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 '보이지 않는 손, 요람을 흔드는 손'
- 입력 2025. 07.25. 10:27:55
- [유진모 칼럼]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가 걸 그룹 뉴진스(NewJeans)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 계약 유효 확인의 소 3번째 변론 기일이 지난 24일 오후 열렸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뉴진스 측은 민희진 전 대표 체제로 돌아갈 경우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정 기일은 오는 8월 14일이다. 만약 양측이 조정 결론에 이르지 못하면 재판부는 10월 판결 선고한다.
뉴진스
그래서 요구하는 결론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면 무조건 돌아간다.'이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그럴듯하지만 민 전 대표 복귀로 귀결되는 결론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건 자본주의 체제에도, 민주주의에도, 자유 경제에도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하다.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의 다툼의 최대 피해자 겸 희생양이라는 표현은 매우 적확하다.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만 놓고 본다면 '민희진이 뉴진스를 빼돌리려 했다.'라는 하이브 측의 주장을 무시할지라도 '쩐의 전쟁'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현재 양측은 민 전 대표의 260억 원에 달하는 풋 옵션 권리를 놓고 법정 다툼 중이다. 결국 돈이다.
만약 하이브 측의 주장이 맞는다면 더 많은 돈 문제이다. 아니더라도 결국은 돈이다. 그 돈을 놓고 벌이는 고래들의 싸움에 다섯 새우의 등이 터진 것이다. 양측의 대립 탓에 다섯 소녀(혹은 갓 성인)들과 그들에게 위안을 받아 온 수많은 팬들의 순수한 마음이 상처를 입은 것이다.
하이브가 뉴진스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르면 아닐 가능성도 크다. 하이브는 뉴진스에 210억 원을 투자했다. 뉴진스 각 멤버들이 정산받은 돈이 50억 원씩이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최소한 투자한 돈을 회수했을 뿐만 아니라 꽤 벌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들일 돈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하이브가 뉴진스를 보호하지 않았다? 물론 방시혁 의장 혹은 하이브 임직원 중 일부가 뉴진스나 민 전 대표에 대해 좋지 않은 사적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 줄 뉴진스를 일부러 배척하고 무시하며 해하려 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상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은 방 의장인데 이 정도 성공한 사업가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과연 뉴진스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가? 뉴진스는 같은 계열사의 매니저로부터 무시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브 입장에서 볼 때 계열사의 로드 매니저 한 명이 중요할까, 1년에 한 명당 50억 원씩 정산받는 글로벌 스타 걸 그룹이 중요할까? 로드 매니저는 새로 구해서 가르치면 된다. '기껏해야' 연봉 4000만 원도 정도 되는 로드 매니저이다.
그리고 학생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 학교가 나쁜 게 아니라 가해 학생과 그 학생을 모른 체하는 교사나 교장이 나쁜 것이다. 만약 진짜 뉴진스를 무시한 매니저가 있다면 그를 해고하면 된다. 하이브가 잘못한 게 아니라 그 매니저가 잘못한 것이고, 그의 입사를 허용한 임원이 잘못 판단한 것이다.
하이브와 뉴진스는 혈연 관계가 절대 아니다. 하이브가 210억 원을 투자한 것은 그들을 상품으로 보았기 때문이지 자식이라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속한 K-팝 산업의 자본가와 연예인으로서 갑과 을의 위치에서 전속 계약을 맺은 관계이다.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처지이다.
게다가 아무리 자식일지라도 법과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저질렀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공개적으로 잘못을 알리고 관계자들에게 사과하는 게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책무이다. 자기 자식이라고 잘못을 감싸고 도는 것은 진정한 부모의 사랑이 아니라 어긋난 이기심이다.
뉴진스 변호인은 "민희진은 피고들에게 마치 홈 스쿨링하는 엄마와 같은 존재이다. 뉴진스를 기르고 가르치기도 하는데 가정 폭력을 행사하던 아빠가 들어오더니 엄마를 내쫓았다. 그러니까 이 자녀들도 나갔다. 그러자 '너희들은 엄마 아빠 싸우는 거 신경 쓰지 말고 들어와서 공부나 해.'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 좋은 엄마 붙여줄 테니까 들어와.'라고 얘기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비유했다.
거듭 지적하지만 하이브, 어도어, 민 전 대표, 뉴진스는 절대 혈연관계가 아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 혹은 형제 사이에도 돈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는 게 현대 사회이다. 하물며 아무런 혈연적 인연도 없이 오로지 비즈니스로 만난 이들 사이에 의리나 정 같은 것을 거론할 여지는 없다. 오직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현재까지의 과정과 상황이 증명한다.
양측의 변호인이 각자의 의뢰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변호하는가? 부모가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아이들은 가출하면 안 된다.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 하물며 실제 부부들이 이혼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자식은 어느 한 부모와는 살아야 한다. 그 부모가 재혼해도 살아야 한다. 성년이 되어 독립하기 전까지는.
아이는 '요람을 흔드는 손'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과연 뉴진스는 지난 연습생 시절에, 스타가 되고 난 후 어떤 '손'이 흔드는 요람에서 잠을 잤을까?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기적인 개인의 사사로운 영리 활동이 사회 전체의 공적 이익을 증진시킨다.'라는 뜻이다.
그것은 국가와 권력의 깊은 개입보다는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 체제의 긍정적 효과를 말한다. 결국 그런 시장 질서는 상도덕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시장 경제 시스템에서 이루어진다. 계약이 '개(個)'약이 된다면 K-팝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