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럽이슈] 넷플릭스·디즈니+ 잘 나가는데…국내 토종 OTT와 양극화 ‘뚜렷’
- 입력 2025. 04.22. 11:52:51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폭싹 속았수다’, 디즈니+ ‘하이퍼나이프’ 등이 연일 글로벌 흥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반면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는 내수 시장에 한정된 경쟁을 펼치며 성장 한계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2013년 한국 드라마 평균 회당 제작비는 약 3억 원대였지만 최근 10배가량 뛴 3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국내 방송사와 OTT가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수는 90편으로 2019년보다 18.9% 줄었다. 그러나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드라마 수는 3편에서 22편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콘텐츠 공급 추이 또한 양상이 뚜렷하다. 넷플릭스는 전년과 같은 수준인 30편을 유지했고, 디즈니+는 17편으로 증가했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9편, 5편으로 줄었다. 2023년 기준 넷플릭스는 30편, 디즈니+ 11편, 티빙은 11편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넷플릭스 등 일부 글로벌 OTT의 콘텐츠 수요 집중이 과도해질 경우, 국내 제작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시장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정확한 통계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콘텐츠 경쟁력의 차이를 꼽는다. 글로벌 OTT는 수천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글로벌 타깃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가입자를 끌어 모은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시리즈, 디즈니+ 마블 시리즈와 같은 작품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그러나 국내 OTT는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와 협소한 시장 규모로 인해 대형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접근성도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다. 글로벌 OTT는 이미 전 세계 수십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OTT는 대부분 국내 시장에 집중돼 있으며 해외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 구조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며 다시 콘텐츠 투자 여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글로벌 OTT의 우위는 뚜렷하다. 넷플릭스는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과 안정적인 스트리밍 기술을 통해 이용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OTT는 인터페이스, 추천 시스템, 자막 품질 등에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국내 OTT 간 과열 경쟁도 문제로 지적된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각 플랫폼이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지만 개별 플랫폼이 보유한 자원의 한계로 인해 글로벌 OTT에 비견될 만한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OTT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한국도 유럽과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에 맞서 프랑스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2020년 10월 20일 출범한 ‘살토(Salto)’는 2년 5개월 만인 지난 2023년 3월 27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살토는 프랑스의 대표 방송사인 TF1, 프랑스 텔레비지옹, M6 그룹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글로벌 OTT의 공세에 맞서 프랑스 콘텐츠 주권을 지키기 위한 ‘국산 OTT’로 주목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살토의 가장 큰 한계는 콘텐츠 경쟁력이었다. 플랫폼에 탑재된 콘텐츠 대부분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재방송이거나 기존 프로그램에 머물렀고, 글로벌 이용자층을 사로잡을 만한 고유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사실상 부재했다. 이는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와는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마케팅과 홍보 전략의 부제도 문제였다. 출시 당시 프랑스 내에서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에게 뚜렷한 플랫폼 동기를 제공하지 못했다. 결국 살토는 누적된 적자와 파트너사의 철수로 인해 더 이상의 서비스 지속이 불가능해졌고, 2023년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살토의 실패는 단지 프랑스 시장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콘텐츠 경쟁력, 파트너사 간 협업 실패, 낮은 이용자 경험 등은 현재 국내 OTT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와도 유사하다. 국내 OTT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대응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기에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는 국내 토종 OTT가 살아남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글로벌 OTT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수급하거나 자체 제작하지만 국내 플랫폼은 한정된 예산 속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한국형 서사에 기반한 장르물, K드라마의 감성을 극대화한 콘텐츠 등은 국내외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 요소다.
두 번째는 OTT 간 협업 또는 통합 전략이다. 현재 웨이브, 티빙 등은 각자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 중이지만 이는 콘텐츠의 분산과 중복 투자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 OTT 간 통합 또는 공동 제작 방식이 효율성과 콘텐츠 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해외 진출을 위한 플랫폼 전략이다. 단순히 콘텐츠 수출을 넘어 동남아시아, 중동, 북미 시장 등을 겨냥한 현지화된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티빙은 현재 CJ ENM과 함께 K콘텐츠에 친숙한 아시아권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 중이다.
이처럼 국내 OTT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콘텐츠 제공자가 아닌, 콘텐츠 기술자이자 기술 기업, 그리고 플랫폼 운영자로서 다층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OTT의 자본과 규모에 맞서기 위해선 기술력, 협업 전략, 글로벌 비전을 갖춘 토종 OTT의 체계적인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웨이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