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화계 바람 앞 등불인데… 30년 맞은 부국제, 변화와 숙제[종합]
입력 2025. 04.29. 12:44:41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새로운 헤드쿼터와 함께 경쟁 영화제로 새출발을 알렸다.

29일 오전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 3층 대회의실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광수 이사장과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 취임…새로운 리더십 구축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제3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의 크고 작은 변화와 조직 및 프로그램 운영 방안 소개됐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는 2년간 비어 있던 집행위원장 자리를 채웠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를 지낸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이 취임했으며, 중남미와 유럽을 담당해 온 박가언 프로그래머가 남동철 수석의 뒤를 이어 수석 프로그래머로 선정위원회에 새롭게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조직은 슬림화됐다. 정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다른 세계 영화제에 비해 상근직이 비대하게 운영됐던 게 사실이다"라며 "보직 변경, 퇴사 등의 이유로 올해 자연스럽게 9인에서 6인으로 슬림화됐다. 향후에는 이정도 규모를 유지하면서 필요시 계약직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래머들이 권역별로 영화를 맡던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정 집행위원장은 "조망하는 직무에서 보니까 고착화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권역 전제하고 운영하지만, 영화제 전체 프로그램이 유기체처럼 움직이도록 하겠다.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영화제가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안배주의, 고착성 탈피해서 새롭게 개척해 보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운영조직에 젊은 피를 수혈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한국 영화와 아시아 영화계의 새로운 30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정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30년간 아시아 영화와 걸어온 연대의 기억을 돌아보는 한편, 현안과 발전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는 게 30회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부산영화제를 찾는 관객이 만나고 싶어 하는 작품과 게스트 초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노력하고 있고 8월 공식 기자회견에서 충분히 답을 드릴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 30년 만의 변화, 경쟁 부문 도입

무엇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경쟁 부문 도입이다. 1966년 비경쟁영화제로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는 30년간 비경쟁 기조를 유지해 왔다.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만큼,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 부문을 신설해 아시아 영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다.

경쟁 부문은 약 14편 내외를 선정하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을 비롯한 주요 상영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경쟁 부문은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총 5개 부문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폐막식에서 시상된다. 이에 따라 별도의 폐막작 선정 없이 대상 수상작이 폐막식에 걸릴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비전 섹션 또한 개편된다. 한국 독립영화계 신진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 온 비전 섹션은 기존 '뉴 커런츠'와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이 담당해 온 역할을 통합 및 확장해 아시아 독립영화를 조명한다. 비전 섹션은 또다시 '비전-아시아' '비전-한국' 두 갈래로 구성돼 한국을 비롯해 더 많은 아시아 독립 영화인들을 지원할 수 있게 바뀐다.

박 수석은 "경쟁 부문 도입됨과 함께 (비전 섹션에서 주목받던) 신인들 홀대를 우려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과 아시아 섹션을 분리해서, 뉴커런트 섹션과 비전 섹션 편수와 동일하게 유지하고 형태, 운영 방안 살짝 바뀐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시상 부문 마련해서 선정작들 영화인 지속적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부연했다.


◆ 위기의 韓 영화계, 부국제도 재정 어려움

그러나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우선 금전적 위기 앞에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023년 영화제 지원사업 예산을 52억 원에서 지난해 24억 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올해 지원금은 32억 원으로 책정되었으나, 여전히 과거 예산 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 수석은 "2010년도 부산국제영화제 직원으로 들어왔는데 그 당시 예산과 현재 예산이 총액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국비의 비중은 상당히 줄었다. 2010년 국비에 비해 올해 확정된 국비는 3분의 1토막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워낙 물가가 많이 올랐다. 영화제 개최 비용이 물가만큼이나 급속도로 상승한 상황에서 예산이 크게 줄었다. 물론 저희만 힘든 게 아니라 국내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모든 사람이 힘들 것이다. 동시에 한국 영화계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보니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에는 스폰서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내 무사히 넘기며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올해는 경기도 안 좋아져서 걱정이 많다. 상영관 확충 등 저희가 말씀드린 계획들이 다 돈이 들어간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영화제를 치르기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 '어떻게 새어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고민들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당장이 아니어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영화제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저희가 계속 안고 가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OTT, 공생 불가피한 경쟁자…"배제 못해"

영화와 OTT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상황 속 숙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으로 정통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 '전,란'을 선정했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영화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 영화제 개막작으로 OTT 작품이 선정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바.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들이 계속됐다.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산업 좋지 않고 (OTT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은) 시급한 일이라고 공감하고 있다. 다만 OTT 활용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영화 문화에 폭넓게 자리 잡은 OTT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외면하는 것 아주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기민하게 수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부산 영화제는 작년에도 그렇고 향후에도 OTT 작품이라고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 작품의 중요도를 중심에 두고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정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같은 경우 OTT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반감을 산 것이 아닐지 추측했다. 그는 "개막작이 영화제 전체를 상징하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해서 이견이 많았던 것 같은데, 영화제에서는 출품하는 전체 작품이 중요한 작품이어야 한다. 개막작 딱 1편만 중요하게 여겨진다면 잘못된 것이다.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을 영화제 전체인 것처럼 홍보해 온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막작에만 주목되는 왜곡된 것은 섹션의 생태계를 보여준다. 이를 바로잡고 개막작은 개막작대로, 나머지 경쟁 부문 포함 존중받고 화제 받아 많은 관객에게 알려지고 다음 작품이 이어지도록 해볼 생각이다. OTT와의 관계도 그렇게 설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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