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오브 햄릿' 김려원, '믿보배'로 불리기까지[인터뷰]
입력 2025. 06.03. 08:00:00

김려원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햄릿'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어디선가 공연되고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다뤄져온 고전 작품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그 '햄릿'이 콘서트를 연다면 어떨까. 한 배우의 목소리로 온전히 표현되는 햄릿, 김려원은 '보이스 오브 햄릿'을 통해 또 한번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 더 콘서트'(이하 '보이스 오브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한 작품인 '햄릿'을 오롯이 '햄릿'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1인극으로 각색한 공연이다. 원작과 달리 '보이스 오브 햄릿'은 햄릿 개인의 내면적 혼란과 감정의 격동에 집중하며 그야말로 햄릿의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공연으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다.

특히 '보이스 오브 햄릿'은 나이와 성별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캐스팅도 화제가 됐다. 햄릿 역에는 옥주현,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 등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최정상급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뮤지컬 '리지', '식스 더 뮤지컬', '헤드윅', '사의 찬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내공을 쌓아온 김려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라스트맨'에 이어 두 번째로 1인극에 도전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거기에 더해 '리지', '트레이스 유'를 통해 락 뮤지컬에서 강점을 보였던 그였기에 더욱 이번 출연에 많은 기대가 모였다.



지난달 16일 개막 후 약 2주 간 공연을 마친 김려원은 "넘버가 정말 역대급으로 음역 스펙트럼이 넓다. 그래서 목이 피로한게 잘 느껴진다"면서도 "관객분들이 정말 좋아해주시는게 느껴져서 목 관리를 잘해서 막공까지 잘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걱정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은 상태"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려원은 지난 3월 개막한 '라흐 헤스트'와 함께 이번 작품으로 동시에 무대에 오르게 됐다. 전혀 다른 두 분위기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것에 대해 그는 "노래하는 창법도 다르니까 많이 걱정이 됐다. 자꾸 다르게 쓰면 목에 무리가 많이 간다더라. 그래서 과연 이걸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며 "다행히 그런 면에서 무리가 잘 안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두 작품의 결이 달라서 재미있다. 비슷한 작품을 동시기에 하는 것보다 다른 걸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두 개를 다 보신 분들도 다른 재미를 느끼시는 게 보여서 좋다"고 말했다.

1인극, 락 콘서트, 젠더프리. '보이스 오브 햄릿'은 배우에게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가 없는 작품이다. 특히 초연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처음 무대에 선보인다는 부담감도 컸을 터, 하지만 김려원은 과거에 했던 1인극의 경험과 '보이스 오브 햄릿'이라는 작품이 주는 신선함에 끌려 작품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햄릿을 제가 여자로서 선보인다는 게 정말 좋았고 기대도 됐다. 그리고 곡들을 처음에 들었을 때, 다 듣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좋다는 감상이 있었다. 사실 콘서트 형식이면 다른 작품에 부담이 덜 될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 노래만 잘 하면 오히려 술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깜빡 속은 부분이 있다.(웃음) 무엇보다도 1인극으로 한다는 것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사실 1인극에 첫 도전이었으면 선뜻 못했을 것 같다. '더 라스트맨'을 할 당시에도 해봤던 영역이 아니고, 초연이라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컸었다. 그래서 그때는 자기 전까지 녹음해뒀던 것을 무의식적으로 암기하려고 틀어놓기도 했었다. 그래서 새로운 1인극을 또 하려면 다 비워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한번 해봤으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더 묻어났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한 명의 배우가 오롯이 '햄릿'으로만 등장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1인 다역을 선보이는 대다수의 1인극과 달리 무대에 오른 배우는 '햄릿'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연기를 이어간다.

