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방송에의 미련 혹은 제작진과의 의리?
입력 2025. 06.17. 14:55:26

백종원

[유진모 칼럼] 외식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이 최근 잇단 논란에 휩싸이며 이미지가 실추된 가운데 MBC 교양국 출신 김재환 PD가 그의 '방송 갑질'과 위법 등을 지적하며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사람의 격돌에 대중은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의 '진실 게임'을 바라보는 흥미진진한 시선을 보내는 한편 하루아침에 추락한 백종원의 진면목에 대한 궁금증이 큰 분위기다.

김 피디는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오재나'에 '백종원이 지역 축제에 목숨 거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지난해 10월 열린 충남 예산군의 지역 축제에서 백종원이 대표 이사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소비 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한 창고를 공개했다. 그러자 더본코리아는 그 창고는 행사 등 외부 활동 후 남은 식자재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며 김 피디의 주장을 반박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법적인 움직임도 예고했다. 그러나 백종원과 더본코리아에 대한 대중의 체감 온도는 예전의 뜨거운 수치로 회복되기 쉽지 않은 모양새이다. 최근 빽다방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500원에 판매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게 더본코리아와 백종원의 화려한 부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급락하기 전의 백종원의 이미지가 워낙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그는 양심적인 사업가, 음식과 맛에 해박한 요리 전문가, 정직하고 따뜻하며 겸손한 중년의 부자 등의 이미지를 견지해 왔다. 오죽하면 지난 19대, 20대 대통령 선거 때 그가 출마해야 한다는 하마평까지 솔솔 흘러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그는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랑했다. 그러나 최근 잇달아 폭로되고 있는 그와 더본코리아의 비리 관련 혐의 혹은 의혹 등은 현시점에서는 마치 스릴러 장르 막판의 반전과 같은 전율을 대중에게 안겨 주고 있다. 그야말로 요식 업계의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 센스'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경찰청은 더본코리아와 관련해 식품표시광고법, 식품위생법 등의 위반 혐의로 총 14건의 사건이 접수되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논란에 콧방귀도 안 뀌던 백종원과 더본코리아는 지난 3월부터 바짝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백종원은 '촬영 중인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방송 출연 금지'를 선언했다.

향후 기업 쇄신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 왜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에서는 이탈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2004년 SBS '해결! 돈이 보인다'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방송 활동의 영역을 점점 늘리더니 2013년 배우 소유진과 결혼했다. 그리고 2년 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그는 10여 년 동안 음식과 식당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서 단연 독보적인 넘버원으로서 왕좌를 지켜 왔다. 막 스타덤에 오른 초기만 하더라도 연말 연예대상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자신은 방송인이 아니라 외식 사업가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그는 상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CF까지 찍고 있다. 그의 방송 출연으로 더본코리아는 크게 성장했으며 유가 증권 시장에 상장까지 했다.

그의 방송 출연이 더본코리아의 홍보와 발전에 전혀 영향이 없었을까? 그가 방송 출연으로 재산을 불리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결혼 초기만 해도 '소유진의 백종원'이었지만 2015년 이후로는 '백종원의 소유진'이 되었다는 세간의 주장은 과장일까?



현재 '먹방'이 예능의 대세인 것도, 향후 지속될 것도 인정해야 한다. 모든 동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고 생존의 첫째 조건은 음식과 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문화와 문명을 향유하고, 교양과 지성을 추구하는 것을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으로 여긴다. 그래서 식사도 하나의 문화로 승화시켜 주방장이 아닌, 셰프라고 칭한다.

백종원이 시청률을 보장하는 방송인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를 셰프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존재한다. 외식 사업가인 것은 명백하다. 현재 여러 플랫폼에서는 실력이 검증된 셰프들이 맹활약 중이다. 그들이 백종원보다 더 재미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지만 그들이 만든 음식이 백종원이 론칭한 프랜차이즈 음식보다 맛과 퀄리티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방송과 여론을 통해 증명되었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셰프들이 위생 등과 관련된 위법 혐의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케이스는 흔하지 않다. 백종원의 더본코리아처럼 경찰에 접수된 위법 혐의만 14개가 되는 셰프는 없다. 백종원도 사람이다 보니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명명백백하게 제기된 혐의만 14개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부하 임직원의 실수일지라도 대표이사 및 실소유주의 책임은 절대적이다.

전술했다시피 사람에게 음식과 음료는 제일 중요하다. 사자 집단의 경우 암사자들이 협공으로 사냥에 성공하면 리더 수사자가 먼저 내장과 피를 먹은 뒤 부하 수사자, 암사자, 새끼들이 고기를 뜯어먹는다. 내장과 피는 살보다 열량이 높다. 사자의 사냥의 성공 가능성이 의외로 낮기 때문에 영양분을 취할 수 있을 때 충분히 저장하기 위함이다. 그들에게는 조리법도, 식사 예절도 없다. 그저 허겁지겁 날고기를 먹을 따름이다.

사람은 다르다. 대한민국의 경우 소 한 마리로 해 먹는 요리의 종류와 방법만 해도 무궁무진하다. 등심으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A1 소스나 타바스코에 찍어 먹을 수도, 양지 부위로 설렁탕을 만들어 먹을 수도, 머릿고기로 수육을 해서 먹을 수도 있다. 그때그때의 상황과 입맛과 분위기 등에 따라 다양한 식문화를 즐길 수 있고,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게 사람이다.

따라서 식재료를 파는 사람, 음식을 만드는 사람, 그 음식을 파는 사람 등에게는 철저한 도덕 정신과 준법정신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물론 어느 직업이든 준법과 도덕은 필요하겠지만 음식과 요리 관련자는 가장 철저함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자고로 의식주라고 했다. 식보다 의가 앞에 나오는 이유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류 관련 예능은 없지만 음식 관련 예능은 차고 넘친다. 사람들의 의식 구조가 바뀌었다. 명품 의류보다 품격과 맛을 두루 갖춘 식사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식 관련 방송인으로서 압도적인 신뢰도를 자랑했던 백종원이기에 이번 논란과 혐의에 대해 신속하고 진정성 있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직도 방송에 미련을 못 버렸다면 대중의 그에 대한 불신도 미련에 얽매이기 쉽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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