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 타의적 개점휴업-민희진의 행보는?
- 입력 2025. 04.16. 10:18:26
- [유진모 칼럼]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의 걸 그룹 뉴진스가 법원의 판결 이후 사실상 타의에 의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가운데 계속 긍정적이지 못한 소식이 앞뒤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변호사 강호석과 박건호가 운영하는 채널 '강앤박 변호소'는 뉴진스가 처한 입장을 지적하며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인 만큼 계약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본안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가처분에서 이미 전속 계약 유효라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라는 의미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희진 대표와 갈라설 때가 되었다는 유권 해석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조목조목 뉴진스에 불리했다.
지난해 4월 당시 어도어 대표이던 민희진 프로듀서와 어도어 모회사 하이브(방시혁 의장)의 갈등이 불거진 이후 뉴진스와 그들의 부모들은 시종일관 똘똘 뭉친 단합력을 과시했지만 최근 한 부모가 이탈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부모들은 부인했지만 혜인의 부친이 어도어와의 법적 분쟁에 반대하다가 결국 친권을 상실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진스는 지난해 새 음반 활동을 펼쳤으며 11월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 무효를 선언한 이후에도 스스로 정한 NJZ라는 이름으로 역시 당당하게 움직였지만 결국 지난달 법원의 판결에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사실상 그것은 선언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어도어에 대한 패배의 인정에 불과하다.
뉴진스는 2022년 7월 데뷔했다. 물론 그전에 최소한 1년 이상의 연습생 생활을 거쳤다. 사실상 부모들의 목소리가 크고 민희진의 영향력이 지대한 배경이다. 나이가 벼슬은 아니지만 경험론은 무시하기 힘든 현실이자 교훈이다. 그 배경이 하이브의 파워이든, 민희진의 능력이든, 멤버들의 실력이든 뉴진스는 데뷔 이후 탄탄대로를 내달렸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이후의 기후의 흐름을 보면 결론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영국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록 그룹 비틀스는 1964년 JFK 공항에 착륙한 이후 미국을 초토화시켰다. 이처럼 본격적인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시작되자 깜짝 놀란 미국 팝계는 2년 후 대놓고 비틀스를 모방하고 겨냥한 최초의 기획형 보이 그룹 몽키스를 데뷔시킨다.
그러나 결론은 어렵지 않다. 지금도 비틀스의 발자취는 아주 넓고, 깊게 남아 있다. 방탄소년단을 '제2의 비틀스'라고 하지만 '제2의 몽키스'라고 하지는 않는다. 만약 '제2의 몽키스'라고 한다면 지금 팬들은 그 의의를 잘 모를 것이다. 몽키스의 발자취는 비틀스만큼 넓지도, 깊지도 않기 때문이다. 몽키스의 히트곡을 3개 이상 댈 수 있는가?
현재 K-팝 세계에서 보이 그룹과 걸 그룹은 차고 넘친다. 팬들의 입장이 각자 다르고, 전문가의 시선도 저마다 다르겠지만 보이 그룹 중 방탄소년단의 가치를 가장 크게 인정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방시혁이 이야기했듯 걸 그룹은 조심스레 에스파가 손꼽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뉴진스는 최소한 에스파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자였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그렇게 단언하기에는 부족한 게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백그라운드이다. 일반적으로는 배경이라는 뜻이다. 재즈에서는 독주자와 관악기, 리듬 악기 등과의 관계를 말한다. 아이돌 그룹에 있어서 스스로 작사, 작곡, 편곡, 연주, 프로듀싱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 않는 한 백그라운드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게 업계의 환경이다.
뉴진스가 지금까지의 언행으로 보여 준 바에 의하면 그녀들에게 민희진은 절대적인 존재자이다. 정신적 지주이자 음악적, 현실적인 배경이다. 그러나 진짜 현실은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해 11월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민희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와 추종을 표시한 바 있지만 정작 당사자의 리스폰스는 드러난 바 없었다.
뉴진스가 어도어, 사실상 K-팝 최대의 공룡인 하이브와 힘겨운 법적 다툼을 전개해 나가고 있지만 그녀의 리액션은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백조가 물 위에서는 얌전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부지런히 자맥질을 하듯 보이지 않는 잠행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뉴진스 팬들이 알 리 없다. 이탈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의리? 물론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닌 이상 의리는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적, 호환적이어야 당위성을 갖춘다. 또한 명목도 필요하다. 프로 세계에서는 현실이 필수적이다. 스포츠에서 프로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승리의 목적은 오직 돈이다. 뉴진스는 산속에서 자기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혼자 감상하는 전위 예술가가 아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