"'더 라스트맨'은 관객들이 무대 위의 배우가 방공호에 남겨진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믿어주고 진행되는데, '보이스 오브 햄릿'은 특정한 설정이 없기에 어느 정도까지 그걸 표현해야 하는지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됐다. 중간에 연극을 하거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그걸 믿어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낼 때도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흉내 내는 햄릿'을 보여주는 거니까 어느 정도로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오히려 과장되게 해서 흉내와 희화화라는 사실을 보이려고 했다. 그리고 연기를 할 때 핸드 마이크를 드는 것도 어려웠다. 말을 하기 위해서 핸드 마이크를 들면 너무 몰입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래서 호흡이 끊기지 않게 마이크를 드는 속도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얼마나 천천히 내리고, 어느 정도 빼고 있을지와 같은 것들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특히 '보이스 오브 햄릿'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락 콘서트 형식에 맞춰 관객과 호흡하는 배우의 모습이다. 객석에 내려와 관객들에게 '햄릿이 미쳤어'라고 소문을 내달라고 하고, 김려원은 일부 관객을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로 설정해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극의 인물로서 관객에게 말을 거는 건 '트레이스 유'를 할 때도 해봤지만, 관객에게 캐릭터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해봤다. 사실 이 부분은 리허설 때 안 하고 본 공연 때 넣었던 거였다. 원래 '햄릿'이라는 작품을 좋아하시거나 이 작품을 보기 위해 '햄릿'을 읽고 오신 분들이 재미있게 보기 위해 등장인물을 더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공연에서 시작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공연 중에 관객을 작품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수단이 돼서 좋더라. 그걸 받아주시는 분들도 정말 귀엽다. 공연의 재미요소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전 세계 최초로 AI 기술을 뮤지컬 창작 과정에 활용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모셔널씨어터의 콘텐츠개발팀이 개발한 'AI 기반 작품 개발 모델'을 통해 많은 발전과 보완을 거쳐 대본과 음악의 토대를 만들어냈고, 여기에 자사 콘텐츠개발팀과 창작진의 힘을 더해 공연을 더욱 완성도 있게 제작해냈다.

김려원은 이와 관련해 '보이스 오브 햄릿'을 준비하는 과정을 돌아보며 "대부분의 초연이 모두 비슷한 과정이 있지만, 다 함께 모여 창작하는 과정을 다른 초연 작품들보다도 많이 했다. 작가님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니다 보니 배우들이 직접 해보면서 대사도 직접 써내려갔다. 그래서 대사들도 많이 다르고, 순서도 많이 다르다. 자신의 취향에 맞춰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햄릿을 만들기 위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오랜 고전 작품인 만큼 책도, 자료도 많이 활용하고, 드라마, 영화의 장면을 참고하기도 했다. 오히려 참고할 게 많으니까 어떤 걸 고를지가 어려웠던 것 같다. 연출님과 음악팀 또는 콘텐츠 개발팀에서 틀을 만들어주시면 그 안을 채워 넣는 과정을 창작진과 배우들이 다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역대급으로 음역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말했던 것과 같이 록 뮤지컬 형식의 '보이스 오브 햄릿'은 고난도의 넘버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와 같은 넘버를 배우 1명이 홀로 소화하는 만큼 목 관리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넘버들이) 정말 힘들다. 높은 넘버들은 다른 작품에도 많이 있지만, '보이스 오브 햄릿'의 넘버들은 높았다가 뚝 떨어지는 부분이 정말 많다. 세 옥타브를 오간다. 그렇다 보니 가사가 잘 안 들릴 것 같다는 걱정도 있었고, 보통은 여자들이 소화할 수 있는 음역이 좁기 때문에 옥타브를 올리는 시도도 해봤었다. 그런데 느낌이 안 살려져서 결국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 공연을 끝까지 못하거나 내가 목을 컨트롤을 못하면 어떡할지 두려움이 컸다. 공연을 하고 나면 그 목이 뜨는 느낌이 나서 다음 공연을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다. 그렇지만 초반에는 긴장도 많이 하니 그만큼 더 목에 부담이 갔던 것 같다. 노래도 운동처럼 쿨 다운을 하면 좋다고 해서 그걸 열심히 하면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김려원이 '보이스 오브 햄릿'을 통해 느낀 점은 햄릿의 '인간적인 면모'였다. 김려원은 "햄릿이 매력적인 이유가 인간적이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작품들은 어떤 특성이 극화되면서 영웅으로 그려지는데, 햄릿은 그렇지 않은 인물인데도 오랫동안 사랑받지 않나"라고 말했다.

