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준·유승호 '킬링시저', 셰익스피어 명작으로 재정의한 권력[종합]
입력 2025. 05.13. 17:30:07

'킬링시저'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손호준과 유승호가 연극 '킬링시저'를 통해 재회했다. 두 사람은 우리가 지나온 수많은 시대, 그리고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까지도 끊이질 않는 권력의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는 연극 '킬링시저'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 정 연출, 오세혁 작가, 배우 김준원, 손호준, 양지원, 유승호 등이 참석했다.

연극 '킬링시저'는 셰익스피어의 명작 '줄리어스 시저'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단순한 역사극이나 고전의 고증이 아닌 완벽한 현대극으로 재창작됐다.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시저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킨 아이러니를 연극 무대로 구현해 냈으며 김 정 연출과 오세혁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특히 이번 '킬링시저'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개막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김정 연출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연극적으로 강렬하게 그려낼지 고민했는데, 공교롭게 상황이 맞물리게 돼서 여러 고민을 했다. 만들어가면서도 계속 생각이 바뀌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끝없이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는 의지를 지키는 인간의 저항 의식에 포커스를 맞췄다. 엔딩 역시 권력과 권력의 다툼이 아닌 이 나라를 위해 저항해왔던 시민들의 의지가 이 나라의 바탕이 됐다는 것을 말한다"고 소개했다.

오세혁 작가 역시 "제가 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좋아하는 시인 '아무도 매장되지 않는 들판이란 없다'를 생각했다. 그 구절을 생각해 보면 아름다운 들판 위에 거대한 성이 있더라도, 그 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잊혀진 수많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강력한 힘인데, 결국 그건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그 힘은 국민이 주는 거다. 그래서 그 권력을 받아들인 자들이 어느 순간 그걸 어떻게 받았는지 잊고 유지하려고만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르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킬링시저'에서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이나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 암살당하는 시저 역에는 김준원과 손호준이 캐스팅됐다. 카시우스와 브루터스와 달리 시저 역만 더블 캐스팅이 된 것은 손호준의 의견이 컸다고.

손호준은 "저는 연극하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크다. 혼자 고민하고 혼자 표현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표현할지가 궁금했기에 정말 더블 캐스팅을 하고 싶었다"면서 "다행히 준원 선배님이 함께해주신 덕분에 대화도 많이 나누면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저의 모습도 찾게 되어 정말 좋은 기회였다. 제가 생각하는 시저와 선배님이 생각하는 시저를 웬만하면 다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중간 나오는 디테일과 표현에서는 다를 수 있어도 크게 달리하려고는 안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극 후반 또 다른 시저의 이름인 '옥타비아누스'로 등장해 브루터스와 해방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김준원은 시저와 옥타비아누스의 차이에 대해 "(극에서) 시저는 권력의 상징이다. 그래서 발성 같은 것들을 거칠고 힘 있는 느낌으로 주안하려고 했다. 옥타비아누스는 새로운 권력인데, 냉정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그래서 시저와 옥타비아누스를 불과 얼음으로 생각하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야망과 공화국 수호의 명분 속에 갈등하는 카시우스는 양지원이 연기한다. 특히 양지원은 안토니우스와 카시우스 2개 배역에 더해 극 후반 브루터스의 상상을 발현시킨 인물 X까지 1인 3역을 소화한다.

양지원은 "이 작품을 현시대에 더욱 흥미롭게 보실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많이 고민했고, 창작진분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X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게 됐다. X는 브루터스의 머릿속일 수도 있고,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인물일 수도 있다. 이렇게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고, 그래서 브루터스의 눈에는 안토니우스로도, 카시우스로도 보이는 인물로 만들려고 했다"며 "드레스 리허설까지도 연출, 작가님과 계속 치열하게 상의하며 만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파란 머리도 '아름다움'이라는 상징이 있는데, 보통 사탄을 광명의 천사라고 표현한 경우가 있지 않나. 그래서 아름다움을 가장한 악마 같은 역할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이 머리색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승호는 공화국의 이상을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딜레마 속에 갈등하는 이상주의자 브루터스 역을 맡았다. 특히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후 두 번째로 연극에 도전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그는 "무대공포증도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무대 위에서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그 순간이 그립더라. 양지원 배우님과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같이 한 뒤에 사석에서도 몇 차례 만났었다. 이렇게 사석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무대에서 빛나는 배우고, 그때의 모습이 강렬했다는 기억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한 번만 더 멋지게 잘해서 무대에서 잘 뛰어다닐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같은 배역으로 만나 함께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유승호와 손호준은 이번 작품에서 상대 역으로 만나 호흡을 맞추게 됐다. 유승호는 "손호준 선배와 마주 보면서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전 작품에서 재미있게 연기했어서 눈앞에 두고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연습 때도 그랬지만 무대 위에서도 정말 훌륭하고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호흡도 잘 맞는다. 이제 2회차를 마쳤지만 앞으로 더 기대되는 시저"라고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이에 손호준도 "유승호 선배님과 전작에서는 같이 호흡을 맞추지는 못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전 작품에서도 무대에는 따로 올랐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같이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공연도 많이 봤다. 그때도 정말 잘해서 꼭 같이 해보고 싶었다"면서 "이번 공연을 보다 보면 정말 승호 씨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같이 호흡을 맞추는 저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정말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두 사람의 작품 합류에 가장 큰 공을 들인 것은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함께 했던 양지원 배우였다. 양지원은 "처음에는 다시 안 하겠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무대가 너무 그립다면서 너무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진심으로 한번 뜨겁게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세혁 작가님에게 연락을 드리고, 김정 연출님을 소개받으면서 일이 진행이 됐다"며 "요즘 극장 잡기가 어려운데 때마침 극에 잘 맞는 극장도 만나게 됐고, 도움을 주는 분들도 많아서 2~3개월 사이에 순조롭게 일이 진행됐다. 지금 작품을 하면서도 이 시대에 굉장히 좋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극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킬링시저'를 통해 또 한 번 만나게 된 손호준, 유승호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양지원은 유승호에 대해 "이번 공연을 통해서도 하루하루 연기를 보며 정말 놀랐다. '이렇게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한 번은 전화가 와서 내게 '형, 저 잘하고 있나요' 물어봤는데, 그때도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너무 잘하고 매번 놀라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내가 진심으로 리스펙하고, 그만 겸손해도 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정말 멋진 배우"라고 했다.

이어 손호준에 대해서는 "호준 배우님은 원래도 연기 잘하는 걸로 유명한 배우지 않나. 형이 이번에 맡은 시저 역할은 굉장히 마초적이고 강인하다. 이를 위해 목소리도 굵게 내보기도 하고,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형이 이 역할을 묵직하게 잘 해내는 것을 보면서 '역시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느꼈고 옆에서 많이 배웠다"고 얘기했다.

'킬링시저'는 오는 7월 2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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