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박해준이라 가능했던 양관식 [인터뷰]
입력 2025. 04.10. 08:00:00

박해준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부부의 세계' 속 '사빠죄아', '서울의 봄' 노태건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박해준이 '폭싹 속았수다'로 모두의 아버지에 등극했다. '국민 아빠', '국민 사랑꾼' 타이틀로 완벽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그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 TV-OTT 드라마 화제성 부문 3주 연속 1위(펀덱스)를 차지하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를 향한 뜨거운 반응에 대해 "너무 좋은 대본과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을 만나서 기대를 안했던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시청자분들께 어떻게 이야기가 잘 전달될까 생각했는데, 1~2화를 보고 나서 우려가 모두 사라졌다. 저도 온전히 드라마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속에 종영을 한 느낌이 너무 아쉽기도 하고, 좋은 결과가 따라와서 기분이 정말 좋다"며 "'내가 이런 작품을 만날 줄이야', '과연 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해준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와 같은 반응을 체감했다고. 그는 "항상 작품이 나오면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정말 많은데, 이번에는 어릴 때부터 알아온 친구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 연락도 왔다. 와이프랑 보면서 많이 울고, 이런 작품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정말 많이 하더라. 그 말이 정말 기뻤다"며 "대학교 친구들이 문자를 줬을 때는 그 친구들과의 기억들이 많이 떠오르기도 하더라. 그 친구들이 정말 감사하다며 잘 봤다고 했을 때 심경이 조금 남달랐다"고 돌아봤다.



'폭싹 속았수다'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 등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던 임상춘 작가와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등의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특히 박해준은 김원석 감독과 '미생',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등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바. 이번 작품 합류 역시 김 감독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김원석 감독님은 '미생' 때 처음 뵀다. '미생' 때는 제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찍었다. 제가 11화부터 등장하는데, 그전부터 '미생'이 화제가 되니까 촬영을 기다리면서부터 떨고 있었다. 대명이랑 시완이, 성민 선배님이 옆에서 너무 잘 도와줘서 무사히 끝냈던 작품이다. 그 뒤로 '나의 아저씨'에서는 스님으로 나왔다. 이후에 또 다른 촬영이 잡혀있는 상태라서, 감독님은 저를 캐스팅했으면 하면서도 머리 자르게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부담감이 조금 있었나 보더라. 저는 감독님이 어떤 분인 줄 아니까 실제로 그런 모습을 가능하면 보여주시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자르겠다고 전화를 드렸다. 그 마음이 감독님께 고마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실제로 절에서 머리를 자를 때 '해준아, 내가 너 어떻게든 책임져줄게!'라고 했었다. 그래서 저를 계속 써주셨나 싶기도 하다.(웃음) 제가 평소에 연락을 자주 드리거나 명절 선물을 드리는, 그런 살가운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꾸준히 캐스팅해주시는 게 고맙고, 이번 작품에서 좋은 성과까지 얻어서 정말 감사하다. 정말 은인 같으시고, 드라마에서는 스승 같은 존재다. 제가 올바른 연기를 하도록 멘트도 정말 잘해주시니 믿고 의지한다."

극 중 박해준은 오애순(문소리) 밖에 모르는 팔불출 중년 관식 역을 맡았다. 종영 후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주인공이 관식이 아니었냐는 평도 있었던 바, 하지만 박해준은 청년 관식을 연기한 박보검을 비롯해 함께해준 배우들이 관식을 만들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오히려 주인공은 박보검이었다고 생각한다. 보검 씨가 초반에 정말 잘해주셔서 관식이라는 사람이 생각나게 해줘서 고마웠다. 한 선배가 내 얼굴만 봐도 너무 짠하고 슬펐다고 문자가 오기도 했었다. 그만큼 저는 보검 씨의 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사실 관식이가 나오는 장면들을 보면 관식이 주변의 사람들이 관식이를 만들어주고 있다. 보검 씨도 그렇고, 회상이나 내레이션을 통해서 만들어 주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사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저는 극이 흘러가는 대로 있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다정한 아빠, 우직하고 성실한 인간으로 만들어준다. 저는 한 게 없다."



박해준은 실제로도 대학생 시절 만난 아내와 결혼하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에 양관식과 실제 본인의 싱크로율을 묻자 "관식이처럼은 절대 못한다"며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절대로 관식이처럼은 못한다. 그냥 가족을 많이 생각하는 아빠다. 아이들하고 최대한 놀아주려고 하고, 와이프랑도 대화를 많이 한다. 그런데 가족들이 아빠인 저를 많이 사랑해 주는 것 같다. 사랑받는 가장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들어가면 항상 반겨주는 것도 정말 고맙다. 저는 아이들한테 소리 질러본 적도 없고, 참견을 잘 안 한다. 그런데 사실 제가 놔두면 그건 다 와이프 몫이 된다. 한편으로는 수습을 와이프가 해야 하니까 미안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폭싹 속았수다'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박해준은 "애들은 제 작품을 잘 안 본다. 봤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강요한다고 해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훗날 찾아보고 기억해줬으면 하는 부분은 있다"면서도 "애들이 궁금해하니 와이프가 한번 보여줬나 보더라. 그런데 애들이 아빠가 아프냐면서 너무 슬퍼해서 보다가 말았다고 한다. 그날 애들이 자꾸 내 건강 상태를 물어봤다. 애들은 작품을 보면 대입을 잘 시키고 잘 믿는다. 그래서 특히 나쁜 역할을 하는 건 아예 안 보여줬다"고 웃으며 답했다.

또한 아내는 '폭싹 속았수다'의 애청자가 됐다고. 박해준은 "와이프는 이 작품의 광팬이 돼서 총 3번을 돌려봤다. 처음에는 펑펑 울면서 보고, 다시 볼 땐 새로운 것들이 보여서 다른 곳에서 울기도 하고, 작품이 사람의 마음을 많이 건드는 것 같더라. 유튜브 리뷰들도 봤었는데, 와이프의 반응을 직접 봤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이제 '폭싹 속았수다'를 마음에서 떠나보내겠다고 하더라. 한 달 동안 너무 잘 봤다며 수고했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인간 박해준 역시 양관식을 연기하며 아버지로서 한 걸음 더 성장했다. 박해준은 "저도 자식을 키우다 보니 개인적인 욕망에서 꿈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중에 나이 들고 먼저 가게 되면 좋은 아빠로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내 나름대로 관식이처럼 성실해야 한다. 그리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은 철없기보다는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아빠로 기억되는 것만큼 더 좋은 게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본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해 준 '폭싹 속았수다'에도 애정을 드러냈다. 박해준은 "우리 아빠도 저랬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제가 보기에는 50% 이상인 것 같다"며 "조금 잘못한 부분이 있어도 용서를 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과 아이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서로 잘못이 있어도 조금 이해하고 봐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배우 박해준에게 새로운 인생캐를 경신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까지도 겸손한 태도로 함께 한 사람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는 그를 보면 작품 속 관식이의 다정함이 문득 괜히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다 감사할 따름이다. 저도 노력을 아예 안 한 건 아니고, 조금은 했으니 노력한 만큼 인정받아서 좋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로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잘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 다른 배우들도 많이 뵈었는데, 다들 너무 잘해주셨다. 해녀분들만 해도, 얼음공장 아저씨만 해도 관식이가 어떤 사람인지 다 얘기해 준다. 다른 사람들이 관식이를 만들어줬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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