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 광고계 퇴출과 장강의 물결
- 입력 2025. 07.14. 14:08:45
- [유진모 칼럼] 소속사인 하이브 산하 연예 기획사 어도어와 전속 계약에 대해 분쟁 중인 걸 그룹 뉴진스는 이대로 공중분해될 것인가? 아니면 기사회생해 그야말로 에스파의 대항마로 다시 우뚝 설 것인가?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추세이다. 과연 어도어, 뉴진스, 그리고 '뉴진스 엄마'라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복안은 무엇일까?
뉴진스
그런데 상업 광고 모델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어차피 프로의 진가는 돈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상업 광고는 꽤 정확한 바로미터가 된다. 뉴진스는 2022년 하이브가 야심 차게 데뷔시킨 역작이었고, 기대에 부응하듯 에스파, 아이브와 함께 트로이카 분위기를 형성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광고계에서도 단숨에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현재 뉴진스가 등장하는 광고는 한 건도 없다. 아이폰 광고는 걸 그룹 에스파가, 코카콜라 광고는 걸 그룹 엔믹스의 오해원이 각각 맡고 있다. 뉴진스가 2년 연속 앰배서더로 활약한 빼빼로 글로벌 모델은 스트레이키즈에게 돌아갔다. 지난해까지 뉴진스를 내세웠던 나이키도 새 얼굴을 찾고 있다. 스톤헨지는 홈페이지에서 뉴진스의 얼굴을 지웠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뉴진스와 모델 계약을 끝냈고, 지난해 7월 뉴진스에게 수여되었던 한국 관광 명예 홍보 대사 자리는 최근 가수 아이유에게 넘어갔다. 현대면세점은 뉴진스 대신 걸 밴드 QWER을 새 모델로 발탁했다. 다만 명품 업계는 어도어와의 계약 범위 내에서 뉴진스 각 멤버들의 앰배서더 활동을 유지시키고 있다.
상업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인 동시에 독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광고를 통해 제품의 정보를 얻음으로써 판단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광고주의 경우 완성도 높은 광고를 통해 자사 제품을 충분히 홍보함으로써 기업과 노동자의 가치 모두를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장 광고, 허위 광고 등은 소비자는 물론 기업에도 결국 독의 부메랑이 된다.
광고 모델의 어마어마한 개런티를 오롯이 소비자가 짊어져야 한다는 점은 불합리함으로 지적되고는 한다. 이러한 '꽃'과 '독' 사이에서 광고는 날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게 자본주의의 구조이다. 심지어 언제부터인가 광고 자체도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일부 콘텐츠의 경우 예술성마저 인정받는다. 이쯤 되면 광고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게다가 광고 모델에게는 커다란 수입원이자 자긍심이 된다. 기업과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업 광고가 가장 선호하는 모델은 유명 연예인이다. 스포츠계에도 스타가 많지만 연예인이 압도적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경우 김연아와 손흥민이 예외이기는 하다. 이런 슈퍼스타를 제외하면 광고 모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스포츠 스타는 드물다.
스포츠 스타는 광고 모델 발탁이 매우 영광스러운 '외도'라면 연예 스타는 자존심이 걸린, 매우 당연한 또 하나의 전문 영역이다.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광고를 통해 제품의 훌륭한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한다. 따라서 모델은 지명도가 높고 이미지가 좋아야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당연히 외모가 뛰어난 연예인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고 글로벌한 인기를 자랑한다고 하더라도 그 연예인이 불법을 저지르거나 부도덕한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면 광고주는 외면한다. 아직 잘잘못이 가려진 바는 없지만 배우 김수현이 고 김새론이 미성년자였을 때 사귀었다는 의혹에 시달리자마자 광고주들이 잇달아 그와의 관계를 단절한 게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니까 광고 모델은 인기만큼이나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진스의 어도어에 대한 전속 계약 무효 선언은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법적으로는 그게 무효이다. 도덕적으로는 명석하게 판명되지 않았지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관련 단체들의 반응과 광고업계의 퇴출 행렬에 비추어 보면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1라운드 판정이 났다.
뉴진스의 어도어에 대한 선전 포고는 지난해 4월 민 당시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에게 전면전을 선언했을 때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후 민 전 대표와 뉴진스는 완벽한 호흡으로 2인 3각의 보조를 맞추어 달음질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거듭 어도어의 손을 들어 주면서 뉴진스가 독자 활동을 못 하고 여기저기에서 외면당하자 달라졌다.
그토록 목청을 높이던 민 전 대표의 발언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민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감과 지지를 노골적으로 외치던 뉴진스 멤버들의 입에서도 'ㅁ'자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는 각자 '제 코가 석 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어도어의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뉴진스의 항고도 기각했다.
민 전 대표의 경우 하이브와 풋 옵션으로 재판 중이다. 이 역시 수백억 원이 걸린 큰 싸움이다. 뉴진스와 민 전 대표의 경우 양측이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있든 외형상으로는 고슴도치 딜레마로 비친다. 친밀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심리가 공존하는 것은 아닐까? 뉴진스에게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있었을 경우 가능해진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현존하는 존재 혹은 존재자가 보이지 않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맹목적으로 좋아한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이 옳더라도 옳지 못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용어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 공유지의 비극은 사회적 기초 질서와 상도덕 등에 대한 중요함을 강조하는 전문 용어이다.
어도어(하이브)의 속내는 무엇일까? 기업의 목적은 단 하나, 수익이다. 뉴진스가 곱든, 밉든 그들이 돌아와 돈을 벌어 주면 그뿐이다. 뉴진스 팬 중 일부는 민 전 대표와 함께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다수는 누구 품에서든 좋으니 다시 돌아와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을까? 아이돌 업계는 장강의 물결보다 세대 교체가 빠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