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 벌금 50억 원 판결 뉴진스와 국부론
입력 2025. 06.03. 09:42:36

뉴진스

[유진모 칼럼] 걸 그룹 뉴진스는 소속사 어도어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그 행보는 순탄하지 못하다. 법원이 뉴진스에 대해 독자 활동 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멤버당 1회에 10억 원의 배상금을 어도어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2부(재판장 허경무)는 지난달 30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간접 강제 신청을 인용했다. 간접 강제란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명령해 채무 이행을 강제하는 민사 집행 방법이다.

지난해 11월 뉴진스가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 무효를 선언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걸은 이후 재판부는 계속해서 어도어의 손을 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재판부는 “뉴진스가 가처분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불과 이틀 후인 지난 3월 23일 해외 콘서트에서 NJZ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공연했고, 당시 신곡을 발표한 사실이 인정된다.”라며 이미 가처분 결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어도어는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뉴진스의 독자적인 광고 계약 등 활동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3월 21일 어도어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뉴진스의 독자 활동을 금지했다. 어도어는 당초 간접 강제금으로 위반 행위 1회당 20억 원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10억 원으로 결정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뉴진스는 어도어와의 소통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물론 회당 1인이 10억 원씩 물어 준다면 가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왜냐하면 뉴진스의 광고 출연료가 1인당 10억 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종 행사의 개런티라면 턱도 없다.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이상 뉴진스나 어도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법원의 결정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 않겠다. 바로 자본주의라는 현재의 경제적 체제이다.

18세기 영국의 자유주의 철학자 겸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이라는 엄청난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금도 이 저서는 자본주의의 바이블로 손꼽힌다. 그 이전까지 유럽은 땅이 좋은 중농주의의 프랑스와 신대륙을 발견한 중상주의의 에스파냐가 주도권을 잡고 있었지만 변방의 좁은 섬나라 영국이 산업 혁명을 통해 이들을 딛고 새 강자로 급부상했다.

그 배경이 바로 '국부론'에 담겨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다. 이는 전 국민의 자유로운 생업 활동을 말한다. 이를 통해 각 노동자들이 잘살아야(잘 사는 게 아니라) 국가가 부유해지고 군사력도 강해진다는 이론이다. 지금에야 지극히 당연하고 쉬운 논리이자만 고대와 중세의 고루하고 꽉 막힌 제도-심지어 노예 제도까지-를 겪은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마르크스만큼이나 획기적이었다.



재판부와 정부는 뉴진스도, 세상을 떠난 전 MBC 기상 캐스터 오요안나도 노동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법적인 잣대이다. 그러나 거시적, 포괄적으로 보면 유명 연예인도, 방송인도, 정치인도 일을 하기는 한다. 그리고 그 일의 대가로 돈을 번다. 물론 진짜 '노동자'들과는 수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스미스에 따르면 모든 국민이 저마다의 주특기를 살린 직업에 매진해 자신의 지갑을 불리는 게 애국하는 지름길이다. 그런 면에서 뉴진스는 바쁘게 노래하고 춤추는 게 최선의 삶의 방식이다. 그들이 경험했듯 그렇게 하면 욕심내지 않더라도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 돈을 먼저 계산할 경우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재판부의 50억 원 벌금 판결은 아무리 한시적이라고 할지라도 두 가지 측면에서 거의 확실시된다. 첫째, 그만큼 뉴진스라는 걸 그룹의 값어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희소식이다. 나쁜 소식은 그만큼 뉴진스의 이탈이 경제적으로 매우 큰 손해를 끼쳤다는 의미이다.

현재 전 세계의 경제적 구조는 스미스의 선언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의 국민들은 싫든, 좋든 자본주의 체계에 순응해 살아가고 있다. 마르크스의 독일은 물론 마르크스 때문에 사회주의를 선택했던 러시아와 중국조차도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있다.

물론 어느 이념이든, 어느 경제 체제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왜?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만든 것이니까. 그럼에도 일정 기간 전 세계의 주류로 자리 잡고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강점과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다는 증거이다. 인간의 본성과도 들어맞는다는 결과이다. 주지하다시피 동물 중 인간만 욕심에 끝이 없다.

포식자는 자기 배만 부르면 눈앞에 먹잇감이 등장해도 신경도 안 쓴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벌겠다고 아등바등한다. 물론 법을 어기지 않고 타인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더 많이 일하겠다는 것은 국가적 입장에서 볼 때에도 긍정적이다. 그게 국부론이다.

뉴진스는 전사가 아니다. 혁명가도, 이론가도, 노동 운동가도, 법조인도 아니다. 걸 그룹이다. 대중을 즐겁게 하거나, 그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위로를 주어야 한다. 그 책무를 위해서는 열심히 노래하고 춤춰야 한다. 법정 다툼을 벌일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무대에 설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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