자금만 회수하면 수익은 노동자들에게 골고루 평등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한 번 투자하면 끝까지 벌고자 한다.

순수한 자본가는 자본가가 아니라 자선 사업가이다. 뉴진스는 'New Jeans'와 'New Genes'라는 의미라고 했다. 청바지는 젊음, 노동, 혁신, 자유 등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새 진이므로 매우 진보적이고 격의가 없음을 뜻한다. 다음은 새 세대이다. 다음 세대, 역시 개혁의 세대를 뜻한다. 그래서일까? 뉴진스는 가처분 인용 후 자신들을 혁명가로 표현했다.

뉴진스가 법원의 판결에 이의 신청을 제기해 오는 9일 심문이 열린다. 팬들뿐만 아니라 연예계의 촉각도 곤두서 있다. 뉴진스는 수많은 K-팝 걸 그룹 중 한 팀일 뿐이지만 이번 사태는 K-팝의 미래에 중차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신뢰를 깨지도, 그들을 소홀하게 대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뉴진스가 소속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트집 잡아 일방적으로 전속 계약 무효를 선언한 것이라면? 향후 누가, 그 어떤 자본이 한류 문화에 투자하겠는가? mhdhh는 왜 애초에 NJZ라고 했을까? 뉴진스의 색깔을 지우기 싫었던 것은 아닐까? 활동하고 싶다면 mhdhh로 하면 된다. 그런데 왜 활동을 중단했을까? 이름, 정체성의 문제가 아닐까?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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