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2세의 연애까지 보아야 하나?
- 입력 2025. 07.31. 12:50:40
- [유진모 칼럼] 연예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ENA 관찰 예능 프로그램 '내 아이의 사생활'이 지난해 9월부터 1년 가까이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자식의 연애를 연예인 부모가 지켜보는, tvN STORY와 티캐스트 E채널이 공동 제작한 신규 예능 '내 새끼의 연애'가 8월 20일부터 방송된다.
ENA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크게 히트되기 전까지만 해도 메인 스트림에서 약근 비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채널이었다. 따라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 유명 케이블 TV, 종편 등의 쟁쟁한 예능을 비롯해 유튜브 채널의 다양한 예능까지 백가쟁명 중인 예능의 파도 속에서 ENA의 1% 시청률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결과이다.
만약 그게 만족할 수 없는 숫자라면 1년 동안 냉정한 예능계 풍토 속에서 롱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새끼의 연애'가 등장한 것도 '내 아이의 사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장담하기 쉽지 않다.
'내 아이의 사생활'은 단순히 부모가 몰랐던 자식들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관찰 예능 특유의 자극성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대놓고 아이들의 러브 라인을 만드는가 하면 추사랑의 모델 도전기처럼 어른들의 예능을 흉내 내기도 한다.
공개된 '내 새끼의 연애' 티저에는 배우 이종원과 개그맨 김대희가 등장해 직접 연애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종원의 아들 이성준과 김대희의 딸 김사윤이 첫 데이트에 나서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이번 시즌에는 이종혁의 아들 이탁수, 박호산의 아들 박준호, 이철민의 딸 이신향, 전희철의 딸 전수완, 안유성의 아들 안선준까지 합류해 총 6명의 2세들이 연애에 도전한다.
케이블 TV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 지상파 방송 3사 시절에 예능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외에는 퀴즈, 체육, 군대 프로그램 정도였다. 3사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한 개 정도 편성했다. 예외로 두 개 편성한 적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한 개였다.
현재 예능이 대세인 것은 맞다. 전 국민들이 경제 문제로 어려워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젊은이들이 결혼, 출산, 연애, 자가 마련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골프나 승마 같은 여가를 즐길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홀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시름을 달래는 것이다.
예능이 크게 활성화된 배경이다. 그런데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제작진은 당연히 자극적인 설정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연애 예능에 출연한 일반인이 성범죄 혐의로 입건되거나 구속되는 해프닝이 발생하는 배경이다. 제작진이 눈앞의 자극에 급급하기 마련이라 검증을 외면하기 때문에 수반되는 부작용이다.
지금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 상도덕 운운하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대세인 것은 인정하는 게 맞는 듯하다. 불법만 피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소비자 역시 그런 도덕성을 굳이 논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입맛에 맞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소비자 배려 차원을 거론하는 게 아니다. 바로 출연 당사자들에 대한 문제점이다. 그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연예인으로 데뷔한다면 직업적 특성상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지상파 방송사, 종편, 케이블 TV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순간 그들은 이미 절반의 연예인이다. 커서 배우, 가수, 방송인 등을 직업으로 삼지 않을지라도 밖에 나가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다. 당연히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절반의 공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들이 연예인인가? 그렇지 않다. 직장에 다니거나, 개인 사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유명 연예인만큼 수입을 올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연예인의 경우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공인으로서의 몸가짐은 그에 대한 대가성 책무인 것이다.
그런데 유명 연예인만큼 수입을 올리지도 못하지만 공인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면 그 스트레스는 엄청날 것이다. 그럴 경우 보상 심리까지 작동해 비뚤어진 생각을 품을 수도 있다.
제작진의 장삿속은 법적인 문제가 없는 한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막기 힘들다. 아이들은 아직 판단력이 흐리다. 그렇다. 정답은 연예인 부모에게 있다.
한때 유명 연예인이었다가 하루아침에 인기가 급락해 대중에게 잊힌 사람들 중 일부가 범죄에 연루되었다거나 엉망진창의 삶을 산다는 소식을 가끔 접할 수 있다. 연예인의 빛과 그림자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ENA, tvN STORY, E채널 제공]