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일상의 뉴진스 발언과 사회계약설
- 입력 2025. 05.07. 11:21:23
- [유진모 칼럼] 음악 프로듀서 윤일상이 걸 그룹 뉴진스 사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윤일상은 지난 2일 자신의 채널 '프로듀썰 윤일상'에 '소신 발언! 뉴진스 사태와 가요계 비하인드 썰 푸는 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여기에서 그는 지난해 11월 소속사 어도어에 일방적으로 전속 계약 해지를 선언한 뒤 법정 투쟁 중인 뉴진스를 언급했다.
'프로듀썰 윤일상'
이어 "옆에 있는 어른들이 본인들의 이익 때문에 그 친구들의 앞날을 핸들링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제작한다는 것은 사람 비즈니스다.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책임져 주겠다는 함의가 있지만 돈은 벌어야 한다. 영리 목적이니까 거기에서 오는 계륵이 있는 것이다. 다른 회사와 비교가 된다. 거기에는 알파와 마이너스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어떤 게 맞는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인데 이미 뉴진스는 어도어를 선택했고 계약서를 썼으니 일단은 이행하는 게 맞다. 그러고 나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까지 한국 음악계를 비판하는 것은 생각을 좀 더 해 봐야 좋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라며 계약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윤일상은 1992년 가수 박준희의 '오 보이'로써 작곡가로 데뷔한 이후 DJ DOC, 영턱스클럽, 이은미, 젝스키스, 터보, 엄정화, 김현정, 김건모, 쿨 등의 음반에서 작사, 작곡, 편곡 등을 비롯한 프로듀싱 작업을 한 스타 창작자이다. 따라서 그는 뮤지션 겸 사업가이다. 아티스트와 제작자의 영역을 넘나들었기에 양쪽의 이해관계를 잘 헤아릴 줄 안다는 의미.
뉴진스 사태가 발발한 이후 지금까지 일부 가수들이 뉴진스 편을 들어 준 적은 있을지언정 냉정하게 잘못을 지적하면서 안타까워 한 뮤지션은 윤일상이 처음이다. 물론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제작자 및 음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계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뉴진스에게 소속사로 돌아갈 것을 외쳤다. 뮤지션 윤일상이 입을 열었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
현재 지구촌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이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구조에 속해 있다. 이 민주주의는 방종의 자유가 아니라 준법정신을 근거로 한 자유주의를 추구한다. 만인의 인권은 동등하고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지만 법을 지킬 때 인권을 보장받고, 사회적 함의를 지킬 때 이익과 사회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즉 토머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로 이어지는 '사회계약론'이 약간의 변형을 거쳤을지언정 철저하게 지켜지도록 구조와 조직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홉스는 사람을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자신을 보호하고 재산을 더 모으기 위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벌이기에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왕에게 힘을 몰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즉 선사시대부터 전해져 온 왕권신수설을 부인했다.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것보다 사회 계약을 이루고 있는 상태가 더 낫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교체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간은 문제가 많으므로 범죄를 단죄할 지도자를 두고 그를 따르는 사회적 계약에 의해 국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위해를 가할 수 있고 감정, 이해관계, 편견 등이 있기에 완전히 공정하게 판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신의 자유, 권리, 분쟁을 판결할 권리를 정부에 위임해야 한다고 했다. 자연 상태를 벗어나 사회를 이루게 되는 계기이다.
이 사회 계약 아래 국민은 사회의 규칙과 법률에 복종해야 하지만 정부가 구성원의 재산을 지켜 주지 못하거나 잘못 사용하게 되면 정부는 해체될 수 있다. 그의 사회계약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의 권리는 재산권이다. 여기에는 신체의 소유도 포함된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 형태로써 간접 민주주의를 꼽았다. 결국 우리는 계약으로 국가를 존속시킨다.
루소에게는 자유, 평등, 박애가 중요하다. 그의 '사회계약론'은 유럽의 민주주의와 미국의 독립의 기초를 다진 유명한 지침서이다. 그는 공화주의적 자유관을 외친다. 그는 국민들의 일반 의지에 의해 제정된 법에 복종하는 것은 결코 자유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법에 복종하되 개인에게 예속되지 않은 시민이 자유롭다고 부르댔다.
또 평등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동일한 법에 종속됨으로써 달성된다고 했다. 박애는 사회 계약과는 무관한 개념이다. 알다시피 그는 시대의 문제점으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제기한 소유의 불평등을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소유가 존재하지 않는 자연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홉스나 로크와 다른 점은 이것이다.
세 철학자들의 '사회계약설'은 '우리는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고, 우리의 안녕과 재산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맺은 계약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라는 결론에서 대동소이하다. 게다가 현재 지구촌의 경제적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이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걸 그룹 제작비는 계약을 근거로 투입되고, 그래서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윤일상은 최근 방송을 통해 부를 과시한 바 있다. 하이브가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라고 하지만 매달 저작권료로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 이상을 받는 그가 하이브의 눈치를 볼 일은 거의 없다. 그저 가요계의 선배로서 뉴진스가 아깝고, 안타까워서 쓴소리를 낸 것으로 보는 게 정답에 가깝다. 인류는 법이라는 계약을 통해 나와 우리를 지키기로 약속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유튜브 '프로듀썰 윤일상' 화면 캡처,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