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3' 박규영, 더 단단해지는 과정[인터뷰]
- 입력 2025. 07.12.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한층 더 단단하고, 견고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배우 박규영이다.
박규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박규영은 극 중 게임의 주최 측 진행 요원(핑크 가드)인 탈북자 강노을 역을 연기했다. 강노을은 시즌3 서사를 이끄는 여성 캐릭터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노을이 '오징어 게임' 세계관에서 '핑크 가드' 관점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인물 아니냐. 많은 신은 없지만 그 안에서 굵직하게 표현해야 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잘 보여주기를 바랐다."
강노을은 혈액암을 가진 어린 딸 '나연'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박경석(이진욱)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이에 대해 박규영은 "어떤 신으로 구체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노을은 엄청난 서사를 겪으면서 삶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단 한 가지 삶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다. 단순히 노을이 경석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아이를 잃을 수 있다는 부모의 감정과 아이를 위해 부모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동력으로 그 게임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모성애 연기는 처음이었다는 박규영은 "직접적으로 아이를 가져본 경험이 없었다. '모성애를 어떤 것에 비교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걸 뛰어넘어서 자신의 신체 일부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다쳤으면 자신이 찢기는 고통의 감정이지 않을까 상상했다. 노을이 북한에 딸을 놓고 왔다는 건 자신의 일부가 없는 채로 살아간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강노을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은 목소리 톤이다. 박규영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고, 군인 출신이었다. 그런 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혀 보여준 적 없는 가장 낮은 톤의 목소리로 연기를 했다. 처음에는 전혀 써본 적 없는 목소리여서 어렵더라. 계속 지속 시키는 데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도 한번 감각이 생기니까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외형적으로는 단단함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행동으로 (표현을) 극대화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자유롭게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견고함과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잘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총기도 들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근육을 많이 키웠다. 버석하고 절망적이고 건조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체지방도 줄였다. 거의 체지방이 7.9kg 정도였다"라고 했다.
강노을의 엔딩은 열린 결말이었다. 강노을은 박경석을 구한다. 강노을 덕분에 박경석은 딸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 이후 강노을은 자신의 딸을 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한다.
"노을은 인간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는 게 가치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기훈(이정재)가 아이를 살리는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인간에 대해 실낱 같은 희망을 찾는다. 노을의 엔딩은 그런 의미에서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한 해피엔딩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빛을 살짝이라도 발견한 인물이 아닐까."
다만 일각에서는 서브플롯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규영은 "시즌1보다 시즌3에서 설명되는 세계관들이 조금 더 줄기가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시청자분들이 느끼시기에는 어디는 조금 약하고, 어떤 부분은 강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각자의 세계관이 잘 설명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줄기 안에서 각자가 가진 감정을 잘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 부분을 잘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규영은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에 앞서 시즌2 이후 자신의 SNS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사진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실 그간 시즌3을 제대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변명의 여지없이 어리석은 실수였다. 굉장히 많이 반성했다.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자책도 많이 했다. 작품 속에서 연기자가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한 성찰을 많이 했다. 배우로서의 신중함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그동안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규영에게 '오징어 게임'은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오징어 게임'은 이미 팬덤이 확고하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경험이었다. 그 안에서 제 몫을 해내려면, 중심이 단단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더 배우고 중심을 더 강하게 하는 과정이었다. 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걸 느끼고 많은 걸 배웠다."
박규영은 지난 2016년 조권의 뮤직비디오 '횡단보도'를 통해 데뷔해, 내년이면 어느덧 데뷔 10년째를 맞이한다.
"명확하게 내년에 이걸 하고 싶다고 목표를 둔 것은 없다.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는 편이다. 마음 안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조금 더 지혜로운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다. 그 점은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