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종원과 동정심 '과부하인가, 시기인가'
- 입력 2025. 05.14. 09:56:01
- [유진모 칼럼] 요리 연구가 겸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최근 ENA 예능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에서 식품위생법에 위반되는 조리 기구를 사용했다며 식약처에 민원이 접수되는 등 백종원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백종원과 더본코리아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 14건을 수사하고 있다.
백종원
지난 1월 그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홍보한 자사 제품 빽햄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의 행위를 비롯해 그의 회사의 제품 등에 대한 폭로와 의혹 등이 이어졌다. 더본코리아 브랜드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의 그의 모습조차 불편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류로 부상했다.
각종 논란과 위법 혐의에도 끄떡없던 그는 결국 사과를 들고나왔다. 지난 3월 13일 더본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해 자기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한 것. 그러나 논란은 그치지 않았고 그는 6일 뒤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당시 MBC는 4월로 편성을 잡았던 백종원의 예능 '남극의 셰프'를 5월로 연기했다가 다시 무기한 연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종원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MBC 출신 김재환 PD의 폭로가 터졌다. 방송에서 출연자와 스태프를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선택하거나 교체한다는 것. 더 나아가 백종원이 SBS 고위층에 만약 가수 김호중을 출연시킨다면 자신은 절대 SBS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결국 백종원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재 촬영 중인 방송을 제외하고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 이제 방송인이 아닌 기업인 백종원으로서 모든 열정과 온 힘을 더본코리아의 성장에 집중하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럼에도 비난과 폭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왜 미디어와 다수의 대중은 그에게서 등을 돌린 것일까?
그는 분명히 방송인이 아닌 기업인으로서 모든 열정과 힘을 회사의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 방송과 거리를 두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은 예외'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스스로 방송 출연 중단을 선언한 것은 사실상 백기 투항과 다름없다. 실수이든, 범법이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회사와 가맹점주들의 정상화에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와 tvN '장사천재 백사장' 등 촬영 중인 프로그램은 그만둘 수 없다고 사실상 버티기에 돌입했다. 과연 그 치열한 방송 스케줄 속에서 그가 얼마나 회사 관리와 가맹점주 케어로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을까?
수년 전 연말 연예 대상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자 그는 자신은 요리 연구가 혹은 요식업 사업가이지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수상을 거부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런 공언이 무색하리만치 이후 그는 연예 대상 시상식에 얼굴을 드러냈으며 수많은 CF에도 출연하며 사실상 연예인으로 살아왔다.
그가 방송 활동과 CF 출연 등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데다 더본코리아 홍보에 최고의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 역시 명약관화하다. 게다가 재벌과 슈퍼스타는 다르다. 재벌은 회사 직원들의 공경을 받고, 대중의 부러움을 받지만 그 마음의 근거는 오로지 돈이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은 다르다. 방송인의 경우는 예능에서 보여 주는 인간미라든가, 착한 성품이라든가, 정직한 인격 등 인간성이 가장 크게 어필해 인기나 선호도와 직결되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정치에 문외한인 그의 대선 후보 출마설까지 나돌았을까! 그만큼 그를 향한 대중의 신뢰도가 높고 애정도 크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철옹성 같았던 그의 인기 장벽은 이미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가 직접 보수 공사를 하겠다고 사과문을 들고나왔지만 시멘트가 묽다. 촘촘하지 못하다. 방송 출연 중단을 선언했으면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조차도 하차를 결심했어야 논리적이었다. 대중이 그에게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는 배경이다.
쇼펜하우어는 '인생론'에서 "건전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쾌락주의를 창시한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욕구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자연적인 욕구, 즉 의식주 해결 등의 기초적, 필수적 욕구이다. 둘째, 자연적이되 없어도 무방한 욕구, 성욕이다. 셋째, 자연적이지도, 필수적이지도 못한 욕구이다. 사치, 출세욕, 물욕 등이다"라고 외쳤다.
또 "부귀와 명성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만 마실수록 갈증을 느낀다"라고 경고했다. 백종원에게도 남모를 고민과 고통은 있을 터이지만 그건 모든 사람에게 마찬가지이다. 그런 베이스를 제외한 그는 매우 부유한 데다 부러움을 유발하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정상급 방송인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전문 직업에서 상위에 오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두 개 이상의 직업에서 모두 크게 성공하는 것은 더욱더 확률이 떨어진다. 백종원은 잇단 논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업과 방송에서 모두 승승장구했다. 방송인 백종원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정상급이었다. 더본코리아는 그 배경에 힘입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지명도만큼은 최강이었다.
그러나 모든 작동에는 과부하라는 게 있다. 직업의 경우 번 아웃 증후군도 있다. 지난 1월 전까지만 해도 백종원에게서는 그 둘 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그가 강했다는 이유가 있는 듯했지만 결국 과부하가 걸렸다. 만약 그가 더본코리아 일에만 전념을 다했다면 그렇게 많은 논란과 위법 혐의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을까?
칸트는 도덕의 기초를 이성과 법칙으로 보았지만 쇼펜하우어는 동정심을 제시했다. 백종원과 일개 식당의 주인과는 경제적으로만 놓고 보면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시청자들은 이전부터 골목 상인들을 대하는 백종원의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하늘 같은' 백종원은 '땅 같은' 상인들에게 동정심을 얼마나 가졌을까. 방송 출연 중단을 선언하면서 '다만'이라는 단서를 다는 용기의 배경은 무엇일까?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