"햄릿은 정말 우리와 닮아있는 사람이다.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사람이다. 연출님께서도 '큰 의무를 짊어질 수 없는 사람에게 그런 의무가 주어졌을 때 그게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더라. 거기에 질질 끌려가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실수도 생기고, 정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늘 큰 선택 앞에서는 주저하게 되는데, 그때 (이 공연을 통해)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나는 왜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확고하게 나아가지 못할까' 생각하는데 사실은 모두가 그렇고, 그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다. 공연 말미에 '짧게 스쳐가는 삶인데 왜 그렇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너무 얽매여서 괴로움 속에서 살기보다 조금 더 내려놓는, 그리고 괴로움보다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삶을 모두가 영위하면 어떻겠냐는 의미다.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지 않고, 너무 아파하지 않고 서로 이해해주면서 편안하게 살아가자는 뜻이다. 요즘 모두들 화가 많지 않나. 문제가 있으면 너무 거기에 집중되곤 하는데, 저는 누군가가 뭘 잘못했어도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걱정하게 되더라. 그건 잘못했어도 이건 좋다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지며 조금 덜 미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그 질문을 던질 땐 '우리 너무 서로를 미워하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14년 뮤지컬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으로 데뷔한 김려원은 어느덧 12년 차 배우가 됐다. 그동안 '이블데드', '미스트', '리지', '난설', '사의 찬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쉴 새 없이 무대에 올라왔다. 그는 관객들에게 매번 새롭고 다른 무대를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힘을 준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며 계속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똑같은 작품을 여러 번 해도 늘 다른게 느껴지는데, 제가 평소에 걱정이 많다 보니 계속 발전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세심한 면들이 더 완성도 있는 공연을 만들고, 한 작품 한 작품, 그리고 한 회차 한 회차를 마치면서 그런 고민을 계속하는 게 저의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연을 보시는 관객분들도 그 다름을 함께 느껴주신다.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함께 공유한다는게 정말 매력적이다. 길면 3시간 짧으면 70분 정도의 공연을 하는데, 그 안에 삶이 녹아있지 않나. 그걸 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정말 많다."

관객들로부터 보람과 가치를 느끼는 만큼 김려원은 팬들에게도 큰 애정을 드러냈다. 김려원은 "(팬분들은) 제가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그런 피드백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그들의 기쁨이 곧 저의 기쁨이다. 팬분들과 저는 '오늘 공연 어땠나' 물어보면 '재미있게 봤다'라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마음을 표현하는 편이다. 제가 하루하루 용기를 내서 나아가게 해주시는 분들이라서 항상 더 보답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도 고맙고, 좋은 순환의 관계인 것 같다. 제가 그냥 잘 잤냐고 묻는 말에도 힘을 낸다고 해주시고, 저도 그 물음에 오는 팬분들의 답을 보면서 큰 힘을 얻는다. 제가 보람을 느끼게 해주시는 분들이라서 엄청 큰 건 못 해드려도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열일 배우답게 김려원은 차기작으로 '올랜도 in 버지니아'와 '마리퀴리' 두 작품을 예고했다. 김려원은 '올랜도 in 버지니아'에 대해 "대본이 정말 재미있고, 함께 하는 사람들도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다. 여성 서사를 하는 것도 정말 즐겁고, 작가님도 훌륭하셔서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무조건 재미있고 잘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고, 좋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또한 '마리퀴리'에 대해서는 "제가 과학자는 처음이라 걱정이 된다. 예전에 트라이아웃 공연을 보고서 '나는 소향언니처럼 못하겠다'고 했는데, 이 훌륭한 과학자를 과연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예전부터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김려원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 계속 찾아주는 창작진과 관객들이 있다는 것으로도 이미 대학로의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김려원은 이제 그 수식어를 잃지 않기 위해, '믿고 보는 김려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무대에 계속 오를 예정이다.

"예전에 '믿보배'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많이 말해주시더라. 이제는 그 이름을 잃지 않고 싶다. 언제 보러 가도, 누구를 데리고 와도 부끄럽지 않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관리도 잘하고 계속 발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모셔널씨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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