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인퍼즐' 손석구의 존재감[인터뷰]
- 입력 2025. 06.11. 07: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손석구가 '나인퍼즐'을 통해 또 한 번 그의 연기 내공과 연기 폭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해 냈다. 영화 '범죄도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천국보다 아름다운' 등을 잇따라 흥행시키며 대세 배우로 떠오른 손석구. 그는 그저 수많은 작품 사이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벅찰 일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손석구
"요즘 시리즈들이 많이 나오니까 그중에서 부각을 보이는 건 쉽지 않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거 같다. 예전엔 몰랐을 감사함이 더 커지는 거 같다. 장르적인 재미에 충실하고 보여주는 방식이 고급스러워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작품의 미장센이나 배우들의 연기, 음악, 스토리 보드 등 작품을 관심 있게 본분들이라면 느끼실 수 있을 거다. 굉장히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극 중 손석구는 집요한 성격의 완벽주의 엘리트 형사 김한샘 역을 연기했다. 그가 이번 작품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윤종빈 감독이었다고 한다. 실제 윤종빈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지극히 현실적이고 강렬한 리얼리티가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연출과 독특한 미장센으로 또 하나의 웰메이드 시리즈를 완성했다.
"윤종빈 감독님하고 작업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등을 다 봤다. 윤 감독님이 아직도 젊으시지만 거장의 반열에 들어선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이 제 연기를 보고 관심이 갔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팬으로서 시작했다. 윤 감독님은 콘티작업을 정말 오래 하신다. 이번 작품도 제가 알기론 1년 가까이 하셨다. 이렇게 콘티작업을 몇 번이나 다시 하는 걸 영화에서도 못 봤다. 이번 작품 준비하시면서 안 본 추리물도 없으실 거다. 워낙 머리가 비상하신 분인데 노력까지 들어갔다"
손석구는 추리 소설 마니아이자 수사에 있어 병적으로 꼼꼼한 성향의 강력계 형사 한샘을 표현하기 위해 코트와 비니라는 자유분방한 의상을 선택했다. 작품이 퍼즐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퍼즐이 주는 이미지에 맞추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체중은 딱히 신경 안 썼지만 의상적인 부분은 감독님이 구축해 놓은 세계관이 있고 우리가 그 미장센을 따라간 부분이 크다. 이 이야기 자체를 마냥 현실톤에 넣었을 때는 지금과 같은 매력이 안 나왔을 뿐더러 납득이 조금 덜 됐을 거로 생각한다. 일반적인 형사라면 누가 코트에 비니를? 프로파일러가 저런 차를 탈까? 하겠지만 오히려 그 부분을 평범하게 했다면 안 맞았을 것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범위 단서를 던지는 방식이 퍼즐이다. 모든 사건이 퍼즐에서 시작이 된 것 처럼 이 작품 자체도 퍼즐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퍼즐이 주는 이미지에 맞게 하려고 했다"
한샘은 10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이나를 끊임없이 의심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며 이나의 능력을 신뢰하기도 때로는 그 의도를 의심하기도 하며 미묘한 공조를 이어간다. 손석구는 이나와의 호흡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이스톤에도 신경썼다고 말했다.
"추리극이지만 순한 맛의 드라마가 깔려있다. 한샘이 마냥 무겁기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나랑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될지 생각했을 때 약 오르기도 하고 질투도 있는 게 재밌을 거로 생각했다. 이걸 충족시켜 줄 만한 톤이 어느 정도인가, 이걸 잘 해놔야 여기도 갈 수 있고 저기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샘이라는 사람이 어떤 일이 있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사람은 아닌 거 같았다. 또 이나보다는 좀 더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 다만 너무 과하지 않게 한샘만의 무게가 있지만 재미도 있을 수 있게 어떻게 발란스를 맞출까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나인퍼즐은'은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과 비슷한 시기 공개됐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해숙(김혜자)이 젊어진 남편 낙준(손석구)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 이 작품 역시 최종회 시청률 전국 8.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손석구는 잇단 흥행에 자신의 지분은 없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두 작품을 같이 본다는 게 쉽진 않았다. 연기자로서 관객은 어떻게 볼 것인지, 어떻게 나왔으면 좋겠는지 등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본다. 흥행에 있어서 제 지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너무 많은 작품이 나온다. 그 안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자체가 굉장히 벅찬 일이고 미래엔 다시 안 올 수도 있다. 같이 한 사람들에게 고맙고 나를 캐스팅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작품을 더 할수록 나 때문에 잘됐단 착각은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의 기운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잘 알게 됐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을 보는 눈이 조금씩 생긴 것 같다는 손석구. 그에게 '나인퍼즐'은 배우로서 도드라지는 연기를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하모니를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단 걸 경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단다.
"작품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가볍게 들리지만 쉽지 않다. 내가 재밌다고 느껴도 다른 사람은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내가 시나리오를 재밌게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명쾌하게 한두 줄로 설명할 수 있으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인퍼즐'은 굉장히 장르적이다. 배우가 끌고 갈 수 있는 부분보다 어떤 장치의 도움을 받으면서, 한 일환으로서 가야 하는 게 많은 것 같다. 카메라 개입이나 미장센 같은 것들이 있다. 하모니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추리물은 관객들이 단서를 찾아가면서 추리한다. 내가 도드라지는 연기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경험들이 소중했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태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