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유의 눈부시고 푸르른 가을, '폭싹 속았수다'[인터뷰]
- 입력 2025. 04.12.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가을 하늘은 유독 더 높고 푸르다고 했던가. 풋풋했던 봄과 카랑카랑한 여름을 지나 마침내 '폭싹 속았수다' 애순·금명을 만난 아이유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했다.
아이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와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이 작품을 제안해 주신 것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일이다. 촬영을 길게 하기도 했고 후반 작업도 길었다.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됐다. 나름 조마조마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게 무색하게 많이들 사랑해 주시고, 어디를 가도 (작품) 잘 봤다고 해주신다.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까 드라마를 촬영했다고 해서 드라마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일이 많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저를 '애순이'라고 얘기를 하시더라.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었는데 그런 경우가 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사랑과 그 깊이가 다른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극 중 아이유는 제주소녀 '애순'과 애순의 딸 '금명'으로 분해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아이유는 1인 2역 위해 가장 고민한 지점에 대해 "일단은 애순과 금명 파트를 나눴다. 어떤 장면을 틀어도 두 캐릭터가 헷갈리지 않게 '이때는 이때네'라고 할 수 있게끔 하려고 했다. 캐릭터가 확실히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다. 기본적으로 목소리, 스타일링 등은 함께 고민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나이대 별로는 울음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이 작품이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이야기 아니냐. 그런 변화가 눈에 보였으면 좋겠더라. 성장해 나가는 인물의 모습이 잘 전달되기를 바랐다"라고 이야기했다.
애순과 금명을 동시에 연기하면서 혼란스러웠던 순간은 없었을까. 그는 "당연히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순차적으로 찍을 수 없지 않나. 애순을 찍다가 금명을 찍을 때도 있고, 둘 다 찍는 날도 있고 그랬다. 하지만 작가님이 대본에서 명확하게 둘을 분리시켜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금명이가 애순에게 못되게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표현을 덜 하게 되더라. 애순에게 몰입을 해서 '이 정도로 못되게 해도 되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웃음).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더 해야 한다. 원래 자라는 과정에서 엄마, 아빠한테 대못을 박는 말을 많이 하지 않냐. 금명이 입장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 애순이 아니고 금명이다'라면서 저를 설득시켜 주셨다"라고 털어놨다.
아이유는 영화 '브로커'에 이어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두 번째로 엄마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브로커' 소영이와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과 금명은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소영이도 엄마 역할이 있긴 했지만 아직 성장하지 못한 인간이라 빈칸을 채워가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 반면에 애순과 금명이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엄마의 역할을 연기했던 것 같다. 엄마가 되면서도 또 개인으로서도 오롯이 서 있는 모습들이 필요했다. 그걸 다 표현하는 게 숙제였다. 엄마가 됐지만 애순은 애순이지 않나. 그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애순이는 애순이다'를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1막부터 4막까지 흡입력 있는 내레이션과, 매 순간 캐릭터의 감정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4막에서는 금명의 인생을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이 펼쳐지며, 아이유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가 더욱 빛을 발했다.
"작가님이 감정을 정말 잘 그려주셨다. 그냥 이입만 하면 눈물이 났다.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아니더라도 눈물이 정말 많이 났다. 그런데 촬영을 하다 보면 감정신들이 유독 몰리는 날이 있지 않나. 내 안에 물이 없으니까 눈물이 안 나올 때가 있더라. 너무 슬프고 이입은 됐는데도 눈물이 안 나오는 경우가 생기더라. '많이 울면 물이라는 게 안 나오는구나'라는 걸 그때 경험했다. 그럴 때 '내가 여기서 못 울면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못 울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니까. 그 부담 때문에 눈물이 잘 났다."
아이유에게 1년 가까이 이어진 '폭싹 속았수다' 현장은 그 어떤 현장보다 특별했다. 그는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극 중 도동리 마을 사람들처럼 자신을 도와줬다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는 인복이 정말 좋다. 데뷔했을 때부터 그랬다. 많은 선배님들이 '이 친구 음악 들어보세요'라면서 추천을 많이 해주셨다. 그때부터 시작된 인복과 행운들이 '폭싹 속았수다'에서 방점을 찍었다. 사실 이 작품에 출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배우로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인 2역이라는 큰 역할을 작가님, 감독님이 믿어주시고 저에게 맡기신 거니까. 현장에 가면 사실 스스로를 못 믿는 순간들이 있는데, '폭싹 속았수다' 현장에 가면 모두가 저를 도와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많은 분들이 쉬는 시간에 저에게 와서 '힘들지?'라며 한마디를 늘 건네주셨다. 현장에서는 다 힘들지 않나. 근데 정말 저를 많이 챙겨주시더라. 진짜 도동리 같았다. 현장에서 정말 많은 배려를 받았다. 그분들이 마법을 부려주신 거다. 진짜 이건 '도동리의 마법'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사계절을 통해 주인공들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아이유는 현재 자신의 계절은 언제 인 것 같냐는 물음에 '가을'이라고 답했다.
"지금은 가을인 것 같다. 이 작품을 정말 오래 준비하고 세상에 나오게 됐다. 수확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가을이라고 생각했다. 가수로, 배우로 활동했을 때를 생각해도 그렇더라. 돌이켜보면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3일을 밤새서 일해도 또 일이 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 밤을 새우면 너무 힘들다. 그때는 봄, 여름처럼 생명력이 넘쳤던 것 같다. 다시 그걸 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다(웃음). 그래서 가을 느낌이다. 요즘 '겨울을 잘 준비해서 겨울을 잘 살아낼 거야'라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아이유는 차기작 ‘21세기 대군 부인’으로 배우로서의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극 중 아이유는 재계 1위 재벌가의 둘째 딸로 태어나 뛰어난 미모와 지성, 강렬한 승부욕까지 모두 갖춘 '성희주' 역을 맡는다.
"아직 촬영은 안 들어갔다. 곧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에도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차기작에서는 정말 많이 다른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많은 걸 스포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애순과 금명이처럼 울보는 아니다. '성희주'는 울지 않는다. 울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울지 않는다. 그래서 '이거 재밌겠는데?'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기대해 달라."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