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기의 문단속 '처가와의 관계 단절'
- 입력 2025. 04.30. 10:02:53
- [유진모 칼럼]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솔직하게 자신의 판단 착오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승기는 아내 이다인의 계부인 이모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자 처가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하며 이전에 이 씨의 논란 때 그를 옹호했던 행동을 잘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승기
지난 29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안창주)는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검찰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한 코스닥 상장하 퀀타피아 시세 조종 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이 씨가 주가 조작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쿼타피아 양자 이미지 센서 사업을 홍보하며 주가를 띄우고 200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일당 9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위법한 허위 공시에 관여했다고 인정하면서 이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5억 원을 선고했다. 공동 운영자 B 씨는 징역 3년과 벌금 12억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B 씨 등의 주식·전환 사채 취득 자금 조성 경위에 관한 공시를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의 판단 기준인 '중요 사항'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때만 해도 이승기는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라며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영화 ‘대가족’ 제작 보고회에서도 처가에 대한 질문에 “내 처가 쪽 일은 처가 쪽 일이다. 결혼한 이후에 내 아내는 처가에서 독립해 지금은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앞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게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라며 역시 말을 아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2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이후 또다시 혐의가 포착됐고 재판부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라며 이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승기는 결국 가족이라고 해서 막무가내로 보호할 게 아니라 '흰 것은 희고, 검은 것은 검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는 "지난해 장인어른과 관련된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경솔하게 발언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의 섣부른 판단으로 고통받으셨을 피해자분들의 심정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또한 저를 믿고 이해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고개를 조아렸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가족 간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훼손되었고, 저희 부부는 오랜 고민 끝에 처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더욱 올바른 가치관을 갖추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살아가겠다. 개인적인 일로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처가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승기는 이다인을 사랑한다. 게다가 그가 누구보다 아낄 자기 딸의 어머니이다. 그러니 이다인의 어머니인 견미리, 언니인 이유비를 자신의 부모형제와 똑같이 여기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이 씨 역시 이다인의 친부는 아니지만 장모인 견미리가 사랑하는 새 남편이니 그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다르다.
한때 연좌제라는 게 있었다. 어떤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와 일정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대적으로 형사 책임을 지우는 제도이다. 우익이나 좌익 활동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시대의 골동품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부모나 형제가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미워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관계일 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할지라도 그 죄까지 덮어 줄 수는 없다. 이 씨의 유죄 여부가 확실하게 판단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일지라도 이승기가 가족 감싸기에 급급했다거나 성급했다는 판단을 지우기 쉽지 않다. 임창정의 경우를 보면 분명히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완벽하게 순결했다고 고집을 부리기는 쉽지 않다.
그는 문제의 핵심 인물을 향해 "완전 종교야."라며 투자해도 된다는 믿음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씨가 재판 중이거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여전히 '혐의'가 있는 한 무조건적으로 감싼 것은 다소 앞서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결론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경제 관련 여러 가지 범죄 혹은 혐의는 다른 범죄에 비해 복잡하다.
그런데 이번에 이승기의 판단은 적확하고 현명했다. 이는 그가 전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와 지난한 정산 다툼을 통해 판단 능력을 진보시킨 덕으로 보인다. 그는 후크에게 사실상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가운데 마땅히 받아야 할 수익금 중 상당한 액수를 받지 못했다. '음원 수입도 미미하고, 돈이 안 되는 콘서트까지 열어 주는데 수익금 정산은 무슨?'이라는 식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
그는 후크로부터 뒤늦게나마 상당한 액수의 정산금을 돌려주겠다는 화해의 제안을 받았지만 꿋꿋하게 투쟁을 이어간 끝에 자신의 주장을 초지일관할 수 있었다. 더 빛났던 것은 그 수익금을 자신의 통장에 그대로 보관한 게 아니라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즉 그는 사리사욕을 위해 싸운 게 아니라 본질과 정의를 위해 투쟁했다고 웅변한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일하는 사람이 자신이 일한 만큼 정당하게 수익금을 받는 업계의 질서를 외친 것이다. 이번의 겸손한 태도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비록 아내의 계부이지만 장모의 남편이다. 혐의만 있었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최대한 장인을 보호하고자, 옹호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게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1년 만에 깨달은 것이다.
사회의 어떠한 분야이든 성공해서 부와 명성을 쌓게 되면 자칫 우쭐해질 수 있다. 그런데 그건 진짜 독이다. 재벌 총수가 사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그들이 자린고비이어서가 아니라 대중에게 겸손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에게 겸손은 더욱 중요하다. 자만하면 창의성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2400여 년 전 당시 최고로 똑똑하고 현명했던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단 한 가지는 내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라고 최고의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이승기는 이제 진짜 '아티스트'의 반열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늦은 듯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시의적절한 문단속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