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60분' 변호사 관련 분쟁 증가 원인은?…법률 시장 실태 조명
- 입력 2025. 04.25. 22:01:39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불성실한 변호사와 법률 시장 실태를 알아본다.
'추적60분'
25일 KBS1 '추적60분'에서는 '나의 변호사를 고발합니다' 편이 방송된다.
변호사 35,000명 시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이후 변호사의 수가 늘어 나는 동안 변호 서비스와 관련된 분쟁도 증가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에게 내려진 징계 건수는 206건. 변호사법 위반과 성실의무 위반 및 계약 해지와 위약금 문제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또, 늘어난 변호사 수로 법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법무법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이다. 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변호사의 일탈과 이를 둘러싼 분쟁, 2025년 법률 시장의 실태를 '추적60분'이 취재했다.
수십 년 동안 군 공항 소음 피해에 시달려온 광주광역시의 한 마을. 주민 283명은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5월, 3억 2,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판결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일부 주민들은 배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가 배상금 수령 후 65명의 주민에게 7,7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연말까지 보상금을 반환하겠다는 각서까지 썼지만, 여전히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변호사는 현재 횡령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믿었던 변호사의 믿기지 않은 횡령. 변호사가 돈을 내놓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2년 전,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간호하던 박은주(가명. 50세) 씨는 어머니가 매입한 빌라가 불법 건축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변호사를 찾던 중 김OO 변호사를 알게 됐다. 그를 신뢰한 박 씨는 부동산 매매대금 반환 소송 이외에 빌라 관리까지 김 변호사에게 맡겼다. 각종 소송과 빌라 관리를 명목으로 2년간 김 변호사에게 지불한 돈은 약 1억 원. 하지만 김 변호사는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소 취하를 권했고 매매 대금 반환 소송은 결국 조정으로 끝이 났다. 소송에서 이기지도 재산상의 이익도 얻지 못했지만 김 변호사는 현재 성공보수 2억 2천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박 씨 어머니 소유 빌라에 가압류를 걸어 놓았다.
김 변호사로부터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의뢰인은 박 씨뿐만이 아니다. 수임 계약서와 현금영수증 등 관련 서류들은 주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소송을 권유하거나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해 수임료만 날렸다 주장하는 다수의 의뢰인들. 이에 대한 김 변호사의 입장은 무엇일까?
최근 몇 년 사이 변호사 업계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로펌들이 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분사무소를 두고 적극적인 홍보로 사건을 수임하는 이들 로펌을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로펌'이라 부른다. 다수의 전관 변호사를 고용하고 억대의 광고비를 들여 최대한 많은 사건을 수임,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네트워크 로펌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한 일부 변호사들은 네트워크 로펌의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사건의 상담, 운영, 수행을 각각 다른 변호사들이 나눠 전담하는 네트워크 로펌의 특성상, 상담 변호사는 건수를 올리기 위해 때때로 무리한 수임을 하고 인수인계 과정에서 정보전달이 미흡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네트워크 로펌의 경우 수임료 환불이 다른 로펌보다 유독 어렵다는데 제작진이 만난 제보자 역시 네트워크 로펌의 불성실한 사건 수행으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환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새로운 영업 방식의 네트워크 로펌, 과연 문제는 없을까?
불성실한 변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변호사의 징계, 현실은 어떨까? 2011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사망한 故 김기석 군(당시 16세)의 아버지 김태현 씨는 아들의 사망이 병원의 과실에 의한 의료사고였다고 주장한다. 병원 측의 과실을 밝히기 위해 당시 김 씨는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들을 선임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했지만 패소했다. 이후 병원이 아닌 의사들을 상대로 한 2차 소송을 진행하던 중 소장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1차 소송 당시 김 씨의 변호인 중 한 명이 2차 소송에서는 상대측 변호인이 된 것이다. 놀란 김 씨는 대한변호사협회에 해당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2021년, 변호사는 과태료 2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징계 청원부터 최종 처분까지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김 씨 가족은 “잘못에 비해 변호사에 내려지는 징계는 너무 가볍고, 과정 또한 힘들다”고 토로한다.
'추적60분'은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