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나이프' 박은빈의 치열한 시간들[인터뷰]
입력 2025. 04.21. 08:00:00

박은빈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배우 박은빈이 디즈니+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 얼굴을 꺼내보였다. 무려 데뷔한 지 30년 만에 맡은 첫 악역이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낯선 얼굴로 대중을 또 한 번 놀라게 만든 박은빈이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박은빈은 극 중 존경하던 스승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섀도우 닥터 ‘정세옥’ 역을 맡아 압도적 열연을 펼쳤다.

‘하이퍼나이프’는 박은빈의 새로운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로 캐스팅 단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이다. 그간 선하고 바른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같은 걸 반복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성격이다. 그렇다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사실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주셨다고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긴 하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서 이 작품에 참여한 건 아니다. 그저 '안 해봤던 걸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이 작품을 기획자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았었다. '세옥'을 보고 저를 떠오르셨다고 하더라. '의사인 주인공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라는 강렬한 로그라인이 있었는데, '이런 역할에 나를 떠올리는 제작자도 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역으로 당시 궁금해서 '왜 저에게 이런 제안을 주셨냐' 물어보기도 했다. 물론 저 또한 대본을 너무 재밌게 봤기 대문에 해봄직하다고 생각했고, 어려운 도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었다."



박은빈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뇌’와 ‘수술’에 대한 광기와 열망부터 덕희와의 오묘하고도 뒤틀린 사제 관계까지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거침없는 충동 본능으로 가득 차 예측이 불가능한 캐릭터인 ‘정세옥’을 눈빛과 말투, 행동, 디테일한 심리 분석 등을 덧대어 섬세하게 풀어냈다.

"세옥을 통해서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치열한 시간들을 보냈다. 세옥을 다층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정이 안 가는 캐릭터처럼 느껴지진 않았던 거 같다. '나쁜데 응원을 해도 될까?'라면서 품어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그 부분이 정말 감사했다. 이 캐릭터를 마주하면서 사랑받기를 바라진 못했다. 악행을 저지르니까. 미화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도덕적으로 옹호를 바라지도 않았다. 악행에 대한 변명도 하지 않는 인물이다. 끝까지 갱생도 하지 못한다. 다만, 내면적으로 이 캐릭터가 성장을 하지 않나.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지, 그 부분을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 쓰려고 했다."

박은빈은 대부분의 수술 장면들을 대역 없이 직접 연기했다. 그는 준비 과정에 대해 "수술 장면들이 많이 나오진 않았다. 대역 분이 한 장면도 있다. 나머지는 제가 직접 하라고 하셔서 했다. 그런 장면이 있는 촬영날이면 교수님이 휴가를 내시고 와주셨다. 실습생에게 하는 것처럼 어떤 걸 하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신경외과는 세밀하게 작업을 해야 해서 손의 움직임이 버라이어티 하진 않더라. 한 가지 신경을 썼던 건 의사마다 수술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더라. 안전제일이어서 정돈을 하고 제거하시는 분도 있고 최대한 빠르게 쓱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라. 자세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수술 스타일도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옥이는) 과감하게 하겠다'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세심한 설정을 갖고 연기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이 시청자들을 과몰입하게 만든 요소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사제지간의 독보적인 관계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면들을 가진 '덕희'와 '세옥'의 애증 관계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 시리즈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끝 마치느냐가 중요했다. 이 작품의 방향성을 잘 전달하는 게 과제였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는지, 이 작품을 어떤 감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설경구)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애초에 덕희와 세옥이 범상치 않은 사제관계를 표방하지 않나. 그래서 '두 사람이 감정들이 상식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 선배님과 그런 부분에서 방향성이 같았다. 다만, 신경 썼던 것은 이 둘의 관계가 시청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다. 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진 않았다. '치열한 심리전'이라고 하면 혹시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보실 수 있게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배우로서 잘 전달해 보자'라는 목표가 있었다. 그런 목표점이 선배님과 같았다."

설경구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선배님과 호흡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희열을 얻었다. 도파민이 돋더라. 그 와중에 '이렇게 카타르시스를 느껴도 되는 걸까?'라는 점검도 하고,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주실까?' 걱정도 됐다. 돌다리를 하나하나 두들겨보면서 작품에 임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봤을까. 박은빈은 "처음 오프닝 시퀀스를 보고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이 헨델의 ‘나를 울게 하소서’를 지정해 놓으셨다. 이 이야기는 결국 덕희가 세옥을 울리는 이야기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음악이 드라마를 표현해주 는데 정체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본 작품에서 이 음악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런 지점에서 두 사람의 승리를 다룬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깊은 감정에 공감이 안되더라도 이해는 됐으면 좋겠다. 혹은 이해가 안 되더라도 공감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었다"라고 말했다.



‘하이퍼나이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은빈은 현재 차기작 ‘더 원더풀스’ 촬영에 한창이다. 또 한 번 새로운 캐릭터로 시청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이해하려고 시도를 했을 때 어떤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지 않나.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발견해 나가는 순간들, 이해의 폭이 확 넓어지는 순간들이 재밌다. 인터뷰 시간을 통해서 이제 비로소 세옥을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까지 함께했던 인물들은 제 마음 여러 개의 방에 살고 있고 늘 함께하고 있다. 그 인물들의 성장을 이루었듯이 저 역시 함께 성장했다. 애틋함이 크다. 작가님이 캐릭터의 세계를 창조해 주시지만, 그 캐릭터를 해석하고 이해하고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만난 세옥이는 이랬다고 소개를 해드린 거다. 나뿐만 아니라 그런 세옥을 같이 사랑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 악역이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역할보다 지탄받고 비난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또 잘 봐주셨다. 애잔하게 봐주시고, 연민도 가져주시더라. 오히려 제가 가지지 못했던 감정까지 느껴주셨다. 품고 있는 '세옥'을 남들도 함께 좋아해 준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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