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독시', 시작점 혹은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씨네리뷰]
입력 2025. 07.23. 08:47:34

전지적 독자 시점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이건, 내가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끝낼 거야.”

누구보다 평범했던 김독자가 세상의 멸망을 ‘예정된 이야기’로 맞이하면서 시작되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K-콘텐츠'의 진화를 상징한다. 하지만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단 한 편의 영화로 담아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된다. 원작을 읽은 이에게는 ‘시작점’이, 영화를 본 이에게는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이 될 수 있다.

올여름 텐트폴 대작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판타지 액션물이다.

원작인 웹소설 속 ‘전지적 독사 시점’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는다.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가 그 안에서 주인공이 되는 메타적 설정, 그리고 하나의 시나리오 안에서 반복되는 선택과 희생은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샀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감정선을 시각적으로 번역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그 결과, 영화 속 배우 안효섭의 연기가 더해진 김독자는 보다 감정에 충실한 인물로 재해석됐다. 내면의 독백이 화면 밖으로 흘러나오고, 원작에선 드물었던 김독자의 '눈물', '분노' 등 극단적인 감정들 표현도 스크린을 채운다.



원작 팬이라면 ‘도깨비’, ‘화신’, '성좌', '별의 군단'이라는 단어 만으로도 머릿속에 수십 개의 설정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세계관을 간결하게 정리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도깨비’와 ‘시나리오 시스템’은 유지했지만, 원작의 디테일한 설정과 서사가 단순화되거나 제거됐다.

특히 원작과 가장 달라진 점은 'K-정서'의 축소다. 원작 팬들이 열광했던 일명 '국뽕' 코드가 사라졌다. 위인이 기반이 된 배후성(성좌 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존재) 설정을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원작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상상력을 자극한 중요한 장치였다.

영화의 이 같은 과감한 선택은 몰입을 단순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상상력의 확장을 제한한다. 이에 원작 팬들 중 일부는 “'전지적 독자시점' 세계관만의 고유한 매력이 사라졌다”, “원작을 파괴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후속작이 제작된다면 '위인이 기반이 된 배후성'에 대해 자세히 풀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김 감독은 개봉에 앞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히 말하면 제거한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풀기 위해 미뤄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보가 너무 많으면 관객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차후 후속편을 만든다면 충분히 고민하고 접근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놓치지 않은 건 "이야기의 결말은 독자가 만든다"는 핵심 메시지다. 이야기의 중심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진다. 김독자가 ‘정해진 운명’에 맞서는 모습은, 관객에게 “지금 당신은, 당신 삶의 독자인가? 아니면 주인공인가?”라고 여러차례 묻는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선택해나가는 '연대', '희생', '인간성'은 “인간다운 선택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앙상블도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극을 이끄는 안효섭을 중심으로 이민호, 채수빈, 산승호, 나나, 정성일, 박호산 등이 각자의 몫을 충실히 해내며 존재감을 뿜어낸다. 다만, 전작에서도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블랙핑크 지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여지도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23일 개봉.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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