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슈] '미러'→'쇼맨', 타인의 무대에서 나를 마주하다
입력 2025. 07.30. 15:40:20

'미러'-'쇼맨'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공연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질문에 있다. 역사, 삶과 죽음, 사랑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관객은 극장을 나선 뒤에도 오랫동안 그 여운을 되새기게 된다.

우리는 무대 위에 오르는 이야기들을 '타인의 삶'으로 여긴다. 그건 한 시대의 이야기이고, 한 예술가의 고민이고, 누군가의 기억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러'와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을 보고 나면 비단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두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극 속에만 머물지 않고, 결국 관객 각자의 삶을 향한다.



◆ 연극 '미러', 거울에 비친 삶을 마주하는 것

설정부터 범상치 않다. 극장은 마치 결혼식장처럼 꾸며져있고, 배우들 역시 관객을 하객처럼 맞이한다.

그러나 연극 '미러'는 곧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미러'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문화예술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졌고, 연극도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공연될 수 있었다. 이들은 당국의 감시를 피해 연극을 결혼식으로 위장해 무대에 올린다.

작품은 자동차 수리공 '아덤'이 쓴 사실적인 희곡이 문화부 국장 '첼릭'의 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첼릭은 그의 희곡이 검열 대상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예술적인 재능을 함께 발견한다. 그리고 첼릭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 아덤을 시대상에 맞는 글을 써내는 극작가로 만들어내기 위해 그를 불러낸다.

뒤이어 두 사람 사이에는 예술과 권력,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날 선 대화가 오간다. 첼릭은 자신은 강압적이지 않은 사람이고,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아덤을 말로 꼬드기려 한다. 그는 예술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현실을 왜곡한 글을 원하지만, 아덤은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고 현실을 담아내려 한다.

검열이 일상화된 사회라는 배경에서 아덤과 첼릭 두 인물은 예술의 역할과 창작자의 자유에 대해 충돌한다. 그들의 대화는 때론 말장난 같지만 무섭게 날카롭다. 무대 위에서 오가는 말들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현실을 꼬집는다. 실제로 무대 위에 오르는 공연들은 첼릭의 말처럼 관객이 바라는 희망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아덤의 희곡처럼 불편한 진실을 그려내기도 한다.

'미러'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또 한번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극장은 단지 '무대'가 아닌 관객 각자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예술을 넘어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으로서의 나 자신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연극 '미러'는 지난달 24일 개막해 9월 14일까지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된다.



◆ 뮤지컬 '쇼맨', 타인의 삶 속에 숨은 나

동시기에 올라온 '쇼맨' 역시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을 마주하게 만든다.

2020년 미국 뉴저지 주에 위치한 굿데이 마트에서 일하던 '수아'는 우연히 유원지에서 노인 '네불라'를 만난다. 사진 작가라고 거짓말을 하게 된 수아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달라는 네불라의 부탁으로 그의 지난 삶을 따라가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을 흉내 내는 것에 능했던 네불라는 과거 파라디수스 공화국에서 한 독재자의 대역배우였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연기했던 그 시간들을 아름답게 회상하는 네불라를 보며 수아는 혼란에 빠진다. 악인의 대역이었다는 이유로 수아는 그를 공범이라 여기며 네불라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했던 것은 수아도 마찬가지였다. 수아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돼 양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했고, 마트에서도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점장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고, 서로를 바라보며 비로소 자신의 삶을 회복해 나간다.

결국 네불라의 삶은 수아에게 거울이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삶이었지만, 그 안에서 수아는 점차 자신이 외면해온 내면을 보게 된다.

'쇼맨'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결국 '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묻게 만든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타인의 과거,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안의 모습. 그 모든 것을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만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은 지난 11일부터 8월 31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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