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독보적" 국립극단 '헤다 가블러', 어떻게 다를까[종합]
입력 2025. 05.19. 16:53:34

'헤다 가블러'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연극 '헤다 가블러'가 13년 만에 다시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 올랐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혜영은 또 다시 '독보적인 헤다'로 거듭난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국립극단 연극 '헤다 가블러'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이혜영, 박정희 연출 등이 참석했다.

'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이 1890년 발간한 희곡이다. 남편인 성인 '테스만'을 거부하고 아버지의 성이자 자신의 성인 '가블러'를 붙인 채 살아가는 여주인공 '헤다'를 앞세워 남성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여성의 주체를 과감히 천명해 17세기 남성 중심적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지난 2012년 세계 초연 이후 120년 만에 국내 프로무대에 초연을 올려 돌풍을 일으켰다.

이혜영은 "박정희 연출은 연출가라기보다는 창조인이라고 생각한다. 제게 이 작품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우리가 초연에 부족했던 것을 완성하기 위해서 만난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걸 버리고 새롭게 하느라 정말 애를 많이 쓰셨고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정희 연출은 "프로덕션을 진행하면서 연출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배우들이 간혹 있다.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그런 배우다. 어떤 장면을 대사를 다 삭제하고 연기로 풀어보자고 했을 때, 본인 스스로 그런 것을 독창적으로 표현해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감탄했다"며 "정말 독보적인 배우고, '넘사벽'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진의 상상을 뛰어넘는 배우"라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혜영이 13년 만에 다시 '헤다' 역으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2012년 초연 당시 이혜영은 '헤다 가블러'로 제5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 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혜영은 "초연 당시 극작가님이 처음으로 오디션에서 저를 픽해주신 분이었다. 그땐 '헤다 가블러'가 무슨 작품인지도 몰랐다. 이전에 대학 공연으로는 많이 올랐는데 기성극단에서는 올린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세련되고 충격적인 작품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래서 왜 이 작품이 지금까지 안 올라왔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이혜영 같은 배우가 없어서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내가 있기에 이 작품을 올릴 수 있었다'는 착각으로 무대에 올랐던 것 같다. 거기에 고마움을 갖고 있다"고 초연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초연과 준비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이혜영은 "모든 건 연출과 배우들이 할거고, 나 역시 의상부터 모든 걸 이들에게 맡겼다. 여기서 나는 잘 버티기만 하면 된다"면서 "제가 신경 쓸건 체력, 그리고 같이 하는 배우들이 날 믿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내가 헤다라고 믿게 만들어야 했다. 같이 연습할 때부터 저는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헤다로서 동료들에게 신뢰를 주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정희 연출은 '헤다 가블러'로 국립극단 예술감독 부임 이후 첫 데뷔작을 선보인다. 특히 '헤다 가블러'는 초연 이후 관객의 상연 요청이 지속적으로 쇄도한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국립극단 'Pick 시리즈'의 첫 개시작이 됐다. 박정희 연출은 "꾸준히 '헤다 가블러'를 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데에 국립극단으로서의 상징성이 있다. 관객들이 선호하고 다시 보고싶어 하는 작품을 하겠다는 저희의 의지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번 '헤다 가블러'에서 박 연출은 과거 전통적인 분석에서 나아가 작품이 가진 인간의 실존 의지를 더욱 깊게 들여다봤다. 이처럼 연출의 콘셉트를 바꾼 이유에 대해 "초연에는 작품의 양식을 많이 생각했다면, 이번에 입센을 다시 공부하면서 그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때 갈구했던 자유와 이상향들을 이들도 같이 꿈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히피즘이 성행했던 시기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에도 히피 문화가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더라. 무대의 가구들도 그걸 반영했다. 그리고 시대적인 감수성 때문에 라이트하게 접근하려 했다. 헤다의 욕망, 갈망 등을 드러낼 수 있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전했다.



앞서 '헤다 가블러'는 출연 배우의 건강상 이유로 인해 개막일을 연기하기도 했다. 배우 윤상화가 하차하게 되면서 브라크 역은 홍선우로 급히 교체됐다.

이혜영은 "윤상화는 진짜 특별히 아름다운 배우"였다면서 "저희도 충격이 컸고, 지난 일주일 동안 고통과 죄의식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동료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우리는 새로운 배우를 찾아야 하는 그런 현실이 힘들었다. '공연을 해야 되나?' 생각이 들면서도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약속들이 있었다. 쉽지 않은 일주일이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줬다"고 돌아봤다.

특히 이번에 '헤다 가블러'가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에서 동시기에 개막해 더욱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해 이혜영은 "출연 배우가 다르고, 프로덕션이 다르니 비교는 불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연출도 "두 '헤다 가블러'를 봤으면 알겠지만 각가의 헤다들이 모두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두 분 모두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LG아트센터는 대극장에서 보여주는 미장센의 장점이 있고, 우리 무대에는 조명이 신경을 은근하게 건드리고, 음악도 그렇다. 무대 도구를 움직여서 하는 것보다는 배우들의 관계에서 미장센을 만들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관계들이 밀도 있고 함축적으로 그려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전 포인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헤다 가블러'는 오는 6월 1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국립극단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