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민희진, 하이브가 할 말은?
입력 2025. 06.26. 18:39:56
[유진모 칼럼]한때 에스파의 대항마로까지 평가받던 걸 그룹계의 강자 뉴진스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가 제기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소송 항고심에서 재판부는 인용 결정을 유지했고 뉴진스는 재항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뉴진스 멤버 다섯 명은 지난해 11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전속 계약 위반으로 인해 계약이 해지됐다면서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뉴진스와 어도어는 법적 분쟁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뉴진스는 내리 4연속 패배했다. 법원은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간접 강제 신청도 받아들여 독자 활동을 할 경우 뉴진스 각 멤버별로 위반 행위 1회당 10억 원을 어도어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뉴진스가 재항고를 포기한 배경이 어도어로 돌아가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하다. 다수는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전속 계약 유효 확인 본안 소송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본안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으로 총 두 번의 변론이 펼쳐졌다. 지금까지의 경과만 놓고 보면 뉴진스에게 유리한 점은 많지 않다. 본안 소송에서 지금까지의 흐름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야 하는데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벌써 나왔어야 한다는 판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뉴진스 측은 어도어에 총 15건의 소명을 요구했는데 재판부는 그중 전속 계약 체결 당시 이사회에서 민희진 전 대표에게 위임된 권한의 범위, 민 전 대표 해임 전후 뉴진스 활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이나 협의가 있었는지, 뉴진스 모방에 대해 이사진이 자발적으로 대책을 논의했는지 등 3건만 받아들였다.

만약 지금까지의 경과만을 근거로 어도어가 최종 승리한다고 가정할 때 뉴진스 멤버들의 선택지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첫째, 어도어 복귀인데 이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둘째, 어도어와 잘 협의해 최대한 줄여서 위약금을 지불하고 컴백하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다섯 명의 완전체로 다른 그룹 이름으로 다시 데뷔할 수 있다. 물론 협의 내용에 따라 뉴진스를 가져올 수도 있다.

셋째는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는 포기이다. 전속 계약 기간까지 조용히 기다렸다가 연예 활동을 속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 성공은 보장받기 쉽지 않다. K-팝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 걸 그룹이 속속 데뷔하고 있다. 게다가 '걸 그룹의 유통 기한은 7년'이라는 속설이 있을 만큼 소비자의 입맛이 쉽게 바뀐다.

뉴진스는 지난해 6월 21일 일본 데뷔 음반 '슈퍼내추럴'을 발표한 이후 사실상 1년째 공백이다. 지금만 해도 뉴진스를 향한 대중의 열기가 1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니 1년 이상 더 지나면 어떨지 예측은 어렵지 않다.



이런 가운데 '뉴진스 엄마'를 자청하던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는 그 어떤 코멘트도, 행동도 없다. 뉴진스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를 지지하며 함께 일하겠다고 외치더니 이젠 'ㅁ'자도 거론하지 않고 있다.

민 전 대표 역시 '제 코가 석 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녀가 다섯 멤버들을 데리고 뉴진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은 현재의 추세로 봐서는 가능성 제로이다. 게다가 법적 다툼의 진행만 놓고 본다면 민 전 대표와 뉴진스를 향해 선뜻 손을 내밀 투자사도 만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그녀는 어도어 모회사 하이브와 260억 원의 풋 옵션을 놓고 치열하게 전쟁 중이다.

하이브 측은 주주 간 계약의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민 전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원금 수준만 지급하고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데 대해 민 전 대표는 주주 간 계약 해지의 근거 사유가 없다며 풋 옵션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하이브는 2021년 말 어도어를 설립해 이듬해 3월 어도어 지분 18%를 민 전 대표에게 매각했다. 양 측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풋 옵션은 민 전 대표가 어도어 지분 18% 중 13%를 하이브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로 행사 가격은 '직전 2개 년도 평균 영업 이익의 13배'에 민 전 대표가 풋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13%을 곱한 액수이다. 민 전 대표가 풋 옵션을 행사한 시점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약 260억 원 정도이다.

콜 옵션은 그 반대 개념으로 하이브가 민 전 대표의 주식을 약 28억 원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이다. 민 전 대표가 주주 간 계약 사항을 위반했을 때에만 행사가 가능하다.

하이브는 지난해 7월 8일 민 대표에게 주주 간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8월 콜 옵션을 행사했다. 그에 앞서 4월에 실시한 감사 과정에서 민 전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고 어도어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했다는 게 당시 하이브의 계약 해지 사유였다. 이어 뉴진스를 빼돌리려 했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민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어도어를 퇴사한 뒤 풋 옵션을 행사했다. 하이브의 해지 통보는 일방적이며 여전히 주주 간 계약 해지의 근거 사유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어도어 경영권 찬탈, 뉴진스 빼 가기를 한 적이 없으므로 풋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뉴진스의 '혁명'에 앞장서서 행동을 주도할 수 없는 가장 큰 배경으로 보인다. '260억 원이냐, 28억 원이냐?'의 차이이다.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어도어 대 뉴진스, 하이브 대 민 전 대표의 재판의 결과는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뉴진스 멤버들은 절대로 연예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다툼은 사실상 '남의 집안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이브가 민 전 대표의 지분을 260억 원에 사느냐, 28억 원에 사느냐.'이다.

그건 주주들, 하이브 임직원들, 민 전 대표의 국지적 문제이다. K-팝계의 시각으로 보아도 지엽적이다. 다만 어도어와 뉴진스의 다툼은 K-팝이든, 대한민국의 경제 문제이든 그 무엇으로 보아도 본질적이고 중차대한 사안이다. 향후 K-팝 산업의 투자, 제작, 판매, 경영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는 향후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는 '어떤 결정적인 증언'을 말할 것인가?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뉴진스는 K-팝 산업의 어두운 면을 지적하며 혁명가를 자처하고 있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뉴진스가 그녀를 지지하며 어도어에서 이탈할 때 적지 않은 지지를 받은 배경이다.

그러나 그 행동 외에 결정적인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말해도 소용없는 것, 말해도 모르는 것,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등은 말하지 않아도 된다.

[유진모 칼럼/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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