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악한 연극계 활발해지길” 신구X박근형, 청년들의 ‘고도를 위하여’ [종합]
- 입력 2025. 04.23. 12:13:27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한극 연극사를 대표하는 두 거장 신구, 박근형이 마지막으로 동반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만큼 티켓 수익금은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리는 청년 연극인들을 위해 전액 기부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는 신구, 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X 청년문화예술패스 특별 기부공연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신구, 박근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어 “아직까지도 가장 열악한 환경 속, 특히 연극 분야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다. 대학로 150여개의 소극장들이 있고, 이 장소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은 정말 배가 고프다. 연극배우들의 50%가 순수하게 받는 수익이 25만원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연극 무대에 서고 싶어도 막상 무대가 만들어졌을 때 몸이 망가지고,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서글프고 안타깝기도 했다”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이번에 신구, 박근형 선생님께서 연극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을 후배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시겠다고 해서 이 자리가 마련됐다. 오늘 이 자리가 모든 연극인들, 문화예술계, 국민들에게 심금을 울리게 되고, 그 결과가 새로운 씨앗이 되어 큰 예술나무를 키워내지 않을까 생각 든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으로 실체가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방랑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공연됐으며 한국에서는 1969년 극단 산울림을 통해 초연된 이래 5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이번 공연은 청년을 위한 특별 기부 공연으로, 초연부터 앵콜, 서울과 지방 투어까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받은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두 배우가 함께 깊이 고민한 끝에 탄생됐다.
마지막 동반 무대를 맞이한 박근형은 “노년의 배우로서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해낼 수 있는지 저희들도 시험적인 면이 있었다. 이 연극을 통해서 해석이 각기 다르겠지만 다른 표현, 조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게 과연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나 안 받나 궁금했는데 의외로 많은 호응을 해주셔서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감개무량하고, 감사했다”라며 “이런 것들을 겪으면서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 이걸 계기로 뭔가를 해내고 싶더라. 조그마한 힘이지만 시작해봤으면 했다. 그래서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구는 “저도 박근형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과 같다. 저희들이 젊었을 때 캐스트 되고, 지금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서울 공연 1회를 하고, 지방 공연을 하면서 전석 매진이 됐다. ‘이게 무슨 일인가?’하고 놀랐다. 너무 고맙다. 그런데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느냐, 방법이 없느냐 생각하다가 이런 기회가 와서 선택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티켓 수익금은 ‘연극내일기금’으로 전액 기부된다. 박근형은 “저희가 공연을 하면서 102회차 매진을 했다. 이걸 어떻게 돌려드릴까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돌려드림과 동시에 배우에게도 작은 힘이 됐으면 했다. 청년들을 위한 기금모음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동료들이 같이 호흡하고 할 수 있느냐가 남아있다. 저희는 용기 100배를 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 기대가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신구는 “젊은 청년들이 연극을 시작하며 작업을 하면서 너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기회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며 “젊은 친구들이 많은 호응을 해주셨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이 인물과 흡사하여 공감하지 않았나 생각 든다”라고 했다.
또한 두 배우의 뜻에 따라 공연 관계자들과 후배 배우들도 객석 기부에 함께하며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보탠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세대를 잇는 응원의 장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병국 위원장은 “‘고도를 기다리며’ 제작한 파크컴퍼니 대표님이 연락이 왔다. 신구, 박근형 선생님께서 기부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오셨다. 두 분의 뜻을 어떻게 크게 기릴 것인가 고민하게 됐다”면서 “국민 모두가 좋은 창작물을 향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특히 사회에 첫 진출하는 19세 청년들에게 청년문화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발급률도 다른 문화 패스에 비하면 낮고, 사용률도 30% 남짓이더라. ‘왜 쓰지 않느냐’라고 대상자들에게 물어보니 순수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고, 흥미가 없다고 하더라. 너무 놀랍고, 나라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배우가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젊은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하는 자체는 연극을 통해서 전달되겠지만 젊은이들은 직접 두 배우의 말을 듣고 싶겠구나 싶더라. 카드 발급 대상자가 되는 청년을 초청해 두 배우와 대화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오게 되고, 두 선생님의 귀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기부 공연을 청년들을 초청하게 됐다. 청년들과 함께 두 선생님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라고 소망했다.
기부 활용 계획에 대해 정병국 위원장은 “이 기금을 연극내일기금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번 기부 공연을 통해 모아지는 기금을 씨앗으로 해서 더 많은 기금이 모아질 수 있도록, 다른 공연에서도 릴레이 기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캠페인 하려고 한다”면서 “그렇게 모아진 기금은 두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젊은 배우들이 학교 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우리만의 연기력, 연기법 등 미흡한 점이 많다. 기회가 되어 장이 마련되면 선생님이 직접 나와서 지도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뜻을 살리기 위해 연극인들을 위한 교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가들과 논의하여 재교육, 좋은 프로그램 등 커리큘럼을 짜려고 한다. 선생님이 가능하신 시간에 나오셔서 젊은 연극배우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장이 마련되어 두 선생님의 뜻이 오롯이 젊은이들에게 전달되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신구, 박근형의 뜻에 따라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 관객을 위한 특별 공연으로 기획됐다. 공연 종료 후에는 최민호(샤이니 민호)가 재능기부로 모더레이터를 맡고, 두 배우와 오경택 연출가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박근형은 “청년들이 마음을 열고, 눈을 열고, 열악해진 우리 연극계를 위해 조금 더 활발하게 참여해줬으면 한다”면서 “K팝, K드라마 등 모든 것들은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자원이 고갈 됐기에 풍성해지길 원하는 마음이다. 저희들이 시작은 했으나 얼마나 갈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희망을 가지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을 아시고,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또 “저희가 활동하는 동안은 계속해서 이 운동을 하려 한다. 저희를 도와주는 파크컴퍼니와 문화예술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거라 믿는다. 저희는 동료들과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길 동요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신구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파크컴퍼니와 문화예술위원회 측이 선뜻 도와주신다 해서 너무 고맙다. 교육 과정, 커리큘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희는 잘 모른다. 위원장님께서 선뜻 만들어 발전시키겠다고 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조금 더 발전해서 젊은 연극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한국의 문화예술계 현실이 현장에서 늘 어렵다고 하지만 정부 예산을 가지고 지원하는 절대 액수를 보면 전 세계에서 제일 많다. 외국에서 오히려 한국을 부러워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 선진국 경우 자체 수익이 60% 된다. 정부가 10%, 나머지 30%는 후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한국은 90% 이상 정부예산에 기대고 있다. 기부 문화를 활성화 시키고,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게끔 노력했지만 쉽지 않더라”면서 “선생님들이 기부 모형을 만들어주는 건 천군만마를 얻는 느낌이었다. 얻어지는 수익이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좋은 모델이 될 거라 생각한다. 허투루 1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해줄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자 한다. 재교육 프로그램 등 명실공이 최고 연극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논의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근형은 “‘고도를 기다리며’는 신구, 박근형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의미가 아닌, 힘이 닿는 곳까지 연극 운동을 하려 한다. 계기가 된 게 ‘고도’이다. 앞으로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는 5월 9일 오후 7시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단 하루 진행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포츠투데이, 파크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