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 '빛 좋은 개살구' 흔들리는 K-드라마, 돌파구는 어디에?
입력 2025. 04.24. 09:27:06

폭싹 속았수다-오징어게임2

[셀럽미디어 정원희, 임예빈 기자] "K-드라마, 전 세계에서 열광이라는데 왜 제작사는 힘들까?"

'오징어 게임' '폭싹 속았수다' 등 K-드라마가 넷플릭스 순위권에 들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전 세계 안방극장에 K-드라마가 침투하고 있는 오늘날, 동시에 업계에서는 'K-콘텐츠 위기론'이 제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 K-콘텐츠의 수치는 역성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지난 2월 2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24년 3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방송산업 매출 2023년 동기 대비 9.7%, 방송산업 수출액 2023년 동기 대비 21.6% 감소했다.

또한 방송사업자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2023년 드라마 공급 개수는 112개로 전년 대비 17.6% 감소하는 등 국내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수요가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100편 남짓, 올해는 80편 내외의 드라마가 제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표적인 드라마 제작사들의 2024년 3분기 매출 감소 원인을 확인했을 때, 스튜디오 드래곤의 경우에는 상반기 '눈물의 여왕'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고수익 작품의 부재와 플랫폼 공급 작품 회차 감소의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34.1% 감소한 903억 원을 달성했다. SLL은 지난해 3분기 드라마 편수 감소로 매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단순히 고수익 작품의 부재, 드라마 편수 감소가 제작 시장의 위기를 초래한 것일까?


◆ 제작비 폭등 이유?…출연료 뿐만 아니었다

먼저, 제작사에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제작비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KCA에서 발표한 '제작비 폭등에 따른 국내 드라마 시장의 변화와 개선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국내 드라마들의 평균 전체 제작비는 약 344억 원이고 회당 평균 제작비는 약 31억 원이다. 최근 방영됐던 tvN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만 해도 각 500억 원, 6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제작비의 폭등은 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 이후로 더욱 극대화됐다. 한 A 제작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이 늘어나며 콘텐츠의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퀄리티 향상과 제작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규모가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먼저 제작비가 상승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배우들의 출연료가 꼽힌다. 최근 톱스타 배우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억대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OTT 플랫폼이 K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높은 출연료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한번 올라간 출연료가 쉽게 내려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사전제작 시스템인 '프리프로덕션' 비중이 올라간바, 편성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스타 감독과 스타작가, 톱배우의 캐스팅을 포기할 수 없다. 또한 해외 판권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를 캐스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을 꼽을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이전보다 촬영 일수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스태프 근로시간도 증가했다. 그러면서 인건비뿐만 아니라 촬영 장비나 세트의 사용 일수, 이동비 등이 추가돼 실제 제작비는 이전보다 2~3배 가까이 늘어났다.

여기에 CG, VFC, 미술, 믹싱 등 후반작업(Post-Production)의 비중이 높아진 점도 큰 원인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작비에는 인건비 외에도 기술적 퀄리티 향상을 위한 후반 작업 비용, 촬영 인프라 강화, 세트 및 로케이션 확장, 해외 시장을 고려한 자막·더빙 등 로컬라이징 작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포함된다. 이전보다 분야가 확장되면서 작품에 참여하는 스태프 수가 증가하고 인건비 비중도 높아지게 됐다.

◆ 오르지 않는 시청률, 방송광고 위축으로

제작사의 곡소리를 부추기는 외부적 요인으로는 광고 시장의 축소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4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방송광고 시장 매출은 2조 35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5% 감소했다.

전체 광고시장 매출과 함께 봤을 때 낙폭은 더 크게 다가온다. 2023년 국내 전체 광고시장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13조 8017억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이러한 가운데, 전체 광고시장 대비 방송광고 시장 비중은 17.6%로 축소됐다. 2021년 22.7%에서 3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반면 OTT 등을 포함한 디지털 광고 비중은 전년 대비 2.3%포인트 늘어난 60.7%를 기록했다.

실제로 B 제작사 관계자는 "광고시장이 침체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방송사 드라마에 광고가 안 붙으니 (제작사는) OTT를 먼저 찾고 가장 마지막으로 방송사를 찾는다.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탄했다. 광고가 줄어드니 제작비 충당이 어려워졌다고, 투자가 활발한 OTT 채널을 선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OTT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 확산에 따라 디지털 광고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했고, 방송사 드라마 시청률이 예전만 하지 못하니 작품도, 시청자도, 광고도 OTT로 몰리고 있는 상황 속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광고 대행사 등은 방송광고를 집행할 수 없으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가장 많이 선택(60.9%)할 것으로 나타났으며,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시청행태 변화, 디지털 광고 기술의 진화에 따라 광고시장에서 방송광고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방송광고시장의 암울한 미래를 내다봤다.


◆ K-드라마 시장, '포스트 넷플릭스' 대비할 때

넷플릭스의 경우 한국 콘텐츠 작품 수가 2022년 21개에서 2023년 30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K-드라마의 호재는 아니다. 드라마로 범위를 좁혀봤을 때, 2022년 11개에서 23년 13개로 단 두 편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를 포함한 일부 글로벌 OTT는 최근 들어 제작비 이슈로 한국보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싼 일본, 태국 등에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 21일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에서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총괄은 이러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규모를 꾸준히 확장하며 투자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만큼 K 콘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우려를 말끔히 지우기는 역부족이다. 제작비 상승과 광고 축소로 몸살을 앓는 제작사와 투자 규모를 점점 줄이는 글로벌 OTT.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스트 넷플릭스' 전략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현지화 전략이 있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글로벌 OTT 애플TV 플러스에서 미국 드라마 '운명을 읽는 기계'를 함께 만들었다. 또한 국내 제작사 SLL도 미국 유명 제작사 윕을 인수해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보드킨', 프라임 비디오 미국 드라마 '내가 예뻐진 그 여름' 시즌3 등을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방송 시장 규모가 더 큰 해외 시장을 노리는 것은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영화 시장처럼 외부 투자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활발한 정보 공유가 이뤄져야 할 필요도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방송사, OTT가 투자하고 편성하는 구조로 제작되기 때문에 투자로 제작비를 끌어오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기에 투자의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선 제작비 대비 성과를 확실히 알 수 있는 데이터를 활발하게 공유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제작 단계의 리스크 완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다. 적정 출연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확립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제작사들도 내부적으로 비용 효율화와 콘텐츠 다양화를 통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제작비 조달과 수익 회수 구조 등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개선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전반적인 구조로 인해 드라마 제작 산업의 악순환 구조는 계속되고 있고, 이는 곧 한국방송영상산업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정책적으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 제작사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전 세계가 K 콘텐츠 시장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제작사처럼 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K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개선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씨제스, 스튜디오드래곤, SLL, 본팩토리, 에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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