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와장창' 깨고 피운 꽃[인터뷰]
입력 2025. 04.24. 07:00:00

루시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루시는 민들레 같아요. 민들레는 수수한 꽃이지만 시들어 죽는 게 끝이 아니라 민들레 꽃씨가 돼서 날아가고 다시 꽃을 피우잖아요"

밴드 루시가 미니 6집 '와장창'으로 돌아왔다. 앨범명 그대로 이전 앨범들과 차별점을 두고 이전에 있던 것들을 '와장창' 깨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다만 루시의 기본 감성은 놓치지 않았다.

"'와장창'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면서 새로운 시도는 많이 했지만, 기본적으로 저희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가져가려 했다. 신선함과 동시에 루시만의 기본 감성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루시답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최상엽)


'와장창'은 개화부터 낙화까지, 꽃잎의 여정처럼 다채로운 음악을 선사해 온 루시가 봄을 맞이해 새로운 챕터를 여는 앨범이다. 루시의 이름으로 발매된 모든 앨범을 프로듀싱한 멤버 조원상이 '와장창'의 곡 작업 역시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더블 타이틀곡 '잠깨'와 '하마'가 수록됐다. '잠깨'는 잠을 깨우는 듯한 통통 튀는 드럼 비트가 특징인 반면 '하마'는 중독적인 베이스 루프와 대비되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다.

"모든 앨범 회의를 할 때마다 곡이 다 좋은데, 타이틀곡에 비해 수록곡이 묻혀서 아쉬웠다. 이번 앨범에 주된 도전은 대중성이었다. 두 가지 대중성이 있었다. 이지리스닝과 자극적이었는데 그 두 곡이 '잠깨'와 '하마'라고 생각했다. 앨범명 '와장창'은 단순히 이전까지 해왔던 것들을 모두 깨부수겠다 건 아니다. 우리가 해오던 것들에서 항상 변화가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를 내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멤버들마다 의미가 또 다르다. 자신의 어떤 것을 깨부술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조원상)

"바이올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곡이 달라진다. 거기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사운드적인 부분에서는 리듬이 신나야 사람들이 어떤 멜로디가 얹어져도 재밌게 듣겠다고 판단했다. 이전과 달리 담백하게 들리도록 절제하는 사운드에 집중했다"(신예찬)

이 외에도 '와장창'에는 떠나간 연인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을 록킹한 사운드와 몰아치는 보컬로 가감 없이 담아낸 '내가 더', 수줍음이 많은 화자를 사람 탈 쓴 로봇에 비유한 신선한 가사와 캐치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뚝딱', 미움으로 인한 상처를 서로 공감하고 보듬어주듯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미워하지 않아도 될 수많은 이유', 멤버 최상엽이 단독 작사·작곡·편곡한 곡으로 우울함을 깨버리고 자유롭게 피어났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한 'bleu'까지 총 6개의 웰메이드 트랙이 담겼다.

"저희 앨범 수록곡이 진짜 좋은 곡이 많다. 타이틀곡으로 갈 자리가 부족해서 수록곡이 될 정도로 곡이 알차다. 이번 앨범은 개인적으로 '미워하지 않아도 될 수많은 이유'가 대중이 듣고 쉽게 들어볼 수 없는 형태라 좋아하실 것 같다. '블루' 같은 경우 파란색이라는 뜻도 있지만 우울하다는 뜻도 있다. 우울함의 의미를 '와장창' 깨고 싶었다"(최상엽)


특히 이번 앨범은 드러머 신광일 입대 이후 처음 선보이는 앨범인 만큼,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고 한다. 발매에 앞서 깜짝 버스킹을 통해 팬들과 만나기도 했다. 오는 5월 2~4일에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일곱 번째 단독 콘서트 '와장창'을 개최하는 가운데, 지난 9일 티켓 오픈 8분 만에 3회차 공연이 전석 매진됐다.

"이번이 첫 버스킹이었는데 많은 분이 와주셔서 놀랐다. 끝나고 나서도 원상이와 많이 해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콘서트 같은 경우에도 매번 공연장이 채워질까 하는 불안함과 걱정이 많은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저희가 항상 공연을 비슷하게 하는 밴드가 아니기 때문에 색다른 부분을 준비해서 보시는 분들께도 새로운 모습 보여드리려 준비 중이다. 저희 공연을 처음 와주신 분들도 계시고 계속 와주신 분들도 계신다.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게 새로운 버전을 원하는 분들이 있고 원곡 듣고 싶은 분들이 있을 거다. 저번 공연 때 편곡했던 곡은 이번에 안 하는 식으로 조절해 가는 중이다"(신예찬)

루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년 공연을 통해 현지 팬들과 만나고 있다. 이처럼 루시가 큰 사랑을 받는 루시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신예찬 표 바이올린과 유니크한 보이스를 가진 두 보컬을 이유로 꼽았다. 아직 인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하진 못하지만, 루시 멤버라는 자체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바이올린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일으킨다. 밴드에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까 봐 바이올린을 잘 쓰지 않는다. 그래서 소리 같은 부분은 많이 추가해서 같이 연주하려고 한다. 두 보컬의 목소리도 유니크하고 퍼포먼스적으로도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않은 퍼포먼스를 통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신예찬)

"조원상이 쓰는 노래가 9할인 것 같다. 노래가 좋지 않으면 결국엔 저희를 사랑할 수 없다. 노래가 너무 완벽하고 좋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저희를 선택하지 않았나"(최상엽)

"아직 인기를 스스로 체감하진 못하지만, 가끔 멤버들끼리 알차게 잘 모였다고 이야기할 때가 있다. 내가 있는 밴드에 신예찬이 있고 최상엽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고 남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조원상)


어느덧 데뷔 5년 차에 접어든 루시는 그만큼 책임감도 생기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무감도 커졌다. 활동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힘듦 속에서도 계속해서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준 건 바로 팬들이었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기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슈퍼밴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일주일 사이에 여섯 곡을 만들어서 작가님을 만족시켜야 했다. 루시를 시작하고도 그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멤버들을 만족시키고, 내 스스로를 그리고 팬들을 만족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 곡에 대해 생각한다. 5주년이 되니까 개인적인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 시야기 더 넓어졌다. 곡을 만드는 입장에서 여유가 생기면서 다양한 장르를 도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현재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높이 올라가고 싶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남녀노소 상관없이 널리 전하고 싶다. 팬들이 기다리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열심히 하면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데, 이들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내가 당장 힘들다고 안 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조원상)

'개화 (Flowering)', '조깅', '선잠', '히어로' 등 사계절을 대표하는 곡들을 통해 자신들만의 '사계절 서사'를 완성해 온 루시는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팬들 마음을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생각보다 유명한 밴드 말고 대놓고 유명한 밴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친근한 밴드가 돼서 밴드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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